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크게 총보수 인하와 다양한 신상품 개발이라는 두 가지 흐름으로 요약된다.


2002년 4개 상품에 순자산 3444억 원으로 시작한 국내 ETF 시장은 2006년 이후 급성장해 왔다. 상장 종목 수와 거래대금 기준(하루 평균 5억7000만 달러)으론 아시아 1위에 올라섰다. 그동안 상장 종목 수 기준 32배, 자산 기준으로는 39배 커졌다.

성장 잠재력도 커 2020년까지 순자산 100조 원 시장으로 확대돼 ‘글로벌 톱5’ ETF강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ETF 시장에는 15개 운용사가 129개 종목을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올 들어서만 23개 종목이 새로 상장됐다.

ETF 시장의 순자산 총액도 2002년 유가증권 시장 전체의 0.1% 수준에서 1.2% 선으로 성장했다. 유가증권 시장 시가총액(시총) 순위 14위인 KB금융(1.32%), 15위인 NHN(1.17%)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장 첫해 1.1%에서 지난해 말에는 7%대(6817억 원)로 높아졌다. 올 8월에는 15.6%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ETF는 안정적인 성장 단계로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장 초기 코스피200 지수에만 머물던 기초자산 종류도 2000년대 중후반 섹터, 해외 지수, 채권, 파생상품으로 다양화됐다. 2010년 이후엔 레버리지, 상품, 단기 자금 펀드 등으로 더 세분화되고 있다.

2007년 최고점을 찍었던 펀드 열풍이 사그라진 이후 ETF가 증시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새로운 자금 유입원을 찾아 나선 자산운용사와 주식 거래대금 감소로 고민하던 증권사 등으로선 ETF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KRX는 ETF 시장이 매년 30%가량 성장해 내년 18조 원, 2015년에는 33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에는 100조 원 시장으로 성장해 글로벌 시장 순위(순자산 기준)도 현재 10위권에서 5위권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정체 상태에 있는 펀드 시장을 추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ETF 시장에는 15개 운용사가 129개 종목을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올 들어서만 23개 종목이 새로 상장됐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ETF 시장에는 15개 운용사가 129개 종목을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올 들어서만 23개 종목이 새로 상장됐다.
올해는 업그레이드의 해

ETF 상장 10주년을 맞아 요즘 자산운용업계에서는 ETF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크게 총보수 인하와 다양한 신상품 개발이라는 두 가지 흐름으로 요약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3일 ‘ETF의 건전화 등을 위한 종합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보수를 인하해 합리적 경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을 때 업계에서는 ‘누가 먼저 총대를 멜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선공에 나선 것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었다.

한국투신운용은 ‘킨덱스(KINDEX)’ ETF의 총보수를 종전 순자산의 0.25~ 0.40%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15~ 0.30%로 지난 9월 전격 인하했다. KINDEX 200은 0.30%에서 0.15%로, KINDEX레버리지는 0.70%에서 0.30%로 각각 내렸다.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사에서 운용 중인 레버리지 인버스 등 파생상품형 ETF의 총보수는 0.70~0.83%, 지수추종형 ETF는 0.30~0.40% 수준이다. 지난 8월 말 7개의 ETF를 한꺼번에 상장시켰던 한화자산운용도 당시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인 0.2%대로 정해 선발 주자들을 긴장시켰다.

ETF 보수 인하는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 세계 1위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뱅가드그룹이 공격적인 보수 인하를 통해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ETF에 378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하자 래리 핑크 블랙록 대표가 맞대응을 예고하는 등 글로벌 자산운용업계의 ‘공룡’들도 보수 인하 경쟁이 한창이다.

한화자산운용의 ETF 상장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신상품 상장 경쟁도 10월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레버리지국고채 ETF(우리자산운용), 중국 A주 시장에 연동되는 A주 ETF(한국투신운용)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특정 종목의 투자 비중을 늘리는 액티브 ETF도 상당수 운용사들이 준비 중이다. 액티브 ETF는 내년 이후에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액티브 ETF의 경우 “현 규정상 투자종목 비중을 매일 공시하게 돼 있는 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의 추종매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 부분이 확실하게 정리돼야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인하와 신상품 개발은 업계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뒤를 이어 ‘빅3’ 자리를 차지하려는 운용사 간 자존심 싸움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이 시장의 56.4%(순자산 기준)를 점하고 있다. ETF 순자산 총액이 7조5456억 원으로,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1조9530억 원)과 격차가 크다.

‘넘버3’ 자리를 놓고 우리자산운용(8644억 원), 교보악사자산운용(8627억 원), 한국투신운용(6648억 원), 한화자산운용(6268억 원)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후발 운용사들은 보수 인하 카드와 함께 차별화된 신상품을 선보여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FUND] 요즘 증시의 대세 ETF,폭풍 성장 어디까지?
ETF 관련 금융투자 상품 수익률도 ‘굿’

미리 정해놓은 규칙에 따라 ETF를 자동으로 매수, 혹은 매도하는 퀀트 스타일의 ETF 금융투자 상품의 수익률도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퀀트 전략은 수학적 계량모델을 활용해 미리 설계된 시스템에 따라 진행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우리투자증권이 판매 중인‘우리스마트인베스터’는 코스피 지수가 오를 때는 지수추종형이나 레버리지 ETF를 미리 정한 금액만큼 매수하고, 내릴 때는 그 금액의 1.5~2배를 자동으로 사들여 균형수익을 내는 것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코덱스(KODEX)레버리지에 투자하는 한 유형의 경우 올해 수익률(9월 말 기준)이 10%를 웃돌았다.

대우증권이 랩어카운트로 운용하는 ‘폴리원’은 자체 시스템이 매수 혹은 매도 신호를 보내면 ETF 투자 비중을 0~100%에서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상품이다. 11개 유형 가운데 ‘폴리원베이직적극투자형’은 올해 10%에 가까운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ETF 관련 투자 상품들이 박스권에서 ‘금리+알파(α)’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내는 데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고 설명한다. 연말까지 코스피 지수가 190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상품들의 인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QE3) 등을 통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증시로 쏠릴 경우 이들 상품이 개별종목 투자에 따른 수익률을 좇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