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이해 부족한 노후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부분의 질문은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펀드 투자와 같은 재테크 관련 질문이다. 노후 자금이 부족하게 된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그 원인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많지 않다. 그러나 재테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노후 자금이 부족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RETIREMENT PLAN] 부모의 미래, 자녀의 미래
지난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5060세대 648만 가구 중 42%에 해당하는 271만 가구가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빈곤층이란 부부가 월 94만 원 이하로 생활해야 하는 가정을 말한다. 은퇴빈곤층 전락 위험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수명 연장, 금리 저하, 조기 퇴직 등에도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녀교육비·결혼 비용의 과다 지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일본의 부모들은 ‘대학등록금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대학등록금은 자녀 본인들이 융자를 받아서 다니고 취직 후에 갚아나갈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결혼 비용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또 다르다.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가 부모로부터 결혼 비용을 약간이라도 도움을 받으려 한다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다가 “어떻게 약간만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라는 식으로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상당 부분을 부모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자녀교육비·결혼 비용 지출 많아

문제는 비용의 규모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55세 이상 퇴직자 500명을 대상으로 퇴직자의 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충분한 준비 없이 퇴직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은퇴 준비를 못한 이유로는 ‘자녀교육비’때문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교육비 지출을 줄이지 않고서는 노후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결혼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중간 소득층 가정에서 지출하는 결혼 비용은 아들이 8000만 원, 딸인 경우에는 4000만 원 정도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만 둘 있는 가정의 경우에는 무려 1억6000만 원이 든다는 계산이 된다. 전국 평균이 이 정도이기 때문에 수도권 가정에서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정도로 비용을 지불할 경우 문제는 자신들의 노후 자금이다. 예전의 부모세대들처럼 노후생활비를 자녀에게 의존할 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 기간은 평균 5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100세 시대에는 25~30년으로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자녀도 노인인데 어떻게 부모를 도와줄 것인가.

지나친 자녀교육비·결혼 비용 지출로 인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이 과연 자녀들의 장래에 도움은 되는가에 대해서도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켜서라도 자녀가 시험만 잘 보게 하면 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붕괴돼 가고 있다. 사(士)자가 붙는 시험에 합격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평론가 이어령 박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이제는 일반 직장인들도 자영업자와 같은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에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선 자녀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통해 자립심을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육비와 결혼 비용을 아낀 돈으로 자신은 3층 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두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이라고 하면 부자가 많은 나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부자가 많은 것보다는 대부분의 국민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를 공적·사적연금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가 진정한 복지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주요국의 노후 주요 수입원을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다.
[RETIREMENT PLAN] 부모의 미래, 자녀의 미래
살아 있을 때 부담 안돼야

2010년에 우리나라, 미국, 일본, 독일에서 60세 이상의 퇴직자를 대상으로 ‘노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응답자들의 경우에는 ‘자녀의 도움을 받는다’는 대답이 30%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것은, 1980년의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72%를 차지했었다는 점이다. 30년 사이에 자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이 이렇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미국, 일본, 독일에서는 공적·사적연금의 비중이 60~80%로 가장 높았고, 자녀의 도움을 받는다는 비율은 1%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10년쯤 후에 이런 조사를 한다면 ‘자녀 도움’의 비율이 이들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에 현재 13% 정도인 연금 의존 비율이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가정의 연금가입률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1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예상 월 평균 연금 수급 예상액은 62만 원 정도로 월 적정 생활비 180만 원의 3분의 1, 최저 생활비 118만 원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퇴직연금 가입률은 9%, 개인연금 가입률은 32%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현재로서는 국민연금만한 노후 대비 저축 상품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가정주부도 임의 가입이 가능하므로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같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60세까지 불입한다면, 노후 자금 마련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직장인은 퇴직연금에도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연금저축, 연금보험과 같은 개인연금에 가입해 보완한다.

100세까지 살지, 110세까지 살지 알 수 없는 이른바, 장수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몇억 원을 모아두는 것보다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최저 생활비 정도를 3층 연금, 즉,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두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재테크를 통해 풍요로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를 못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현역시절에 모아둔 목돈이 있다면 이를 즉시연금에 가입해 매월 생활비를 받아쓰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모아둔 목돈도 없다면 살고 있는 집을 금융기관에 맡기고 생활비를 받아쓰다가 세상을 떠날 때 정산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는 주택연금이다.

100세쯤에 세상을 떠나면서 자식에게 집을 물려줘봐야 이미 그 자식은 70세쯤이 돼있을 것이다. 물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살아 있을 때 부담을 주지 않는 편이 자식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강창희 미래와 금융 연구포럼 대표
일러스트 허라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