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외

국내 뮤지컬 시장 규모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창작 뮤지컬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지난해 비교적 많은 수의 창작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수익 면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 그러나 올해는 출발이 좋다. 지난해 대비 작품 수는 줄었어도 신작이 늘어난 데다 올해 첫 창작 뮤지컬인 ‘살짜기 옵서예’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ON STAGE] 창작 뮤지컬이 몰려온다
한국 최초 창작 뮤지컬의 ‘의미 있는’ 귀환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천하일색 제주 기생 애랑과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순정과 지조를 지키려는 배비장, 의도치 않았지만 그들의 운명적 사랑에 가교 역할을 하게 되는 신임 목사와 익살스러운 방자의 계략이 어우러진 ‘배비장전’의 흥미로운 스토리가 현대적 무대와 만난다.

한국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CJ E&M·뮤지컬 해븐 공동 제작)’가 초연 이후 반세기를 지나 다시 관객들을 찾아온다. 한국 최초의 창작 뮤지컬인 이 작품은 1966년 10월 26일 개막해 4일간 7회 공연 만에 무려 1만6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위력을 보여주었고, 이를 기념해 10월 26일은 ‘뮤지컬의 날’로 제정되기까지 했다.

뮤지컬의 불모지였던 한국 공연계에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물론,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서양 음악의 형식에 담은 한국적 가락과 발레 기법을 응용한 안무로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당시 오케스트라, 무용단, 합창단, 배우들을 모두 합쳐 총 100여 명이라는 대규모 출연진 또한 이례적이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연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의 귀환답게 최고의 캐스팅과 제작진, 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무대 기법 등이 총동원된다. 초연에서 가수 패티김이 맡았던, 배비장을 유혹하는 제주 기생 애랑 역할은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김선영이 맡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노래할 배비장 역할은 드라마와 뮤지컬을 오가며 활동 중인 최재웅과 천상의 목소리로 평가받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가 더블 캐스팅 됐다.

거기다 신임 목사 역할에 송영창, 박철호가 더블 캐스팅 되는 등 주·조연의 탄탄한 연기 조화 또한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2011 차세대 콘텐츠 동반성장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홀로그램 및 3D 매핑 등 차세대 문화 기술을 통한 무대 메커니즘을 구현하는 등 더욱 업그레이드된 형식과 규모의 무대를 선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미 공연을 시작한 소극장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3월 10일까지·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 대한 반응도 호평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낯선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여섯 명의 남북 병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신비의 여신 이야기가 유쾌하게 그려지며 희망과 웃음을 전한다. 이 작품은 2012년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2012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 지원 부문과 예그린 앙코르 우수작으로 선정된 ‘날아라, 박씨!(2월 16일~3월 17일·PMC자유소극장)’도 기대작이다. 고전 ‘박씨부인전’을 창작 뮤지컬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액자극 형식이다.



info.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기간 2월 16일~3월 31일 장소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문의 1588-0688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