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LEADER'S MANNER

인간관계에서 기본으로 꼽히는 매너는 그 사람의 이미지에 대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치밀함과 열정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지적’ 유형의 스타일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이미지 또한 세심한 매너에서 더욱 돋보인다.

이 시대에 매너는 글로벌 리더의 진짜 경쟁력이다.
좋은 매너의 ‘교과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닮고 싶은, 전 세계인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겸손을 강조하는 외유내강의 리더다. 유능함과 성실함을 함께 갖춘 사람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부지런함에 약속을 잘 지키는 매너까지 갖췄다면 더욱 그렇다.

반 총장은 카리스마 있는 인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인상에서는 지금까지 그의 인생을 이야기해주듯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열정이 보이고, 교육에 의해 준비된 치밀함이 보인다. 그는 치밀함과 열정이 제대로 어우러진 전형적인 ‘지적’ 유형의 스타일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반 총장의 만장일치 연임을 부러워하는 발언을 한 뒤 “반 총장의 연임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친동생인 반기상 씨는 어린 시절의 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 10번 써오라고 하면 그냥 다 써가더라. 솔직히 나는 5번만 써갔다. 숙제들이 많기 때문에 원칙대로 10번 써가기 쉽지 않았다.”

그만큼 원칙을 고수한다. 그렇다고 카리스마 있는 인상은 아니다. 그가 평생 해온 공부처럼 철저하게 그의 이미지는 교과서적이다. 교육받은 치밀함이다. 반 총장은 “영어도, 유머도, 친절도 공부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를 담은 수백 장의 사진과 수십 편의 동영상 모두 교과서적인 그의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다.



영어도, 유머도, 매너도 공부하는 사람

반 총장에 대해 언론이나 인터넷에 오른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분석하면서 그의 키워드 중 하나인 ‘공부’답게, 그의 이미지와 행동은 지극히 교과서적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각하는 법은 당연히 없고 자투리 시간도 아껴서 자기관리에 활용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프랑스어를 배우기도 했다. 비행기 도착 시간은 거의 현지 시간 아침으로 정해 공항 도착 후 바로 출근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짠다. 일에 접근하는 그의 자세는 말로 하는 것보다 평상시 그의 행동을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그는 매너도 배웠다. 인간관계에서 매너가 기본이라는 것은 다들 알지만 막상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우위에 선 ‘갑’은 아래에 있는 ‘을’이 배워야 할 것이 매너라고 인식한다. 정치권에서도 소통을 해보겠다며 대중 속으로 뛰어들지만 정작 상대방을 대하는 매너에 대해선 고민이 부족하다.

매너는 사랑, 존중, 존경을 담은 내적 이미지로 실체를 보여주는, 자신의 이미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매너는 습관이고 태도이기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이 없는 가식적인 매너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기도 한다. 자신의 입장에서만 소통하려 할 때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다.

매너는 사실 기본적인 약속의 다른 말이다. 정치인들이 선거철에 공약을 내걸고, 기업들이 상품을 팔기 위해 광고를 한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공약과 광고를 전적으로 신뢰하는가. 매너 있는 사람들이 환영받는 이유는 약속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약속을 잘 지켜 브랜드 매너를 지키는 정치인과 기업이 지속적인 믿음을 얻을 수 있다.

외교관은 해외에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파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반 총장이 교과서적 매너로 무장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뒷짐을 지고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거나 팔짱을 끼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공인으로서 기본 매너다.

반 총장의 열정은 대중과 인사하는 몸짓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더 다가가고자 하는 몸짓으로 손을 아주 높이 올려 크게 손짓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표정은 밝고 환하며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연임이 확정됐을 때 그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는 아시아의 인사법을 보여줬다. 또 본인의 고향인 충청북도 음성으로 직접 찾아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돌아온 뒤에도 이필용 음성 군수에게 친필 사인이 된 감사 편지를 보낼 만큼 세심한 매너가 몸에 배어있다.


매너는 사랑, 존중, 존경을 담은 내적 이미지로 실체를 보여주는, 자신의 이미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매너는 이미지에 대한 화룡점정이다

반 총장의 손짓 매너는 네 가지로 분석된다. 두 손을 모으고 앉거나 서있거나, 차렷 자세로 바지 옆 재봉선에 손을 가지런히 내려놓거나, 오른손을 높이 올려 손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두 손을 펴고 함께 올려서 연설이나 인터뷰에서 강조하는 바를 나타낸다.

그는 미디어에 접근하는 방식, 사진의 프레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철저히 그 각도 안에서 움직인다. 주제에 따라 역동적이거나 부드러운 감정을 싣는다. 그리고 손을 가슴 위치만큼만 올리고 그 이상 올리는 경우도 없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가슴 높이까지 손을 올려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고 국제 분쟁을 중재해야 할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매너는 강요에 의해 억지로 만들 수는 없다. 어느 심리학책에서 재미있는 실험 이야기를 읽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퍼즐을 시키면서 절반의 학생에게는 성적에 따라서 돈을 주고 나머지 학생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는 실험이다. 그 결과 오히려 보수를 받은 학생 쪽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퍼즐에 대한 흥미를 빨리 잃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해서 한다’는 자율적 느낌이 돈을 받음으로써 오히려 ‘시켜서 한다’는 굴욕감으로 변형되고 자신을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친절이나 매너도 마찬가지다. 강요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면 일반적인 룰과 조금 다르다고 해도 관계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인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원만한 인간관계가 그만큼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요건이 된다. 언젠가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이건 대표가 했던 말이 있다. 책상을 보면 사람의 성격은 물론 일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를 위해서 무엇보다 주변을 잘 정리 정돈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이 어지럽고 산만하면 일처리 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무엇을 빠뜨린다거나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또 필요한 물품을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주위 사람에게 폐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매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작은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진심이 배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매너이고, 한 사람의 이미지에 대한 화룡점정인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는 매너는 세상만사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 하나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매너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이다. 상대방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 알고도 모르는 척 넘어갈 수도 있고, 상대방이 무안함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잘못된 점을 시정하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스스로 먼저 변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다. 교과서적 원칙의 상징, 약속을 잘 지키는 반 총장은 공인으로서 기본 매너를 가장 잘 지키는 인물이다. 한 전문가는 그의 성공 키워드로 ‘좋은 매너’를 꼽기도 했다.


허은아 (주)예라고 대표
일러스트 김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