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 F1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매년 열리는 유일한 대회. 전 세계를 순회하는 12개 팀과 24명의 드라이버. 자동차라기보다는 ‘달리는 기계괴물’에 가까운 머신. 터질 듯한 굉음과 짜릿한 스피드가 가득한 ‘2012 F1 코리아그랑프리’ 현장을 찾았다.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 코리아그랑프리(KGP)가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열렸다. 지난 2010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3년째를 맞이했다.

올해 KGP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챔피언십 선두 다툼, 세 번의 대회 중 가장 좋은 날씨 환경, 황제 미하엘 슈마허의 마지막 국내 레이스, 월드스타가 된 싸이의 공연 등 갖가지 흥행요소로 가득했다. 이를 증명하듯 14일 결선에만 8만6259명이 서킷을 찾는 등 사흘 동안 16만4152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은 눈으로 F1을 바라보지는 않았을 터. 머니는 14일 F1 대회 현장을 방문한 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에게서 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대회 내용과 운영, 시설 등 2012 F1 KGP를 정리해본다.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흥미요소 가득한 2012 시즌

미하엘 비터스하겐(Michael Wittershagen·35) “F1 취재를 위해 독일에서 왔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오는데 미디어 입장에서 본다면 KGP 운영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아요. 첫날 미디어 셔틀버스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못 받아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많이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올해 F1은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시즌 초반 알론소가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놨지만 8월 휴식 기간이 끝난 후 지난해 챔피언인 페텔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1, 2위의 점수 차가 얼마 나지 않아요. 이미 우승이 정해진 상황에서 치러져 약간 김이 샜던 지난해 KGP와 비교하면 박진감 넘치는 상황이죠. 또 DRS 존 등 이번 시즌부터 달라진 규정으로 레이스 중 추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점도 F1 2012 시즌을 재밌게 만들고 있고요.”

올해 KGP 결승은 그 자체의 우승자보다 시즌 전체 월드챔피언을 가리는 포인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KGP 전까지 시즌 랭킹 1위는 194점의 페르난도 알론소(페라리). 그 뒤를 2010·2011 시즌 챔피언인 세바스티안 페텔(레드불)이 190점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알론소가 KGP 직전에 열린 일본그랑프리에서 리타이어(경기 중 사고나 고장으로 인한 레이스 포기)하면서 주춤하는 사이, 페텔이 싱가포르에 이어 일본그랑프리까지 2연승을 하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것. KGP의 성적에 따라 선두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알론소는 2010년, 페텔은 2011년 KGP 우승 경험이 있어 더욱 팽팽한 대결이 예상됐다.

이번 KGP는 총 20라운드로 치러지는 2012 F1 그랑프리 시리즈 가운데 16번째 라운드다. F1 그랑프리 시리즈는 매 라운드 1위부터 10위까지 각각 25-18-15-12-10-8-6-4-2-1점이 부여된다. 1위와 2위가 획득하는 점수 차가 크다. 점수를 계산해 무리하지 않고 안정된 레이스만 하다가 자칫 지루한 경기가 연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달라진 규정도 레이스의 박진감을 더했다. 올해 달라진 대회 규정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추월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까지는 앞서가던 머신이 좌우로 계속 이동하며 뒤 차량이 앞서가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추월이 자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원무브 규정’ 강화로 이 같은 블로킹이 단 한 번만 가능해졌기 때문에 뒤에 위치한 머신이 얼마든지 앞으로 치고 나올 수 있게 됐다.

KGP의 DRS 존도 확대됐다. 현 F1 경주차에는 드라이버의 조작에 의해 뒷날개 각도를 임의로 변화시켜 공기역학적 이점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장치인 DRS(Drag Reduction System·저항감소시스템)가 달려있다. 이 장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지정한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보통 추월을 시도할 때 많이 쓰인다. 올해 한국의 DRS 구간 길이는 지난해보다 80m 길어진 516m 구간으로 확대됐다.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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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황제’ 페텔 우승, 챔피언십 선두 탈환

최경환(57) “올해 처음으로 F1 경기장에 와봤어요. 작년과 재작년에는 TV로만 봤는데, 직접 와서 보니 훨씬 박진감이 넘치네요. 개인적으로 페텔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나이가 어린데도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어제 예선에서 2위를 해서 폴 포지션은 아니지만,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오늘도 페텔이 1위를 할 수 있겠죠. 시설 면에서는 큰 불편함은 없습니다. 아, 주차가 조금 복잡하더군요. 워낙 넓은 곳에 주차장이 한 군데가 아니라 여기저기 있으니 어디에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F1은 결승 전날의 예선 기록을 바탕으로 결승전 그리드(출발 위치)를 정한다. 13일 예선 일정을 모두 마친 2012 F1 KGP에서는 마크 웨버(레드불)가 ‘폴 포지션(결승 레이스의 가장 앞 그리드)’을 차지, 14일 결승 레이스에서의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웨버는 예선에서 서킷 한 바퀴를 1분37초242에 돌아 팀 동료인 2위 페텔을 0.074초 차이로 제치고 예선 1위를 기록했다. 페텔에 이어 루이스 해밀턴(맥라렌)과 알론소가 각각 예선 3, 4위를 차지하며 역전 우승을 노리는 상황이었다.
세바스티안 페텔
세바스티안 페텔
페르난도 알론소.
페르난도 알론소.
루이스 해밀턴
루이스 해밀턴
일반적으로 레이스에서 폴 포지션이 매우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암 서킷에서 열린 F1에서는 ‘폴투윈(폴 포지션에서 시작해 결승까지 우승하는 것)’이 없다. 2010년 페텔은 폴 포지션을 차지했지만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 것은 세 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한 알론소였고, 지난해에는 2위로 출발한 페텔이 예선 1위의 해밀턴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4일 예선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도 페텔은 “(우승한) 작년에도 2위에서 출발했었기 때문에 예선 2위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며 “(영암 서킷은) 출발 후에 긴 직선구간이 있다는 점에서 내일 결승 스타트는 아주 흥미진진할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다음 날 결승 레이스에서 페텔은 출발과 함께 앞으로 치고 나와 첫 코너에서 웨버를 추월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자리를 잡은 페텔은 남은 55바퀴의 레이스 동안 팀 동료인 웨버가 뒤를 받쳐주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선두자리를 유지하며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3연승,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KGP 2연패를 달성했다.

알론소는 해밀턴이 뒤로 처지면서 3위에 올라선 후 끝까지 2위 자리를 노렸지만 레드불 군단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 이날 우승으로 페텔은 25점을 획득, 총점 215점을 기록하며 15점 획득에 그친 알론소(209점)를 제치고 시즌 1위로 올라섰다.
어떤 드라이버를 응원할지 정하면 F1 관전의 흥미가 배가된다.
어떤 드라이버를 응원할지 정하면 F1 관전의 흥미가 배가된다.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레드불 레이싱 르노(RedBull Racing Renalut)
최근 유행하는 에너지드링크의 원조 격인 ‘레드불’ 음료사의 레이싱팀이다. ‘젊고, 재밌는’ 팀 색깔로 최근 5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2010년, 2011년 드라이버·컨스트럭터 챔피언을 차지했다. ★드라이버 세바스티안 페텔, 마크 웨버
뜨거운 서킷에서의 ‘굉음’속 인터뷰, 현장에서 듣는 F1 코리아그랑프리
보다폰 맥라렌 메르세데스(Vodafone Mclaren Mercedes)
‘스피드’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팀이지만, 동시에 ‘2인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팀이다. 1998년 이후에 2008년 해밀턴의 드라이버 챔피언 외에는 우승을 맛보지 못했고, F1 기록에서도 페라리에 이어 갖가지 2위 기록을 지니고 있기 때문. ★드라이버 루이스 해밀턴, 젠슨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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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
F1의 ‘전통’ 그 자체인 팀이라고 할 수 있다. 유일하게 1950년부터 한 시즌도 빠짐없이 F1에 참가했다. 가장 많은 타이틀을 획득했고 가장 많은 챔피언을 배출했으면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드라이버 페르난도 알론소, 펠리페 마사



응원할 팀·드라이버를 정하면 재미 두 배

쉬옌화(28) “해밀턴을 응원하기 위해서 상하이에서 친구와 함께 왔어요. ‘악동’이라는 그의 이미지도 재밌고, 드라이빙 스타일도 좋아요. 드라이빙에서도 해밀턴의 캐릭터가 느껴진달까. 예선에서 3위를 했지만, 앞에 레드불이 버티고 있어 어려운 레이스가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순위랑은 상관없이 계속 해밀턴을 응원할 거예요. 상하이그랑프리에는 몇 번 간 적 있는데 해외 그랑프리는 처음이에요. 상하이랑 비교한다면 한국은 서킷까지 오는 길이 조금 힘들어요. 상하이에서는 지하철로 갈 수도 있거든요. 주변에 식당도 별로 없고. 한국도 좋지만 다음 시즌에는 싱가포르그랑프리에 가볼 생각입니다.”


어떤 드라이버를 응원할지를 정하면 F1 관전의 흥미가 배가된다. 야구나 축구에서 선수를 먼저 응원하면서 경기에 빠져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내 팬들에겐 25세의 어린 나이에 3연속 챔피언을 노리고 있는 페텔, 무결점 드라이버 알론소, 서킷 위의 악동 해밀턴,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슈마허(메르세데스)의 인기가 많다.

또한 F1은 기본적으로 드라이버의 능력을 겨루고 누가 월드 드라이버 챔피언이 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모터스포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팀 스포츠’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F1의 팀은 ‘컨스트럭터(constructor)’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공식적으로는 보통 ‘스폰서-컨스트럭터-엔진제조사’를 팀명으로 한다. 예를 들어 해밀턴이 소속된 ‘보다폰 맥라렌 메르세데스’는 스폰서가 보다폰이고 메르세데스 엔진을 사용하는 맥라렌 컨스트럭터라는 식이다.

컨스트럭터마다 2명의 드라이버가 소속된다. 드라이버와 마찬가지로 소속 드라이버의 결승 레이스 성적에 따라 점수를 쌓아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가른다. 다른 곳에서 만든 엔진이나 차체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컨스트럭터는 자기만의 머신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컨스트럭터의 순위는 컨스트럭터와, 엔진을 제공하는 자동차회사의 ‘기술력’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F1 엔진을 공급하는 자동차회사는 메르세데스 벤츠, 르노, 페라리, 코스워스 등 4개 업체다. 이들 업체에 자신들이 공급한 엔진을 달고 달리는 팀의 순위는 초유의 관심사다. 이번 대회에서는 르노의 엔진을 사용하는 레드불팀이 1, 2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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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머신의 대결이 F1의 매력

이준근(51) “페라리팀을 응원하기 위해 페라리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왔습니다.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네요. 제가 보기엔 처음 왔을 때보다는 확실히 시설이 좋아진 것 같아요. 원래 자동차를 좋아해서 F1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F1의 매력은 역시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기계공학적인 측면이 승부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가슴이 터질 듯한 엔진 소리죠.”

F1은 머신의 대결이기도 하다. ‘머신’이라고 불리는 F1 경주용 자동차는 양산차와 달리 오직 경주를 위해 제작된 차다. 대당 100억 원을 호가하는 머신은 직선 주로에서 최대 시속 350km 이상을 낼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초, 시속 2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5초 이하다. 0.001초 차이로 승부가 나뉘는 만큼 미세한 차이를 개선하기 위해 기계공학과 유체역학, 전자공학 등 종합적인 최첨단 기술들이 도입된다.

특히 FIA가 안전을 위해 머신의 엔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로는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공기역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750마력의 비슷한 엔진 사양에서 속력을 더 낼 수 있는 방법이 머신의 날개 각도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

2009년 월드챔피언 젠슨 버튼은 머신 후미 바닥의 공기 흐름을 빠르게 해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주는 디퓨저를 장착해 시즌을 장악했고, 맥라렌이 도입한 에프덕트(F-duct)는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 흐름에 변화를 줘 직선 주로에서 3~4km의 속도 향상 효과가 생기기도 했다.

올해는 마찬가지로 공기역학 기술인 더블 DRS가 F1 기술 이슈의 핵심이다. 메르세데스, 로터스 등이 더블 DRS를 도입했지만, 특히 레드불이 아시아 시리즈가 시작된 14라운드부터 그들만의 스타일로 머신에 적용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발전된 기술은 경주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F1에서 축적된 엔진, 공기역학, 타이어 등의 기술은 상용자동차에 적용된다. F1이 자동차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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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KGP는 지난 2년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운영·시설면에서 많은 부분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교통문제는 개최 첫해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주변 먹거리와 숙박 시설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F1 KGP는 지난 2년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운영·시설면에서 많은 부분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교통문제는 개최 첫해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주변 먹거리와 숙박 시설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운영·시설 좋아졌지만 개선점 남아

이동훈(32) “초등학교 때 처음 TV에서 F1 레이싱을 봤어요. 처음에는 신기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중독성이 생긴다고나 할까. 마치 재밌는 드라마처럼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2010년 처음 한국에서 열릴 때부터 세 번 전부 전일권을 끊어서 보러 오고 있죠. 직접 와서 보는 이유는 아무래도 TV에서는 볼 수 없는 경기 상황을 생동감 있게 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제도 제가 응원하는 해밀턴이 예선 3차 레이스를 포기하는 상황을 가슴 졸이고 지켜봤는데 TV에서는 그런 게 힘들죠. 영암 서킷의 부대시설이나 운영은 확실히 좋아지고는 있는 것 같아요. 티켓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언제까지 한국에서 F1을 볼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와서 보려고 합니다.”

김혜진(29) “사실 전 F1에 대해선 잘 몰라요. 친구들이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어요. 엄청 큰 소리랑 순식간에 눈앞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신기하기는 한데,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보니 그냥 지나가는 차만 쳐다보는 느낌이에요. 내년에 다시 올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비싸요. 저희는 서울에서 어제(예선이 있던 13일) 내려왔는데 숙소 구하기도 쉽지 않았고, 하루에 15만 원 달라는 데도 있고요. 그리고 먹을 게 별로 없어요. 경기장 주변 임시 천막에서 파는 음식은 한정적이잖아요.”

마이클 에릭센(Michel Eriksen·37) “KGP에 온 것은 처음입니다. 덴마크 선박엔진 기술자인데 이쪽에 일 때문에 왔다가 들렀어요. 특별히 팬은 아니지만 알론소를 응원하는 중입니다. 페텔은 계속 우승했고 알론소는 우승한 지 오래 지났으니까요. 목포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와서 서킷까지 오는데 딱히 힘들지는 않았어요. 다만 여기서 서킷을 도는 내부순환버스에 사람이 많고 오래 기다려야 했어요. 서포트 레이스도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F1만 보기 위해 오기는 멀죠.”

F1 KGP는 지난 2년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운영·시설 면에서 많은 부분 안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교통문제는 개최 첫해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다. 지난 6월 목포대교가 개통하면서 영암 서킷에서 목포로 가는 교통량이 분산돼 대회가 끝나고 혼잡한 시간대에도 서킷에서 목포역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다만 서킷 내부를 도는 셔틀버스는 대수를 늘려 지난해보다는 편해졌지만 레이스 전후 인파가 몰리는 시간에는 혼잡함을 피할 수 없어 관람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숙박시설도 “예년보다는 좋아졌지만 아직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개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꼽힌 것은 주변 먹거리다. 임시 천막에서 파는 음식이 전부이다 보니 햄버거, 샌드위치, 컵밥 등 조리가 간단한 음식으로 메뉴가 한정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조직위원회의 준비 부족이라기보다는 영암 서킷의 위치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F1이 개최되는 다른 도시들이 멜버른, 상하이, 바르셀로나 등 대도시 또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인 점을 감안하면 영암은 확실히 ‘시골’임에 틀림없고, 경기장 주변 관광시설이나 음식점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F1 KGP 조직위 입장에서는 적자 운영도 고민거리다. 갖가지 방법으로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는 있지만, 기반시설을 만들면서 들어간 천문학적 액수 때문에 올해에도 적자는 피하기 힘들었다. 이동훈 씨가 “언제까지 한국에서 F1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한 것도 적자 운영 때문에 F1 개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해가 지날수록 소수 포터스포츠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인 관객이 늘어나고, 또 이에 따라 기업체의 후원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F1 조직위 측은 “더클래스효성, JCB, 폭스바겐코리아 등 자동차업계를 중심으로 후원업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며 “F1의 막대한 홍보효과를 입증한 결과로 자동차 산업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후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홍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영암=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제공 F1 코리아그랑프리 조직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