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저위험·저수익 상품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저금리 심화로 수익률은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저위험·저수익을 선호하더라도 자산 중 일정 비율에는 변동성을 부여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리스크 선호도별 투자 전략] 분산투자 절세 효과 거두는 포트폴리오 구성하라
국내에서 저위험·저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부터다. 주식, 원자재 등 각종 경기지표가 등락을 거듭하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 회피 수요가 높아진 까닭이다. 가격 변동이 큰 시기엔 수익률이 좀 낮더라도 원금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중 금리보다 1~2% 높은 기대수익률을 지닌 상품들을 저위험·저수익 상품으로 분류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는 개별 주식 또는 주가지수의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은행의 예·적금보다는 이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성이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례로 ELS의 대표적 형태인 녹아웃(knock-out)형 상품은 만기까지 가입한 종목이나 주가지수의 상승률이 미리 정해둔 수치에 한 번이라도 도달하면 고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일 정해둔 수치를 넘지 않을 경우에도 기초 자산 상승률에 참여율을 곱한 값을 수익으로 배분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 하나의 원금보장형 상품인 파생결합증권(DLS)은 환율, 이자율, 금, 은 등 실물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금융 상품이다. 최근엔 금이나 은 지수를 연동한 DLS 상품이 주목받는 추세다. 양수경 신한은행 신한PB이촌동센터 팀장은 “지금은 금 가격이 많이 떨어진 원화 절상 상태로 이런 시기엔 금 가격 추이를 달러로 하는 상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저금리 시대의 포트폴리오 구성법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산을 ELS, DLS와 같은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이들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워낙 낮아 세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 이상의 ‘플러스알파(+α)’를 추구하는 투자의 목적을 상기한다면 무조건 원금 보장 상품만을 고집하기보다 일정 비율의 위험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취지에서 지난해 크게 주목받은 상품이 채권이다. 원금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고, 가장 위험도가 낮은 국공채부터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까지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질수록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채권 중에서 저위험·저수익 성향의 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은 물가연동국채다. 원금과 이자를 물가에 연동시켜 불확실한 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자체적으로 해소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2014년까지는 물가 연동으로 발생하는 원금 상승분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절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물가채는 10년 만기 채권으로 3년 이상 보유했을 때 분리 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채권에 투자하며 분산투자 효과를 노리고 싶다면 채권형 펀드가 적합하다. 자금 운용 비율이 주식형 30% 미만으로 비교적 낮은 변동성을 지닌 상품이다. 시중은행 금리가 3%라면 4~5% 정도의 기대수익률로 운용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추구가 가능하다. 환매를 통한 유동성 확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의 편입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멀티에셋펀드도 주목할 만하다.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금·은과 같은 원자재, 리츠(부동산) 등의 자산에 나누어 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자산에 투자할 때보다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양수경 팀장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안전 자산에 60%를 담았다면 나머지 40%의 비중은 채권형 펀드나 멀티에셋펀드, 금 등에 나누어 일정 부분 변동성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산을 ELS, DLS와 같은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워낙 낮아 세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산을 ELS, DLS와 같은 상품에만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이들 상품은 기대수익률이 워낙 낮아 세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 효과 노리고 유동자금 확보하라

저위험·저수익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절세’다.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액이 4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낮아지면서 세제 혜택을 가진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빠져나가는 돈만 잘 지켜도 일정 부분 재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일례로 분리과세 채권, 비과세 채권 등에 투자하면 채권 투자 시 발생하는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장은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런 상품에 투자할 때는 단순한 제시 수익률보다 세후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공모주 펀드 역시 눈여겨볼 만한 상품이다. 기업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만들어지는 공모주 펀드는 자산의 10~30% 정도만 공모주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은 국공채와 같은 안정적인 펀드로 운용하므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다. 채권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여하지만 공모 차익은 비과세로 절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절세에 초점을 맞춰 ‘금’과 같은 실물 자산 투자도 생각해볼 만하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에서도 달러화 자산보다 금 보유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금 통장, 금 펀드 외에 골드바를 판매하는 상품도 나와 있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점은 유동 자금을 확보해 놓으라는 것이다. 저위험 관련 상품들은 대부분 장기 상품이 많아 저위험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대개 포트폴리오가 장기 투자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업어음(CP) 등 좋은 고금리 상품이 나올 때 자칫 장기 자산에 묶여 알짜 상품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1~3개월 단기 적금에 가입해 일정 부분의 현금은 유동 자금으로 마련해두고, 장기와 단기의 투자 균형을 맞추는 것이 현명한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이다.



김보람 기자 bramvo@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