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MESSAGE

해가 바뀔 때마다 ‘작심삼일’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백세시대라는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왜 이리도 어려운지요. 그런데 생활습관의 변화는 이성이 아닌 감성과

더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건강 행동 변화의 핵심 요소인 ‘자아 효능감(self-efficacy)’은 관심과 칭찬, 애정 어린 격려를 먹고 쑥쑥 자란답니다.

자아 효능감이 큰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있으니, 감성 즉 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오랜 진리를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입니다.
‘작심삼일’이여 안녕! 건강 라이프스타일 튜닝 전략
“선생님, 내일부터 술도 딱 끊고 매일 수영을 해볼 생각입니다.”

새해를 맞이해 강력한 자기 결심을 하는 모습은 아름다우나 전략 측면에서는 백전백패, 작심삼일로 끝나기 십상이지요. 2013년이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자기 자책과 더불어 ‘작심삼일을 이기는 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니,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마저도 인생의 무거운 숙제이자 고뇌로 느껴져 서글픈 마음마저 듭니다.

필자의 관심 분야인 라이프스타일 의학은 비약물적인 요법으로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영역입니다. 물론 술을 적당히 하고, 담배를 끊고, 식이 조절과 함께 꾸준한 운동으로 비만을 줄이고, 심장과 혈관을 깨끗하고 튼튼히 하는 것이 백세를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에 있어 최고의 장수 솔루션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문제는 알아도 몸이 따라오지 않는 데 있습니다. ‘하루에 30분, 주 3회, 등에 땀이 날 정도의 운동’ 권유에 대해 “아무리 운동을 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며 걱정을 호소하는 내담자가 있을 정도로 우리 현대인들은 강박에 가까운 교육을 받았지요. 그러나 막상 실천하는 이는 3명에 1명꼴도 되지 않습니다.

특히나 라이프스타일이 좋지 못해 꼭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아이러니하게 운동을 더 안 하니 걱정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이 각광을 받는 것이 건강 행동 변화의 어려움에 대한 역설적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튜닝하기 위한 가볍고 즐거운 최신 전략은 없을까요.

효과적인 잔소리, 간지럽게 말해보세요

건강 행동 변화의 성공에 있어 핵심적인 심리 요소인 ‘자아 효능감’에서 힌트를 얻어 보도록 하죠. 자아 효능감은 특정한 문제를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기대감을 말합니다. 뻔한 이야기 같다고요? 물론 단순히 의지를 강하게 가지면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습관의 변화는 이성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깊이 연관돼 있기에 강한 의지력은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청개구리 저항심’을 강하게 가져오기 일쑤입니다.

즉, “당신 계속 담배 피우면 앞으로 얼마 못살고 죽어”라고 강하게 밀어 붙이는 의사의 위엄 있는 협박형 권고가 효과가 있을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담배를 피우게 한다는 겁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픈 것이 우리의 감성이기 때문이지요. 이성의 압박이 아닌 내 감성을 부드럽게 다루고 설득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아 효능감을 증진시키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첫 성공 경험’입니다. 앞의 예처럼 거창한 계획을 가지고 온 분들에게 그 의욕은 칭찬해 드리나 계획은 작게 줄이도록 말씀 드리는 까닭이 거기 있습니다.

“큰 계획에 담긴 선생님의 의지는 높이 삽니다. 그러나 작은 성공부터 실천해 볼까요. 선생님께서 일주일 후 저에게 다시 올 때까지 이 정도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다, 백 퍼센트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계획은 어느 정도일까요. 하루에 5분 걷기로 일주일에 한 번도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식이지요.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법은 실패 후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작심삼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작은 계획부터 실천하는 일입니다. 삶의 굴곡은 강력한 이성으로 드라이브해 극복하는 것이 희열일 수 있으나, 감성 시스템과 맞물린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섬세하고 작은 성공이 중요한 법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주변의 관심과 칭찬입니다. ‘이번에 내가 살을 쫙 빼고 날씬해져서 네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 식의 접근은 좋지 못합니다. 과도한 의지가 작동해 쉬 지치게 되고 감성 저항도 심해지지요.

오히려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기의 소박한 계획을 알리고 따뜻한 칭찬과 격려로 적극 지원해주기를 요청하세요.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가벼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얼마나 발달해 있습니까.

오늘 10분 사색하며 걷기 운동을 한 것을 주변에 알리고 주변에서 작은 성공에 칭찬하고 격려해 줄 때 자아 효능감은 무럭무럭 자라나게 됩니다. 자아 효능감은 이성의 의지력이 아닌 감성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의 파워를 나타냅니다.

자아 효능감이 큰 사람이 치매에 덜 걸린다는 최신 연구 결과는 새롭지만, 결국 건강이란 것은 우리 감성을 부드럽게 잘 조절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데 열쇠가 있다는 이야기니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는 점에 있어선 오래된 진리인 셈이지요.

결론적으로 자아 효능감 증대란 결국 동기부여 전략입니다. 사람의 동기란 잔소리나 핀잔으로 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멀리 도망치기만 할 뿐이지요. “운동하고 술 끊으라는 아내 잔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 술을 더 마시게 됩니다”라며 한숨을 내쉬는 중년 남성의 마음도 백번 이해가 됩니다.

“아내의 잔소리, 본질은 사랑입니다. 모성애가 근원이죠. 아내가 잔소리를 그만두었다면 선생님과 이별을 준비 중이신 거예요”라고 말씀 드리면 웃고 돌아갑니다. 그러나 잔소리는 매우 효율이 떨어지는 동기부여 전략인 건 맞습니다.

물론 사랑할수록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이 변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잔소리가 아닌 열린 질문과 칭찬이 최고의 전략입니다.

“이 웬수야, 언제까지 술 먹을 거야? 그러다 나 과부 만들 거야?”가 아니고 “여보, 술 끊기가 많이 힘들죠. 어떤 점이 제일 힘들어요? 그래도 요즘 애쓰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고 말하는 게 라이프스타일의학에서 말하는 동기부여 전략입니다. 너무 간지럽다고요? 우리 감성은 간지러움에 반응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법이랍니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