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지배구조 변화에 주목하라!

[주식투자]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 + 3세 상속’ 연립방정식 해법이 관건
정치권에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해소해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라는 것이 골자다. 핵심 타깃은 대기업, 그중에서도 삼성그룹이다.

여당과 야당 간에 순환출자 해소 문제에 대해 강도의 차이가 있고, 관련 법안이 아직 발의 중이긴 하지만 3세로의 상속을 고민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순환 고리를 깨고, 에버랜드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지배구조와 관련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현재의 순환형 지배구조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오너가의 지분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다. 여기에 두 번째로 삼성전자를 어떻게 지배할 것이냐가 포함된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이재용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세 자녀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삼성SDS와 에버랜드의 상장이다. 상속을 받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거대한 변화의 서막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①→삼성생명②→삼성전자③→삼성카드④→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형태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만 하면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모두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이건희 회장 등 삼성가(家)의 에버랜드 지분율은 46.04%다. 이 가운데 이재용 사장이 25.10%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순환형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3세로의 승계에는 걸림돌이 없다.

정치권에선 바로 이 대목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한줌’ 재산으로 자산규모 수백조 원에 이르는 거대 그룹을 장악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깨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특히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강경한 입장이다.

다만,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기존에 순환형 출자 구조를 갖고 있는 대기업에 당장 깨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이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경제 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현실적으로 이미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는데 그걸 당장 끊어라 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해소케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사안이라서 삼성이 내부적으로 준비 작업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식투자]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 + 3세 상속’ 연립방정식 해법이 관건
에버랜드 지주회사 시나리오

순환형 고리를 끊을 경우 삼성은 3세 상속이라는 ‘마스터플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관건은 상속 후에도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느냐다. 이 사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 0.57%에 불과하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 3.38%를 상속받는다고 해도 절반을 세금으로 토해내야 한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지금은 오너가 개인 지분(4.72%)에다 삼성생명(7.46%), 삼성물산(4.1%) 등의 지분과 자사주(12.65%)를 더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처분해야 하는 등 순환출자 구조를 끊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삼아 전자를 지배할 수 있도록 ‘묘안’을 짜는 게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버랜드 밑에 삼성전자를 두고 코닝, SDI, 중공업, 테크윈, 전기, 탈레스, 종합화학 등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삼는 것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20.76%)이 최대주주인 생명을 정점으로 카드, 화재, 증권과 호텔신라까지 계열사로 두는 구조다.



계열사 간 주식 교환이 유력

삼성그룹은 이미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착실히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에버랜드 지분 25.64% 가운데 17%를 KCC에 매각하는 ‘묘수’를 발휘하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금융회사가 비금융 계열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24조에 따르면 금융기관인 삼성카드는 에버랜드를 지배할 수 없으며, 5% 이상의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카드는 8.64% 가운데 5%만 놔두고 나머지 3.64%도 매각했다. 순환형 고리에서 ④번을 끊은 셈이다.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대장정에 나선 만큼 삼성은 다른 순환 고리에도 손을 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언제 하느냐의 문제일 뿐 장기적으론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삼성 오너가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에 다른 고리들도 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심의 대상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46% 가운데 5%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이다. 금산법이 마련된 1997년 3월 이전에 취득한 것이라 강제 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2.46%는 의결권도 없는 지분이라 굳이 들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시 말해 삼성은 의결권이 제한된 2.46%를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계열사 간 ‘주식 스와프’다. 이 방정식의 최대 장점은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전자 지분을 다른 곳에 넘기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순환출자의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천 종목, 그룹 지주회사에 주목

IB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주식 교환의 목적은 에버랜드가 최대한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보유하도록 구조를 짜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생명과의 주식 교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스와프’가 가능하다. 에버랜드는 생명으로부터 전자 지분을 받아오고, 그 대가로 생명 지분을 전량 넘겨주는 방식이다. 이동섭 팀장은 “대략 계산해보면 삼성전자 지분 2%를 넘기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의 출발점인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①) 구조가 깨지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19.34%를 자사주로 보유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넉넉히 확보해 두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삼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예상했다.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의 활용 방안이 넓어지면서 삼성생명은 최근에도 여러 차례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7.46%에서 2%를 제외한 5.46%가 남는다. 여전히 5%를 초과한다. 여기에서 두 번째 ‘스와프’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는데 이번 딜은 ‘삼성전자→삼성카드’(③)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깰 수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1% 정도면 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5.3%를 사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삼성생명은 전자 지분을 4.2%로 떨어뜨려 ②번 고리를 깨고, 동시에 별다른 투자 없이 카드를 생명 계열사로 묶어놓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중간 지주회사로 삼을 경우 생명이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기 위해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점이 문제인데 계열사 간 주식 스와프를 활용하면 이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순환형 고리를 끊을 경우 삼성은 3세 상속이라는 ‘마스터플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관건은 상속 후에도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 분할?

순환출자의 해소와 함께 삼성이 해둬야 할 또 다른 조치는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을 더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에버랜드의 기업공개(IPO)를 오랫동안 예상해왔다. 현재 삼성 오너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은 46.04%다. 현재로서도 경영권에 큰 문제는 없지만 상장을 할 경우 지분율을 더 높일 수 있다. 에버랜드가 상장과 함께 오너 일가에 대해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오너가의 지분율은 70%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증자 참여에 대한 대가는 오너 일가가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4.72%다. 이를 에버랜드에 현물 출자할 경우 대략 에버랜드 지분 30%를 가져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에버랜드 지분율을 약 76%로 올리고,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으로부터 받은 2%와 오너 일가가 현물 출자한 4.72%를 더해 삼성전자 지분 6.72%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자사주가 12.65%고, 지분 분산이 잘 돼 있어 당장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지는 않겠지만 에버랜드 지분이 6.72%에 머물러선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분할설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순수지주회사로 인적분할을 한 뒤 에버랜드→삼성전자지주회사→삼성전자사업회사 구조로 만든다는 논리다.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수준이긴 하지만 이 논리에 따라 인적분할을 실시하게 되면 에버랜드는 전자지주회사와 전자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6.72%씩 갖게 된다. 이럴 경우 약 8조 원에 달하는 전자사업회사 지분이 덤으로 생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에버랜드는 8조 원의 돈을 전자지주회사 지분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에버랜드가 전자사업회사 지분 6.72%를 전자지주회사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자사주 12.65%까지 감안하면 경영권 안정을 확실히 달성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전자지주회사는 전자사업회사에 대한 지배도 강화할 수 있다.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분할회사 주식 배정이 가능하므로 전자지주회사는 자사주 12.65%를 그대로 유지하고, 동시에 전자사업회사 지분도 12.65% 보유하게 되는데 에버랜드로부터 현물출자를 받은 6.72%까지 더해 지분율이 19.37%로 늘어난다는 얘기다.



주목할 만한 종목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기업들을 추천한다. 비상장이긴 하지만 삼성에버랜드가 향후 IPO를 할 가능성이 높아 투자 매력이 있고, 중간 금융지주회사로 거론되는 삼성생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를 개연성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삼성SDS, 석유화학, 정밀화학, 종합화학, 제일기획 등의 주요 주주다.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선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데다 삼성전자 지분율을 늘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이재용 사장이 삼성전자를 경영한다는 전제가 흔들리지 않는 한 이뤄지기 어려운 시나리오라는 얘기다.이 밖에 이재용 사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 등이 총 17.17%를 갖고 있는 삼성SDS도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상장이 점쳐지고 있어 보유할 만한 종목으로 분류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