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이 지난해 10월 28일 개통하면서(1단계 구간 강남~정자 총 18.5km) 정자와 판교는 최대 수혜지 중 하나로 꼽혔다. 당시 개통을 앞두고 유동인구 유입 등으로 부동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신분당선 개통 1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장밋빛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을 둘러봤다.


‘신분당선 개통 앞두고 강남·판교·정자 상권 들썩’

지난해 10월 하순 관련 기사의 제목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신분당선 개통이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판교신도시 상주인구가 늘어나고 대형 백화점과 인구 유입 시설이 들어오는 등 도시 개발이 마무리되면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알파돔시티 등 주요 도시계획들이 축소되면 자족 주거도시로 자리 잡지 못해 오히려 가까워진 강남 등으로 소비 수요가 이탈해 더 이상 역세권 프리미엄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1년이 지난 현재 판교와 정자동 일대를 둘러본 결과 장밋빛 미래보다는 잿빛 우려가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다.
[REALTY INSIDE] 신분당선 개통 1년, 부동산은 ‘미완성’
판교·전세는 ‘선방’, 분당·매매는 ‘글쎄’

먼저 아파트 시장을 살펴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따로 노는 상황이다. 또 분당신도시보다는 판교신도시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줬다.

판교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판교역 앞 봇들마을 8단지 109㎡의 경우 지난해 10월 말 3억7500만 원 안팎이었던 전셋값이 신분당선 개통 석 달 새 4억 원대로 올라선 후 현재 4억~4억500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백현마을 1단지의 172㎡ 전셋값도 5억~6억 선으로 지난해 대비 20% 정도 상승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자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신분당선 개통으로 이주해오는 수요는 늘었지만 침체된 경기로 인해 대부분 매매보다는 전세를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세와 달리 매매가는 하향세다. 백현동의 109㎡ 아파트는 신분당선 개통 전 7억~8억 원이었던 것이 현재 7억 원 아래로 거래되고 있다. 백현마을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거래가 없고 지금은 가뭄에 콩 나듯 초급매 물량만 간혹 나오는 수준이다”라며 “이 동네 부동산 여섯 군데가 못 버티고 나갔을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이 같은 온도차는 분당 정자동도 비슷하다. 신분당선 정자역세권인 상록 우성아파트 155㎡ 전셋값은 3억5000만 원 선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8억~9억이던 매매가는 전년 대비 1억 가까이 떨어졌다.

신분당선 개통 효과를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그나마 판교신도시는 신분당선 효과 외에 새 아파트에 대한 메리트 부각, 보평초등학교 등 혁신학교 등의 플러스 효과가 있어 이 정도라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아파트 시장을 살펴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따로 노는 상황이다. 또 분당 신도시보다는 판교 신도시 아파트 시장에 영향을 크게 줬다.



악재 겹친 판교역세권 상가

상가 시장은 아파트보다 더 울상이다. 특히 판교역 앞 중심상업지역의 경우 신분당선 개통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상권의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상가지역이라면 흔한 커피전문점도 하나뿐이다. 상업용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완성된 건물에도 점포가 들어서지 않은 상태다. 이 지역 상가의 분양률은 95%로 공급은 끝난 상태지만 아직 절반가량이 공실이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원인은 가격 문제다. 판교 중심상업지역의 3.3㎡당 분양가는 8000만 원. 이는 분당 정자동 상가보다 비싼 수준이다. 신도시를 조성했던 2007년 당시와 실제 분양이 이뤄지는 2012년의 부동산 경기 온도차가 적용되지 못하고 분양가가 그대로 이어진 결과다. 공급가가 비싸니 임대료도 높아 세입자가 들어서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지역 1층 33㎡ 점포의 월 임대료는 600만 원 선이다.

아파트 이주 시기와 상업시설 공급 시기의 불일치도 상권 활성화에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신도시 조성 시 상업시설 공급은 아파트 입주보다 1~2년 늦다. 그런데 판교신도시는 2008년 아파트 입주 후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공사 선정 과정, 최초 입찰자 사업 포기 등이 잇따르면서 공급 예정이던 상가 건물 공급이 줄줄이 지연됐다. 판교 주민들은 궁여지책으로 분당 상권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익숙해지면서 판교 상권 형성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정자~광교를 잇는 신분당선 2단계 사업이 지난해 2월 착공돼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용산에서 강남까지의 3단계 사업은 내년 착공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 개통된다.
정자~광교를 잇는 신분당선 2단계 사업이 지난해 2월 착공돼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용산에서 강남까지의 3단계 사업은 내년 착공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 개통된다.
이런 상황에 당초 이 지역 상권 형성의 키플레이어였던 알파돔시티가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알파돔시티는 2007년 9월 민간사업자 선정 후 2014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금융 위기 이후 본격화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사업성 악화 우려, 건설사의 지급보증 거부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돼 왔다.

지지부진했던 이 사업은 최근 자금 조달을 통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 언제쯤 가시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알파돔시티 관계자는 “주거·상업시설, 백화점이 들어서는 1단계 사업은 현재 분양 준비 중으로 올해 안에 분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단계 사업이 2015년에 완료되면 2단계 사업을 추진해 2018년에 모든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판교테크노밸리는 튼튼한 동아줄일까

알파돔시티의 사업 진행과 함께 신분당선 역세권의 희망으로 거론되는 것이 판교테크노밸리다. 실제로 판교역에서 약 1km 떨어진 이곳은 상가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었다.

판교테크노밸리 안에 위치한 H스퀘어는 현재 2개동 150상가 유닛에 공실이 없다. 임대가는 유닛당 300만 원, 3.3㎡당 3000만 원 분양가 기준으로 수익률은 7%다. 이곳 부동산중개업자는 “판교테크노밸리에 기업이 속속 들어서고, 인근 판교역 중심상업지역이 공개 경쟁으로 입찰을 한 데 반해 감정가 기준으로 분양해 분양가가 싸게 책정된 것도 상가 활성화에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현재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약 180여 개의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 업체가 들어와 있다. 지난해 10월 초에는 소프트웨어 업체인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이 3만6300㎡ 규모의 지상 10층 사옥을 짓고 이사를 마쳤다. 한글과컴퓨터는 올 초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제작사인 오콘도 최근 판교테크노밸리에 사옥을 신축해 제작 스튜디오와 각 사업 부문을 집결시켰다.

이 지역이 IT·BT 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데는 신분당선의 효과가 한몫하고 있다. 인치범 안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강남, 테헤란로와의 이동 거리상 이점과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분당선 개통 효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곳은 강남역과 청계산입구 등 의외의 지역이다
신분당선 개통 효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곳은 강남역과 청계산입구 등 의외의 지역이다
사실 판교테크노밸리는 비단 이 지역뿐 아니라 정자, 판교, 광교의 마지막 동아줄이 된 입장이다. 아직 입주가 40% 정도밖에 완료되지 않아서 파급력이 다른 상권까지 미치지 않았지만,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신분당선 인근 부동산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정자, 판교, 광교에 새로 지어지고 있는 오피스텔은 판교테크노밸리에 들어올 수요를 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피스텔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엠코헤리츠, 푸르지오 등 정자역 일대에는 3000실 규모의 오피스텔이 추가될 예정이다. 판교 지역에도 새로 짓고 있는 오피스텔이 2000실을 웃돈다. 여기에 1만 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광교지역까지 합치면 상당한 공급 물량이 쏟아진다.

게다가 판교테크노밸리 인구는 시장의 예상보다 적다. 기존 언론과 부동산 시장에 알려진 판교테크노밸리 예상 인구는 8만 명이다. 그러나 테크노밸리 운영조직인 테크노밸리지원단에 확인한 결과 조성 완료 시 예상 인구는 약 3만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추정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이는 기존 추정치가 사업 시행 전 198만3471㎡(60만 평) 조성 기준으로 한 예상치인 것에 반해, 3만6000명은 수정된 66만1157㎡(20만 평) 기준으로 현재 입주 인구를 대입한 것에서 나오는 차이다.

정자동 인근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이때쯤이면 오피스텔 청약서 대필하느라 바빴는데 요새는 그런 일이 전혀 없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일대 오피스텔이 전적으로 테크노밸리에만 기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강남 오피스텔 가격이 치솟고 있어 그 수요가 이 지역으로 흡수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당권 오피스텔 잠재 수요인 판교테크노밸리 인구는 예상보다 절반 이상 적은 3만 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권 오피스텔 잠재 수요인 판교테크노밸리 인구는 예상보다 절반 이상 적은 3만 6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청계산입구 “고맙다, 신분당선”

신분당선 개통 효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곳은 강남역과 청계산입구 등 의외의 지역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열풍과 코엑스몰을 앞세워 강남 최고 상권으로 부상했던 테헤란로(강남역~삼성역)가 신분당선 개통 호재를 안게 된 강남대로(신사역~양재역)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강남대로 상권의 확대는 100만 명에 이르는 유동인구 덕분이다. 삼성타운 입주, 신논현역·신분당선 개통 등의 호재가 잇따르면서 나타난 결과다. 특히 ‘빨대효과’로 분당 인근의 인구까지 강남 상권으로 유입되면서 강남대로의 유동인구가 크게 불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빌딩 가격과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강남대로 인근 상업용 빌딩 가격은 최근 1~2년 새 15~20%가량 올랐다.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변 빌딩의 매매시세는 3.3㎡당 5억~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 원 가까이 상승했다. 신분당선 출구가 있는 강남역 남측 상가 165㎡의 월 임대료는 지난해 950만 원에서 올해 1350만 원으로 올랐다.

청계산 등산로도 신분당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청계산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 늘어서 있다.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개통 이후 주말 등반객이 몰리면서부터다. 신분당선 운영업체인 디엑스라인(DXLine)의 이주창 홍보실장은 “주말 청계산입구역 이용객수는 지난해 대비 2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등산객이 늘면서 상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곳 아웃도어 매장은 주말에 서울 명동·강남 백화점 매장과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임대료도 치솟았다. 이곳 매장은 대부분 165㎡ 규모로 1~2층을 사용한다. 월 임대료는 1500만 원 선으로 2년 전(보증금 2억·월 임대료 500만 원)보다 세 배나 뛰었다.

신분당선 효과를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지역 인구는 계속 증가 추세다. 이 실장은 “신분당선 이용객은 비공개 원칙이라 말할 수 없지만, 지난해 대비 25%가량 증가했다”며 “특히 판교역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만 3000명이 증가해 하반기까지 6000명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정자~광교를 잇는 신분당선 2단계 사업이 지난해 2월 착공돼 2016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용산에서 강남까지의 3단계 사업은 내년 착공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9년 개통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은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통되는 광교·용산 지역의 부동산도 벌써 꿈틀거리고 있다. 유동인구가 늘어나면 기존 정자역·판교역 일대 수익형 부동산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1년 전 예측과 부동산 시장이 사뭇 다른 모습이듯 신분당선 연장구간의 효과도 전혀 의외의 형태로 나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