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을 치료하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와 문진을 했다. 자궁근종이 생긴 후 입가에 뾰루지가 자주 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그녀의 의심처럼 피부와 자궁은 실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환자는 한창 피부에 관심이 많은 20대 초반 여성인지라 작은 뾰루지 하나에도 민감해져서 그런지 안 그래도 근종 때문에 기가 죽었는데 더 우울해 보였다. 사춘기 아이들 여드름처럼 톡 튀어 나온 뾰루지가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화장해도 가려지지 않는다며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야기 동의보감] 피부와 자궁 건강
입 주변에 트러블 생기면 자궁에 문제 의심

한의학에서는 얼굴의 부분 부분을 장기와 연관해서 살핀다. 얼굴에서 입 주변과 그 아랫부분은 자궁, 방광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따라서 이 부분이 자주 트거나 트러블이 생긴다면 자궁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해볼 만하다. 이미 자궁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환자에게 생긴 피부 트러블도 자궁의 혈액 순환 부진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입 주변으로 자궁, 방광과 관련된 경락이 지나가기 때문에 장기의 성쇠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이 있거나 하복부가 냉해 자궁 주변의 혈액이 부족해지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경우에 입 주변에 피부 트러블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부위가 건조하고 하얗게 트거나 일어난다면 자궁의 혈액 부족을 의심할 수 있으며, 검어지거나 뾰루지가 난다면 자궁에 음의 기운이 부족해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입가의 뾰루지만이 문제는 아니다. 일을 많이 하는 젊은 직장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다크서클도 내부 장기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눈 밑이 거무스름한 것은 간과 신장이 약하고 자궁에 냉한 어혈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간과 신장이 약하면 체내에서 노폐물 배설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 또한 자궁에 냉한 어혈이 있는 경우에는 생리통을 발생시키고 근종이나 낭종 같은 질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체내의 순환이 잘 되지 않고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도 다크서클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는 혈이 탁하고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혈이 많이 모이는 장부인 자궁이 안 좋을 경우 다크서클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이와 같이 내장 기관이 좋지 않을 때에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진료 시 망진(望診)이라는 것을 이용하는데, 이는 의사의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환자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얼굴색이 어떠한지, 얼굴의 어느 부위가 정상과 다른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떠한지 살펴 종합적인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따라서 얼굴에 난 여드름이 단순한 피부 트러블일 수도 있지만 몸속에서 무언가가 이상이 생겨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피부 트러블이 같은 부위에 반복되거나 잘 낫지 않을 때에는 단순 피부 트러블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매일 야근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으레 다크서클을 달고 살겠거니 하기보다는 내 몸 어느 구석이 안 좋아졌는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