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ISSUE

바야흐로 암 환자 100만 명 시대.

암 발병률을 근거로 하면 국민 3명당 1명꼴로 암에 걸린다고 하니

이제는 암과 ‘동행’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암 환자의 생존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암은 두려운 존재인 것이 사실.

최근 에이티젠이 출시한 ‘NK 뷰 키트’는 암과 밀접하게 연관된 측정지표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 "암 발병 가능성 예측 시대 열었다"
박상우 대표는…
1969년생
1996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96~2001년 삼성증권
2002년~현재 (주)에이티젠 대표


1시간을 훌쩍 넘긴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의 ‘친절한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사실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깨닫지 못했다. 요즘 암 치료 방법에 자주 등장하는 ‘면역세포’를 통해 향후 내 몸에서 암이 발병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알려주는 지표 정도로만 생각했던 게 사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이티젠이 최근 내놓은 ‘NK 뷰 키트’는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화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암 혹은 암에 준하는 심각한 질병이 현재 내 몸 안에 자라고 있는지, 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획기적인 검사 키트다.

물론 세상에 전혀 없었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해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시간적, 비용적, 정확도의 문제 등으로 일반화되지 못했던 것이 이번 검사 키트 출시와 함께 대중에게 파급될 수 있게 됐으니 국민 건강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 셈이다.



먼저 NK세포라는 게 무엇이고, 또 암과 어떤 연관이 있나요.

“NK세포는 자연살해세포라고도 부르는데 혈액에 있는 백혈구의 일종이에요. 백혈구 면역세포 중 NK세포의 비율은 5~10%로, 정상인의 경우는 NK세포의 수가 약 50억~100억 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암세포는 우리 몸 안에서 매일 생겼다 죽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암세포를 제일 먼저 공격하는 게 바로 NK세포죠.

암 발생 초기에 직접 암세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다가 잘 안 된다 싶으면 또 다른 면역 세포인 T세포와 B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 신호를 보냅니다. 즉 NK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최전방 부대이고, T세포와 B세포는 후방 부대인 셈이죠.”

그렇다면 NK세포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게 암 예측에 있어 왜 유의미한가요.

“우리 회사가 이번에 개발한 ‘NK 뷰 키트’가 바로 NK세포의 활동성을 측정하는 키트인데요, 비유하자면 전쟁터에서 쓰이는 총과 대포의 ‘총알’이나 ‘포탄’ 같은 겁니다. 총과 대포가 아무리 많아도 결국 총알과 포탄이 많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처럼 NK세포의 활동성이 높을수록 건강하고, 낮을수록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에 걸려있거나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NK세포와 암과의 상관관계는 1980년대부터 전 세계 학자들이 연구해온 분야입니다. 당시에는 NK세포의 숫자를 쟀죠. 암이 발생하면 당연히 NK세포가 많이 생성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별 상관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들어 NK세포의 활동성을 연구했더니 암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게 밝혀진 겁니다. 전 세계에서 관련 논문이 수도 없이 발표됐지요.”

그렇다면 에이티젠의 검사 키트는 뭐가 다른 건가요.

“전통적 검사 방법인 세포독성분석법(cytotoxicity assay)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2주의 기간이 소요되고, 비용이 1인당 우리나라 돈으로 220만 원이에요. 거기다 연구원 1명당 한 달간 4~5명의 것만 처리할 수 있고, 누가 실험을 하느냐에 따라 오차가 크죠. 연구나 논문을 위한 방법일 수는 있어도 상업화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개발한 검사 키트는 방법을 달리해 48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고, 비용도 10분의 1에 불과해요. 연구원 1명당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것을 처리할 수 있고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졌죠. 다시 말해 기존의 이론을 단순화해서 커머셜라이징할 수 있도록 만든 게 ‘NK 뷰 키트’예요.”

이 검사 키트의 개발이 의학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내 여러 건강검진센터에서 ‘NK 뷰 키트’를 통한 NK세포 활동성 수치 측정을 시작하게 될 거예요. 이미 시작한 병원도 있고 여러 병원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즉, 지금까지는 암과 밀접하게 관련된 측정지표가 없었는데, 건강검진 시 혈액을 채취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암과 관련된 의미 있는 결과를 볼 수 있게 된 겁니다.”

NK세포 활동성 수치가 낮을수록 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그렇죠. 활동성이 낮게 나올 경우에는 암세포가 생겼을 때 NK세포가 공격할 능력이 없음을 뜻하는 거예요. NK세포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게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검사 전날 혹은 당일의 컨디션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치가 낮게 나올 수 있지만, 만일 활동성 수치가 낮은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암이 발생할 확률이 100%에 가까워지는 거죠.”

암 발병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활동성 수치는 어느 정돈가요.

“키트 개발 과정에서 수많은 임상시험을 했어요. 암 환자 7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결과 3~4기로 전이된 암 환자의 96%가 활동성 수치 0~50 사이였어요. 만일 검사 결과 그 정도라면 암이 있거나 그에 필적할 만한 심각한 병이 있을 수 있는 거죠.

신장투석 환자의 경우도 수치가 그 정도 낮게 나왔어요. 또 0~2기 암 환자는 대부분 수치가 50~70 사이였어요. 활동성 수치 50~300이 나오면 경계치로 봅니다. 300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보지만, 정상인 평균은 750 정도예요.

물론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20대의 경우 정상인은 1500 정도가 나오죠. 사실 이번 키트 개발은 애초 목적이 암을 찾기 위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NK세포 활동성이 낮은 그룹을 찾다 보니 암 환자였던 겁니다. 실제로 40대 후반의 여자 분은 임상에 참여했다가 암을 발견하기도 했어요.”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 "암 발병 가능성 예측 시대 열었다"
유전자 검사 등으로 향후 발병 가능한 암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방법과 NK세포를 통한 예측은 어떻게 다른 건가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가능한 암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SNP(Single-Nucleotide Polymorphism)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검사법은 암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다수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수집해 피검사자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거예요.

즉 유전적 원인으로 인해 장래에 암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예방의학이고, ‘NK 뷰 키트’를 통한 활동성 검사는 현재 몸속에 암세포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진단의학이라고 할 수 있죠.”

에이티젠은 단백질 항체 시약 전문 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는데요, 진단 키트 쪽으로 특화하는 건가요.

“우리 회사가 생산 중인 제품은 2500가지 정돈데 단백질하고 항체 시약이에요. 단백질 항체를 스스로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건 우리가 유일하죠.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을 비롯해 전 세계에 우리 거래처가 200군데 정도 있어요.

‘NK 뷰 키트’는 우리 회사의 두 번째 키트 제품이에요. 지난 2011년에 전 세계 최초로 신종플루 항체 진단 키트를 출시했는데 허가를 받는 시간 동안 신종플루가 다 지나가 별 재미를 못 봤어요. 앞으로는 개별 암 쪽으로 접근해 진단 쪽으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NK세포의 활동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나요.

“웃음이 첫 번째 방법이에요. 그다음이 운동이죠. 운동선수들의 활동성을 재보면 거의 1500이 넘어 2000까지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운동 후 수치를 측정하면 확 올라가는 것도 확인했죠. 식습관도 중요해요. 패스트푸드 등을 멀리하고 금주, 금연은 필수죠. 그중에서도 가장 안 좋은 게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겠지만 조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