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는 국내 제대혈 보관 시장에서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줄기세포 분야에서도 2012년 세계 최초의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관절염 치료제)’을 개발해 국내에서 상용화했다.

카티스템은 세계에서 4개밖에 안 되는 공식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중 하나다. 세계적 창조경영의 대가 라피 아미트 미국 와튼스쿨(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가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 중에서는 메디포스트가 대표적이고 이는 미국의 애플과 견줄 만하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서 최전선에 있는 메디포스트의 양윤선 대표를 만나 국내 현황과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줄기세포]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줄기세포 치료, 냉정히 판단해야”
최근 한 업체의 검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해외 시술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혈이나 골수 이식이 의약품이 아닌 것처럼 줄기세포 시술도 의료진이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의약품 인가까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몸에서 추출된 줄기세포는 여러 과정을 거쳐 재설계된 후 투입되기 때문에 국민 건강 차원에서 엄격한 관리, 감독, 허가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기존의 의약품 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곤란해요. 줄기세포 치료는 기본적으로 기존 의약품과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빠르게 기술이 진보하고 이에 대한 인식도 급변하고 있으므로 관련법과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개선되는지 아주 중요한 시점입니다.”

난치병 치료 외에도 최근 화장품이나 안티에이징 등에서도 줄기세포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인도 친숙해질 정도로 많이 퍼져 있어요. 검증이 다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구요. 자신의 몸에 있는 줄기세포를 빼서 다시 넣는 것은 치료가 아닙니다. 수혈을 치료라고 볼 수 없잖아요. 줄기세포 치료를 만병통치약처럼 많이 오해하고 있어요.

탈모 치료까지 줄기세포 치료를 표방하는데 구체적인 효과가 검증됐는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대부분 고가의 비용이 따르는데 냉정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가 절실한 상황에 있을수록 현혹되기 쉽습니다. 줄기세포를 추출해 넣으면 효과가 있다고들 하는데 무작위로 하다 보면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설정된 개선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100명 중 몇 사람에게 효과가 나타나는지 적어도 검증이 돼야 합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줄기세포 치료는 단 4개밖에 없습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줄기세포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을 상용화했습니다. 최근 전국 정형외과에서 시술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반응이 어떻습니까.

“지난해 5월부터 시술이 시작돼 그때 치료를 받은 환자가 이제 7~8개월 지났습니다. 카티스템은 손상된 무릎연골을 재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1년이 지나야 효과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카티스템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치료제이기 때문에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지속적으로 검증 작업을 거치고 있어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효과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습니다.”

공식 허가를 받아 상용화된 줄기세포 의약품이 주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실 줄기세포가 의약품으로 공식화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일반적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인식은 살아 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직접 몸 안에 시술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죠. 하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의약품으로 연구·개발됐고 여러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돼 관계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어요.

현재 공식 연구·개발 과정을 마치고 허가를 받아 세상에 나온 줄기세포 의약품 4개 중 국내 제약사의 제품이 3개입니다. 의약 산업은 긴 검증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과 줄기세포 기술이 아직 태동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3개가 먼저 나왔다는 것은 산업을 선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이제 줄기세포 의약품이 얼마나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세계적으로 보편화될지 이슈가 남아 있습니다. 줄기세포 연구는 기초과학과 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두 영역이 접목되면 지금 1세대 의약품을 넘어 2, 3세대가 효능과 안전성에 있어 빠르게 개선될 것입니다. 적용되는 질병도 여러 가지로 늘어날 것입니다.”

카티스템의 해외 진출 현황은 어떻습니까.

“카티스템은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하버드대와 러시대 교수진과 공동으로 제 1·2a상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홍콩과 수출 계약을 한 데 이어 호주, 터키 등 여러 나라들과 추가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임상시험 결과를 인정하는 홍콩이나 호주에서는 별도로 임상시험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올해 본격적으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인도 친숙해질 정도로 많이 퍼져 있어요. 검증이 다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구요. 자신의 몸에 있는 줄기세포를 빼서 다시 넣는 것은 치료가 아닙니다. 수혈을 치료라고 볼 수 없잖아요. 줄기세포 치료를 만병통치약처럼 많이 오해하고 있어요.
줄기세포 치료가 일반인도 친숙해질 정도로 많이 퍼져 있어요. 검증이 다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구요. 자신의 몸에 있는 줄기세포를 빼서 다시 넣는 것은 치료가 아닙니다. 수혈을 치료라고 볼 수 없잖아요. 줄기세포 치료를 만병통치약처럼 많이 오해하고 있어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줄기세포 신약도 개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속 제품인 ‘뉴로스템’은 알츠하이머를 대상 질환으로 하지만 뇌졸중이나 루게릭병으로도 확장해 효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 1상은 끝났고 2상 허가를 받고 시술을 시작하려 하는 단계입니다. 뉴로스템의 1상 시험에서는 환자에게 1회 투여했지만 2상에서는 3회 반복 투여를 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의 치료를 위해 많은 치료제를 개발해왔지만 마지막 임상시험 단계에서 많이 실패했어요.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이 여러 가지 복합적인 데 비해 기존에 개발됐던 의약품은 모든 유발 요인을 공략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여러 유발 요인을 동시 다발적으로 공략할 수 있어 효능이 많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뉴로스템의 임상시험이 성공적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제인 ‘뉴모스템’도 1상 시험을 마치고 2상 시험 단계를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일반 환자들이 이런 신약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환자들은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개발에서 임상 단계를 마칠 때까지 보통 12~13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현재 뉴로스템, 뉴모스템이 정해진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상용화되려면 2017~2019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환자들에게는 고된 일이죠. 의약품 허가를 받는 데 있어 좀 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상 1상만 마쳐도 치료제의 안전성은 검증됩니다.

안전성이 확보된 치료제에 대해 난치병이나 희귀병 환자에게 조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 이상의 임상시험 단계는 통계학적으로 그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일 뿐이니까요. 신약 개발과 관련된 기준과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소수가 앓는 희귀 질환의 치료제의 경우 여러 단계와 긴 시간을 들여 개발하기 힘든 게 제약사 입장이에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입니까.

“앞서 언급했듯이 관련법과 제도가 가장 힘든 점입니다. 골수 이식의 경우 안전성만 확보되면 할 수 있습니다. 골수 이식의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줄기세포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의 경우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할 점은 사람의 생명입니다.

카티스템의 경우 무릎연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는데 어깨 등 다른 부위의 연골에 적용하려면 임상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참 어렵습니다. 과학·의학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법과 제도에서 빠르게 수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국내 줄기세포 기술의 경쟁력은 어떤 수준입니까.

“줄기세포 치료제로 상용화된 게 국내에 3개가 있다고 해서 앞서간다고 말할 수 없어요.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한국이 빨리 한 것뿐이죠. 더 많은 질환에 대해 줄기세포의 효능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기초 기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정도로 기초 기술의 수준이 높지만 상용화는 아직입니다. 기초 기술, 상용 기술, 그리고 그 중간 단계의 전환 기술 삼박자가 모두 잘 진행돼야 줄기세포 강국이 될 수 있어요. 지금 국내 기술은 낙관할 정도는 아니에요. 줄기세포를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려면 더 많은 인력과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해외 줄기세포 연구와 최신 기술 흐름은 어떻습니까.

“그동안 해외 주요 대학, 글로벌 제약사, 연구소들이 꾸준히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연구는 크게 배아와 성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성 문제 때문에 각 나라 정부마다 금지 논란이 있었지만 원천적으로 연구가 봉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한 일본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역분화줄기(iPS)세포 연구로 연구 분야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iPS세포는 쉽게 설명해 체세포를 빼서 역으로 줄기세포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입니다. 환자의 조직에서 배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숙제를 푼 것이죠. 체세포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의 윤리성 논란도 피할 수 있죠. 역분화로 거슬러 올라가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면 줄기세포 생산을 효율적이고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