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 환경은 어떨까. 중위험·중수익이 대세라고 하는데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내 투자 패턴을 따라가야 할까. 물론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알고 있으면 길이 보일 터. 현실적으로 ‘저수익·중수익·고수익’의 경계는 어디인지부터 투자자 성향별·자산 규모별 포트폴리오까지 조한용 삼성증권 금융상품담당 이사에게 들어봤다.
내 안전 자산이 낼 수 있는 수익을 따져본 후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정도 안에서 주식 쪽에 편입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게 현명한 기준입니다.
내 안전 자산이 낼 수 있는 수익을 따져본 후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정도 안에서 주식 쪽에 편입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게 현명한 기준입니다.
올해 금융시장의 전반적 환경은 어떨 것으로 전망합니까.

“그동안 시장 여건은 위험 자산 쪽이 1년 반 정도 계속 박스권 안에 갇혀 있었어요. 주식이 대표적이지요. 그 배경에는 몇 번의 폭락을 경험하며 시장에 속았던 전력이 작용하고 있어요. 2013년 장은 박스권을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투자 전반의 컨센서스가 그래요. 우리나라 주식 관련해서는 높게 보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2300을 맥스, 하단은 1900 정도로 봅니다. 그 정도라고 하면 다운사이드가 5%, 상단이 15%이니 해볼 만한 때인 거죠.”

주식시장 쪽으로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겠네요.

“여건은 되는데 말씀드렸다시피 여러 번 시장에 속았다는 이유로 자금이 쉽게 들어갈 거라곤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금이 확보돼 시장에서 나오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마음 고생을 했던 사람들이 수익을 실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죠.”

중위험·중수익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이 뭔가요.

“그게 투자의 정답이라서가 아니라 투자자의 트렌드 때문이죠. 사실 시장이 안 좋을수록 위험 자산 포지션을 늘리는 게 맞는데 그렇게 하기는 불안하고, 또 채권은 금리가 낮아 고액 고객 입장에서는 매력적이지가 않은 겁니다.

더구나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아져 세금 떼면 채권의 경우 실제 금리가 1%대라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중위험·중수익이 대안으로 떠오른 거예요. 금융 상품 판매자 입장에서는 고위험 쪽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잘 안되니, 투자 테마가 그 정도의 리스크를 갖는 상품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당분간은 이 트렌드가 유지되는 건가요.

“개인투자자들은 잘 변하지 않아요. 그건 우리나라나 해외나 마찬가지예요. 투자자들이 바닥을 찾아서 들어오고 싶어 하는데, 진짜 바닥에서는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해요. 반대로 꼭대기에서 팔려고 안고 있다가 결국 못 팔고 떨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투자에 있어 타이밍이란 건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정말로 영향력 있는 소수가 아니면 성공적일 수 없어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에 머물러 있으면서 위험 자산 비중을 늘렸다 줄였다 조절하는 게 중요한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지가 않죠.”

저위험·저수익, 중위험·중수익, 고위험·고수익의 ‘현실적’ 경계는 어떻게 됩니까.

“기대수익률만의 문제가 아니라 변동성과 비례해 생각해야 해요. 가격이 1년 후에 얼마나 변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즉 가격 변동성을 투자 의사 결정의 지표로 삼아야 하는 겁니다. 가령 국내 채권형 펀드 같은 경우 1년에 변동성이 3~4%인데 기대수익률이 4%라고 하면 운 좋으면 7%, 운 나쁘면 1%의 수익이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수익률의 범위가 되는 거죠.

보통 1년을 단위로 환산하는데 저위험·저수익이라고 하면 변동성에 따른 1년 후 수익이 5% 정도, 중위험·중수익은 플러스마이너스(±) 5~10%, 고위험·고수익은 플러스마이너스 20%보다 좀 낮은 수준이라고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험 정도나 그에 따른 수익률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겠죠.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몇 %를 기대하냐고 물으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두 배, 80~90%의 사람들은 20~30% 수익을 이야기했어요. 요즘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보통 15%를 얘기합니다. 주식 변동성이 큰 건 시장 자체의 속도가 굉장히 빨리 성장하는 시대에나 가능한 얘기였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수가 400에서 1500까지 가기도 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선진화되면서 변동성이 줄었고 그만큼 일확천금의 기회도 없어졌어요.”

올해 경기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데요. 투자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경기가 주가에 꼭 비례하지는 않아요. 여러 문제 때문에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주가는 좋아질 거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에요. 유동성이 풀린 것도 있고 과세 부분도 변수죠. 주식이 대표적인 비과세니까요. 또 주가가 경기보다 선행해요. 경기가 바닥이 확실하다고만 하면 주가는 올라가기 시작하거든요.

지금 경기는 바닥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는 환율이에요. 우리나라 경제가 외부와 교류 없이 내수로만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지나치게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 기업이 누렸던 비교 우위가 낮아져 경기뿐만 아니라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절세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렇죠. 아마 점점 기존의 비과세 혜택 등이 줄어들 겁니다. 어느 나라나 잘살게 되면 분배를 이야기하고 복지를 논하죠.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당연히 다음 수순은 과세가 강화되는 거예요. 올해 출범하는 새 정부뿐만 아니라 그다음 정부에서도 과세는 강화될 수 있어도 줄어들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올 한 해 자산가들의 관심은 혜택이 만료되기 전에 비과세 상품에 가입하는 데 집중될 거예요. 직장인들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상품에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산규모나 형태에 따라서도 투자 스타일이 달라질 필요도 있지 않나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는 별로 편차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고객의 성향이나 스토리에 따라 선호 스타일이 다를 수는 있죠. 가령 부동산만 하는 경우가 있고 사업에만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거기다 금융 투자까지 같이 하는 경우도 있겠죠. 제일 많은 게 부동산과 사업을 같이 하는 경우이고 금융 투자만 하는 경우가 가장 적어요.

전체 자산을 가지고 이야기하려면 이런 부분을 다 포함해야겠지만, 금융 투자만 갖고 이야기한다면 특별히 고액자산가라고 해서 꼭 해야 하는 상품은 없다고 봅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상품에 따라 금액에 진입장벽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헤지펀드만 해도 개인이 할 경우에는 5억 원이잖아요. 우리 회사 랩어카운트 상품 중에도 최소 규모가 5억 원인 상품이 있어요. 이처럼 금액이 적으면 접근이 불가능한 상품은 주로 고액자산가들에게 적합하죠.”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면 좋을까요.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달라질 텐데요, 일반적으로 웬만하면 원금 손실을 안 보고 싶은 극보수적 투자자의 경우엔 주식이나 주식 관련 자산에 10% 정도 배분하면 될 겁니다. 가령 10억 원이 있다고 하면 1억 정도를 주식 쪽에 투자하는 거죠. 나머지 9억을 금리 3%로 은행에 넣어두었다고 가정하면, 전체 자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원금이 깨질 염려가 거의 없을 겁니다.

3~4% 정도의 손실은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30% 정도를 주식이나 주식 관련 자산에 편입하면 되요. 역시 10억을 기준으로 한다면, 3억에서 30% 손실이면 9000만 원인 거잖아요. 이게 전체 자산으로 하면 9%인데, 나머지 7억에서 수익이 나니 보완이 되는 거죠. 반대로 수익이 날 경우엔 그만큼 플러스가 되는 거고요. 결과적으로 내 안전 자산이 낼 수 있는 수익을 따져본 후 감당할 수 있는 손실 정도 안에서 주식 쪽에 편입하는 비중을 결정하는 게 현명한 기준입니다.”

끝으로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투자자들이 시장 상황이나 투자하는 상품 등에 대해서 알고 배팅하는 것과 모르고 배팅하는 것은 차이가 커요. 최대 얼마나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손실이 날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계획도 분명히 서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런 플랜을 세우려면 시기를 길게 잡아야 해요. 그래야 투자 가능한 상품도 더 많아지고 보다 유리한 시점에서 포지션을 조절할 기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조한용이사…
1969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석·박사
한국투자신탁증권
삼성증권 상품개발팀장 (현)삼성증권 상품개발담당


박진영 기자 bluepjy@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