세제 개편 전후

지난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저금리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절세 혜택에 대응해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 형태가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2013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이 2000만 원으로 낮아지면서 절세 니즈가 더욱 커진 상황.

그러나 과세 대상자가 되더라도 세금 부담은 더 늘지 않을 수도 있다. 세제 개편 전후의 변화를 짚어봤다.
[절세 테크닉] 과세 대상 4배 이상 증가, 절세가 메가트렌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이 후속 시행령 발표와 수정안을 거쳐 공포되면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가들을 쇼크 상태로 몰아넣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도 2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여기에 슈퍼리치들의 대표적 비과세 상품이었던 상속형 즉시연금의 과세 기준도 2억 원 초과로 바뀌었다. 기존 과세 기준이었던 금융소득 4000만 원 이상에 해당했던 자산가들은 물론이고 이번 기준 인하와 함께 새로 과세 대상에 포함된 이들에게는 금융 자산 운용 방식에 커다란 지각 변동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금융업계는 종전에 4만 명가량이었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이번 개정으로 5배에 이르는 2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규모로 보자면, 과거 4000만 원 기준일 때는 4% 수익률로 따져 약 10억 원의 금융 자산 보유자가 종합과세 대상이었으나, 개정과 함께 5억 원 정도의 금융 자산을 보유한 사람도 포함되는 셈이다. 그러나 리스크가 큰 일부 상품은 몇 배의 수익을 내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세 대상자를 단순히 계산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절세 테크닉] 과세 대상 4배 이상 증가, 절세가 메가트렌드
세금 부담에 건보료까지 이중 쇼크

금융소득종합과세 인하가 의미하는 바는 우선 세금 부담의 증가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쳐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사업소득,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산해 6~38%(지방소득세 불포함)의 종합소득 세율로 누진과세하기 때문이다. 2000만 원까지의 금융소득은 분리과세가 되므로 15.4%의 원천징수 세율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금융소득 2000만 원 이상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에게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 등 다른 소득이 없이 금융소득만 있는 경우에는 7700만 원까지 추가 세금 부담이 없어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현행 건보료 법령에 따르면 금융소득 4000만 원 초과자에 대해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건강보험 관련 법령도 변경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선다면 매월 14만 원의 건보료가 부과될 수 있다. 명목은 다르지만 대상자들에게는 또 다른 세금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과세 대상자들에게는 금융소득을 2000만 원 이하로 줄여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다. 이미 과세 대상이었던 자산가들도 과세 금액이 확대된 만큼 다시 한 번 절세의 고삐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안 그래도 저금리인 상황에 세금 부담까지 커지자 과세 소득을 줄이고 비과세 소득을 늘리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면서 대대적인 자산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현재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혜택이 있는 일부 상품의 경우 향후 혜택 만료가 예고된 데다,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방향성을 띠는 등 갈수록 세금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급격한 자산 이동에 한몫했다.

이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인하로 인한 자산 이동을 두고 지난 2001년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1996년부터 실시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 등을 이유로 유보됐다가 2001년부터 시행됐기 때문. 당시 부부의 금융소득을 합산해 연간 4000만 원이 넘는 경우 세율을 높여 종합과세 하는 것이 내용이었으나, 이듬해인 200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부부 합산은 폐지되고 개인별 과세로 변경됐다.

당시에도 비과세 되는 주식형 펀드 등으로 뭉칫돈이 이동하는 등 파장이 컸지만, 2013년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극심한 경기 불황에다 계속된 저금리, 부동산 폭락 등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으로 슈퍼리치라 하더라도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극심한 경기 불황에다 계속된 저금리, 부동산 폭락 등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으로 슈퍼리치라 하더라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절세 테크닉] 과세 대상 4배 이상 증가, 절세가 메가트렌드
[절세 테크닉] 과세 대상 4배 이상 증가, 절세가 메가트렌드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도움말 신동일 KB국민은행 대치PB센터 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