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연말, 연초엔 한 국가의 한 해 경제정책이 발표되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 시진핑(習近平) 시대가 열리면서 처음 나온 것이어서 그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작년 12월 15~16일 양일간 시진핑 총서기가 주도한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국가 기자들의 취재 경쟁이 뜨거웠고 모두들 내용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내용을 정리하고 정책의 초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시진핑 시대 원년의 경제정책…내수 확대와 민생 안정
건전한 경제 발전·내수 확대·민생·안정·도시화 등 6가지 임무

2013년 경제정책은 2012년 정책으로부터 과격한 변화는 없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작년까지는 정책 기조가 안정적이지만 빠른 속도의 경제 발전을 강조했다면 올해는 ‘빠른 속도’ 대신 ‘건전한’ 경제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고성장 만능주의 대신 속도를 늦추되 구조의 건전화를 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셈이다. 둘째, 적극적인 내수 확대를 유도하고, 셋째, 농업 기반 강화, 인민생활 향상 항목에서 보듯 민생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점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민생 안정은 2012년엔 명시적으로 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올해에는 개혁·개방 항목보다 높은 서열에 자리했다. 또한 2012년에 없던 내용으로 적극적인 도시화 추진이란 항목도 내수 및 민생 안정과 관련된 것으로 눈에 띈다.

보다 정량적인 경제 목표를 보면 조만간 있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정식 공표되겠지만 올해 목표 경제성장률은 작년보다 높은 8% 내외, 물가상승률 3.5~4% 이내, 통화량 증가율(M2) 13~14%로 예상하고 있다.

금리 정책은 탄력적으로 해나가되 부동산 상승 재연 위험을 고려해서 작년과 같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질 전망이고, 재정 적자는 적극적 도시화 추진 등을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에서 2%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성장과 같은 경제의 양(量) 중시에서 질(質) 또는 효율 중시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수출 둔화와 빈부차 등 고성장의 폐해로 내수 확대·민생 안정 필수

필자 생각에 좀 더 꼼꼼히 6가지 임무를 분석하고 연관성을 생각해보면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은 특히 내수 확대와 민생 안정으로 판단된다. 이에 대해선 중국 하면 수출 주도의 고속 성장 국가의 대명사인데 ‘왜 갑자기’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중국 정책당국 입장에서는 내수 확대가 급해졌다. 이미 넘버 투(NO.2)의 대국으로 경제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세계 경기가 둔화돼서 더 이상 수출 중심으로 고성장을 유지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또 중국 소비의 GDP 대비 비중이 37%로 미국 70%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도 향후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확대가 성장 유지에 필수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 민생 안정에 대해선 30년 가까운 초고속 성장으로 G2(미국·중국)로 급부상했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 부정부패까지 겹쳐서 폭동도 심심찮게 발생하는 등 고성장의 폐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니계수가 위험 수준인 0.6까지 올라있고 절대빈곤층 1억 명, 도시생활자이지만 공공서비스 혜택을 못 받는 농·민·공도 1억6000만 명이나 돼 불만 세력이 꽤 된다. 일반 인민들 생활을 적극 챙겨주지 않으면 사회경제 현상이 정치 현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민생 안정을 우선시하게 된 배경이다.



도시화 투자 확대·소득구조 개선 등이 주요 정책 수단

그러면 내수 확대와 민생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가 선택하고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두 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한다면 첫째, 소비도 소비지만 투자를 적극 늘려서 내수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하고 있다. 소득구조 개선과 사회보장 확대가 소비 증가에 도움이 되지만, 단기적으론 세율 개편 저항이라든지 사회보장 대상 간의 이해 갈등 등으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신속한 내수 확대에는 투자 증대가 중요한데 중국 정부는 그 대표적 재정 수단으로 도시화 투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 도시화 투자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순간 의문도 들지만, 적어도 중국에선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G2 국가라는 중국의 도시화 비율이 2010년 기준 51%로 세계 평균 52%보다 낮다.

게다가 도시의 농·민·공 변수를 빼고 계산하면 35%로까지 떨어진다. 2020년 60%를 목표로 40조 위안, 약 800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원래 35%에서 60%까지 높인다고 생각하면 40조 위안의 2배 반을 투자해야 하는 셈이니 엄청난 투자액이다.

다행히 중국의 GDP 대비 재정 적자는 30%로 미국의 100%, 일본의 210% 대비 훨씬 건전해서 아직 여유가 많다. 또 아시겠지만 도시화되면 주택건설과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수요가 는다. 교육 등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질 좋은 노동력도 늘어난다. 중국은 거대한 땅에 15억 인구로 도시화 비율을 높일 때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온갖 클러스터 단지를 만들고 도시를 새 단장해도 내수 효과가 적은 우리로선 부러울 수밖에 없다.

둘째, 민생 안정을 위해선 개인 소득 증대와 교육, 취업, 의료 등 사회보장책의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중국은 빈부차가 갈수록 커져서 2011년 소득 상위 10%의 평균 소득이 하위 10%의 23배로 미·일 빈부 차의 거의 2배다. 따라서 그만큼 소득구조 개선이 중요하고, 복지 확대라도 기왕이면 빈곤·서민층 복지를 늘려야 민생 안정, 나아가 소비와 내수 확대에 효과가 클 것이다.

구체적으론 작년 말 중국공산당대회에서 2020년까지 노동자 임금 소득을 2배로 늘리겠다, 또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선 소득세·자산세의 세율 체계, 사회보장제를 포함한 소득구조 개혁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자회견도 했다. 새 정부는 태자당, 상하이방 등 보수파가 우세하다고는 하지만, 시진핑 총서기가 취임 일성에서 “보다 나은 인민생활 건설이 나의 투쟁 목표”라고 한 만큼 중국 인민들의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3월 전인대에서 어떤 발표가 나올지 관심 포인트 중 하나다.
시진핑 시대 원년의 경제정책…내수 확대와 민생 안정
구소련의 급진 개혁 실패를 교훈삼아 점진적 개혁 추진

한편 당연한 거지만 중국도 장기간 고성장의 그늘 아래 노출된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극심한 빈부차, 정경유착, 관리의 부정부패, 과잉 중복 투자와 산업 재편에 따른 구조조정 필요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만만디(慢慢的)는 여기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모양이다.

중국의 당과 정부는 구소련의 페레스토로이카(1986~91년의 정치 개혁 및 재건 운동)의 실패를 교훈삼아 급진이 아닌 점진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개혁 성향이 강한 공청단의 리더, 리커창(李克强)이 총리로서 개혁과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분간 개혁, 구조조정보다는 민생 안정과 내수 확대에 방점이 찍힐 공산이 높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