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한국카스코 회장은 카스코와 맥그리거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세계 최초,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던 카스코 골프용품과 115년 전통의 맥그리거 클럽으로 골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카스코가 제품 개발자 중심의 경영 방식이었다면, 2012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이 강한 회사로 변모시킬 것입니다.”

지난 9월 분당 카스코 본사에서 만난 이재규 한국카스코 회장의 말이다. 일본에 본사를 둔 카스코는 세계 최초 3피스 볼 개발, 실리콘 컬러 볼 개발 및 고구마로 유명한 유틸리티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골프용품 업체에서 굵직한 최초 또는 최고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카스코가 2012년 하반기를 도약의 초석을 다지는 해로 지정하고, 골프용품업계 톱5로의 진입을 위해 2013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카스코는 마케팅 및 전략기획 전문가를 새로이 영입해 조직 전반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동시에 새로운 카스코를 위해 각골쇄신하고 있다.

[Golf interview] 이재규 한국카스코 회장, First & Best의 부활을 꿈꾼다
하반기에 들어 내놓은 카스코 광고가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카스코 유틸리티를 알고 우드를 버렸다. 세계 최경량 249g 카스코 D-Max AR 드라이버를 알고 다른 드라이버를 버렸다’라는 메인 광고문구가 도전적으로 다가옵니다. 영화 ‘007’을 모티브로 한 광고 형식도 신선한데요, 이런 공격적인 광고 콘셉트를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합니다.

“‘버렸다’는 광고문구는 한국카스코의 역사와 관련이 깊습니다. 2000년 초반 골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기, 카스코는 유틸리티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매출 증가는 물론 업계를 리드했습니다. 하지만 판매가 잘 되다 보니 브랜드 관리에 소홀했고, 그 사이 경쟁사들이 빠르게 카스코의 핵심 제품들을 모방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카스코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흐릿하게 지워졌고, 2012년 현재 카스코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늙고 한때 영화(榮華)를 누렸던 유틸리티와 장갑을 만들던 업체 정도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내놓은 카스코의 메인 광고문구인 ‘버렸다’는 과거의 성공과 안일했던 마음을 버리겠다는 뜻인 동시에 소비자에게는 최고의 카스코 제품을 구입해 기존의 제품은 버리라는 뜻입니다. 지난 과오에 대한 독백인 동시에 소비자 중심의 회사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셈이죠.”

한국에서 카스코는 유틸리티와 장갑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배경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카스코는 ‘최초, 그리고 최고(First & Best)’를 표방합니다. 최초이면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겁니다. 카스코는 세계 최초로 유틸리티를 개발했고, 지금까지 6세대에 걸쳐 신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유틸리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카스코는 지금까지 덜 뒤틀리고, 보다 정확하며, 더 멀리 치도록 용품을 개발해 왔습니다. 치기 편한 제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카스코 유틸리티의 명성은 그 같은 노력 위에서 얻어졌습니다.

카스코 장갑 또한 오랜 역사와 연구·개발(R&D)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카스코는 50년 이상 골프 장갑을 만들며, 철저한 원단 관리와 재단 능력을 보여 왔습니다. 양피 원단은 쓸 수 있는 부위와 못 쓰는 부위가 있는데 카스코는 철저하게 사용이 가능한 부위의 원단만을 사용합니다.

원단은 위로는 늘리지 않고 좌우로 35% 정도의 여유를 확보해 최적의 착용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벨스웨이드 또한 일본 가네보사의 최고급 스웨이드 원단을 사용해 물에 매우 강한 그립감을 실현합니다. 이는 50년 이상의 노하우가 집결돼 탄생한 것입니다.

유틸리티와 골프 장갑 모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만들었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 메인 슬로건이 ‘골프를 즐기자(Enjoy golf)’입니다.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용품을 통해 골프를 보다 즐겁게 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저의 모토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직원은 직장에서 만족을, 업주는 판매마진 확보를 통한 이익을, 소비자는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우리의 목표는 직원은 직장에서 만족을, 업주는 판매마진 확보를 통한 이익을, 소비자는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카스코의 컬러 볼입니다. 필드에서 봐도 카스코의 컬러 볼은 다른 컬러 볼보다 훨씬 눈에 띕니다. 카스코 컬러 볼의 기능적인 장점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합니다.

“카스코는 1982년부터 볼을 제조해 왔습니다. 볼 역사만 30년이 넘습니다. 공식적으로 영국골프협회(R&A)에 등록되진 않았지만, 1986년 일반 3피스 볼과 듀얼코어 볼 개발도 최초로 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그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5년 세계 최초로 고휘도 실리콘 커버를 사용해 컬러 볼을 판매했습니다. 현재 카스코 컬러 볼의 브랜드인 키라(kira)는 4피스인 클레노, 스핀용과 비거리용, 여성용 등으로 나뉘어 골퍼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공의 특징별로 코어 컴프레션과 커버 하드니스를 비롯해 피스에 변화를 주어 최적의 상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체 조사 결과, 로 핸디의 골퍼일수록 4피스 및 스핀 전용 볼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핸디가 높을수록 비거리 및 컬러에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잘 모르지만, 실리콘 커버 및 코어에 대한 키라 볼의 우수성과 낮에 15% 이상의 가시성을 발휘하는 자외선(UV) 반사 기술 등을 중심으로 2013년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계획입니다.”

카스코와 함께 맥그리거 브랜드도 같이 운영하고 계십니다. 맥그리거와 카스코의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맥그리거는 115년 전통의 전설적인 기업이다. 유독 마니아층이 많은 맥그리거는 카스코와는 다르게 드라이버의 판매 비중이 높고, 한번 구매하면 재구매율 또한 40%에 육박할 만큼 고객 충성도가 높습니다.

2012년 골드토니라는 최상급 프리미엄 클럽을 출시했는데, 아직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판매하진 않았지만 벌써 수입된 모든 물량을 판매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클럽은 맥그리거로, 유틸리티와 컬러 볼, 장갑 등 골프용품류는 카스코를 중심으로 영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마케팅에 강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는데 어떠한 형태의 마케팅을 구상하고 계십니까.

“첫째, 고객이 만족하는 활동을 늘리는 것입니다. 저희 고객은 일반 골퍼와 골프 숍 점주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기업 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나눌 수 있는데,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선 B2B와 B2C에 맞는 개별 전략을 가지면서 동시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또 소비자 만족을 우선으로 하기 위해 주기적인 서베이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회사 전략을 피드백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수집과 분석에 능한 리서치가 강해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짧게 말씀드렸지만 이런 시스템을 갖추기란 쉽지 않습니다. 우선은 체질 개선을 위해 젊고 능력 있는 외부 마케팅 인사를 많이 영입했습니다. 사내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통해 전사적으로 마케팅회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 전사적으로 혁신을 일으켜 제품개발, 디자인, 마케팅, 영업, 사후관리(AS) 등 모든 파트에서 일등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입니다. 그동안 카스코의 잘못된 전략 중 하나는 다품종 소량 판매였습니다. 책임지는 품목의 수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주요 품목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판매가 부진한 제품들은 점진적으로 수거해 최상의 제품으로 대체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카스코의 이미지를 최상의 제품, 1등 제품만을 만드는 회사로 재포지셔닝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카스코가 존재함으로써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직원은 직장에서 만족을, 업주는 판매마진 확보를 통한 이익을, 소비자는 골프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고용주는 여기서 창출되는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가장 만족스럽고 최고로 멋진 마케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