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치료는 자궁의 이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밝혀내 재발을 방지하는 데 주력한다. “아, 벌써 그때가 돌아왔구나.” 아랫배가 알싸한 신호를 보내오면 대학생 김소영(가명) 씨는 생리가 시작됐음을 직감한다. 처음 생리를 했을 땐 이렇게까지 심하진 않았는데, 생리 주기가 자리 잡고 성인이 되면서 통증이 심해졌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다리에 쥐가 난 듯 뻐근한 느낌에 생리 때만 되면 몸을 움직이기 고통스럽다. 침대에서 뒹굴다 바닥에 엎어지기를 반복하며 그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일(?)을 치른다. 간간이 중요한 일이 있으면 진통제도 먹는데, 진통제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그마저 인내심으로 버티고 있다.
생리통은 여자의 숙명일까? 그렇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생리통을 겪어야 하지 않을까? 생리통은 자궁이 보내는 건강 이상 신호다. 특히 이렇게 심한 생리통은 주로 자궁내막증에 의해서 일어난다. 이를 간과하고 그대로 방치한다면 나중에 더 큰 질환이 돼 건강을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른다.
김 씨는 친구들의 권유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으러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자궁내막증 판정을 받았다. 자궁에 혹이 생겼다는 말은 가끔 들어보았는데 자궁내막증이라는 병명은 이름 자체가 생소했다. 아직 결혼도 안했고 언젠가 아이도 낳아야 하는데 병이 있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난 그녀는 고민 끝에 한의원을 찾았다.
“큰일 났어요, 원장님.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자궁에 병이 생겼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아이를 갖는 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에요?”
자궁내막증은 자궁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부위인 난소나 난관, 골반 등에 유착돼 월경 때마다 자궁과 함께 부풀어 오르고 출혈을 일으키며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김 씨가 앓았던 극심한 생리통은 자궁내막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다행히 그녀는 아직 자궁내막증이 심하게 진행된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궁내막증을 방치할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병이 점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여성들이 생리통으로 병원에 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생리통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기피하고 진통제 복용을 반복하다가 자궁내막증이 점차 진행되면 자궁 내 유착이 심해져 불임까지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자궁내막증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방에서 자궁내막증은 호르몬 약물 요법을 쓴다. 내막으로 인한 유착이 심할 경우엔 수술로 치료한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는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의존적으로 만들기 쉽다. 또 호르몬 치료나 수술 치료 모두 이미 생긴 내막을 처리하는 데에만 집중돼 있고, 왜 내막이 자궁을 이탈해 다른 곳에 증식하는지 근본 원인을 밝혀 치료하지는 못한다. 자궁내막증은 재발이 잘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한방 치료는 자궁의 이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밝혀낸다. 자궁내막증은 자궁의 기혈이 흐트러지거나 혈행이 원만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어혈이 있어서 자궁의 혈액 순환이 잘되지 않아 허혈 상태가 됐는지, 기혈이 부족한 영양 부족 상태인지 증상과 맥에 따라서 근본 원인을 진단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런 근본 원인을 바로 잡는다면 질환 치료도 가능하고 향후 임신에도 큰 문제가 없다. 약물로 치료를 하면서 각자의 생활 스타일도 조정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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