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가업승계의 특별한 노하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속을 부의 이전을 넘어 상속자들을 교육하는 넓은 의미의 상속 설계로 받아들인다. 올바른 상속을 위한 준비 자세와 제반 사항에 대해 알아본다.


‘사제갈주생사마(死諸葛走生司馬: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하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다. 자신의 죽음 이후 상황을 예측해 살아 있는 적을 물리친 제갈공명의 지혜를 보며, ‘나도 그처럼 인생의 완벽한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을까’란 부러움 섞인 자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바쁜 일상사에 ‘내 생애 이후의 준비’라는 무거운 주제는 나중에 생각해도 되는 급하지 않은 문제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상속에 앞서 생각해야 할 세 가지

‘내 생애 이후의 준비’를 소홀히 여기기 쉬운 것은 성공한 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필자가 자산관리 상담을 통해 지금까지 만난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의 대부분은 ‘명확한 목표, 철저한 계획, 그리고 불굴의 실행’을 삶의 태도로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인생이 끝난 이후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대비하는 분들을 자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감히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죽음에 대한 생각’조차 ‘불길한 것’으로 회피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선 생각도 하기 싫다는 반응의 모습이다.

둘째, ‘자신의 삶이 끝나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다’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생활에만 집중하는 단기적인 시야 때문이다.

셋째로는 현재의 삶의 모습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내가 죽더라도 남아 있는 가족들이 모든 것을 잘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낙관적인 태도 때문이다.

개인의 사망으로 인해 그의 재산과 법률 관계가 구체적인 행위, 관습, 법률 등에 따라 특정인이나 단체에 이전되거나 승계되는 것을 ‘상속(相續)’이라고 정의한다면, 상속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상속 설계’는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필자는 ‘상속 설계’란 일부 부자들만이 고민해야 할 주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바로 다음의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상속 설계의 필요성 때문이다.

우선, 나 ‘자신’을 위해서다. 상속 설계를 통해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재산뿐만 아니라 나의 신념과 가치관도 나의 유고 후에 후세에 남길 수 있다. 명예로운 가문의 전통, 성공적으로 승계된 가업의 사훈, 사회를 위한 기부의 숭고한 정신 등은 나의 삶 이후에도 계속해서 밝게 빛나게 될 것이다.

둘째로 나의 ‘가족’을 위해서다. 상속 설계는 나의 유고 후에 사랑하는 가족들의 행복과 꿈을 이룰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을 준비해 줄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향후에 서로 화합과 조화를 이루고,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나갈 방향과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정신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서다. 상속 설계의 미비로 인해 자신이 피땀을 흘려 세운 가업이 사라진다거나, 자신이 어렵게 모은 재산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게 가족들의 물질적인 지원으로만 사용된다면, 그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사회’의 큰 손실이라 할 수 있다.
[증여 노하우] 상속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
선진국에서 배우는 상속의 교훈

상속 설계와 관련해 선진국인 미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한 전문 상속컨설팅사에 의하면, 미국 상속 가정의 오직 30%만이 성공적인 상속을 실행하고 있고 70%는 실패한다. 실패의 주요 원인은 상속을 맞이한 가족구성원 간의 미션과 목적의식의 불명확성과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재에서 오는 갈등에서 찾고 있다.

즉, 가족구성원 간의 신뢰와 커뮤니케이션의 붕괴는 아무리 자녀에게로 재산 이전을 잘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것이 오래가지 못하는 ‘반쪽자리 상속 설계’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상속 설계의 방향은, 재무적이고 법률적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나 가족 간의 화합과 협력, 그리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 내는 분야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부의 이전’만을 강조하는 협의의 상속 설계에서 먼저 ‘상속자’들을 준비시키는 광의(廣義)의 상속 설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상속 설계의 능력은 고객들과 상속을 함께 준비하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변호사·회계사·자산관리사 등)에게도 필수적으로 요구돼서, 미국의 경우 NICEP (National Institute of Certified Estate Planners)라고 하는 비영리단체에서 공인상속설계사(CEP)의 자격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상속 설계의 중요성이 부각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자산관리 상담의 한 분야로만 여겨지던 ‘상속 설계’를 자산관리사,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전문가 등이 팀을 이뤄 고객에게 맞춤형 상속 설계를 제공하는 ‘상속증여센터’나, 고객의 가문을 대를 이어 성공하는 가문으로 만들기 위해 광의의 상속 설계를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상속이란 남에게 말 못하고 자신만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아니라 가족구성원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충실히 준비해 나가야 할 ‘협력의 주제’가 됐음을 깨닫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성공적인 ‘상속 설계’를 통해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의 가정,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의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아름다운 인생의 마침표를 잘 찍기를 기대한다.



일러스트 허라미
박인섭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