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의 중국이 투자와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향후 중국은 소비 주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2015년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는 중국 소비 시장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에 따르면 이미 세계 2위인 중국의 총 소득은 향후 7~8% 정도의 성장만 해도 2020년에는 미국을 추월하며, 그때쯤 되면 중국의 가계소비도 세계 시장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향후 5년 내 노동자 임금을 두 배로 올리고 보건의료, 금융, 문화 등 서비스 수요의 빠른 확대로 2015년에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중국의 가계소비 규모는 2000년 4조 위안(약 720조 원)에서 작년 16조3000억 위안(약 2934조 원)으로 지난 10년간 네 배 가까이 급성장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원바오(溫飽: 배불리 먹다)’에서 내수를 키우는 ‘샤오캉(小康: 안정된 생활)’으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뀜에 따라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중국의 인구는 13억이 넘는다. 평범한 서민들의 가계 필수, 일상적인 의식주 수요부터 부자들의 값비싼 하이테크, 명품 욕구까지 소비 상품은 극히 다양하며, 누가 봐도 엄청난 소비 잠재 인구를 갖고 있다.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수출 좀 한다는 나라들은 모두 중국 소비 시장을 목표로 달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소비 시장 읽는 세 가지 키워드
명품·건강·아름다움


최근 중국 소비 시장에 있어 눈여겨봐야 할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일상적 소비도 증가하지만 특히 소비 증가 속도가 빠른 상품들이 있는데, 그 이면에는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 키워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명품, 건강, 아름다움이다.

중국의 명품 시장은 연간 20% 이상씩 성장하고 있고, 2015년이면 전 세계 명품 시장의 30%, 규모는 약 12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전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엔 매일 6000~ 7000원 되는 커피를 마시고 200만~300만 원짜리 루이비통, 구찌 등 명품 액세서리나 가방을 스스럼없이 사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중국인들은 약 90%가 상품을 구입할 때 건강 요인을 체크한다. 건강 소비의 대표 상품은 역시 식품. 좋은 예가 녹색마크가 부착돼 있는 녹색 농산품이다. 일반 농산품보다 가격이 서너 배 비싸도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80%에 달할 정도로 건강이 소비 트렌드의 한 축이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가계소비는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내부 시장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10년간 중국의 가계소비는 네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내부 시장이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소득에 관계없이 아름다움에 열광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화장품, 의류는 기본이고 모발, 휴대전화 등에까지 미와 개성을 살린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남성들의 미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남성 전용 화장품이 속속 등장해서 화장품 총 매출의 10%에 달하고 있고 남성 성형도 증가하는 추세다.

두 번째, 상품과는 별개로 소비계층도 눈여겨봐야 한다. 빠링허우(80后: 1980년대생)와 주링허우(90后: 1990년대생)로 대변되는 신세대 계층이 그들인데, 샤오황띠(小皇帝)로 불리며, 사상혁명 교육보다 코카콜라와 일본 만화를 가까이 하며 성장했고 인터넷으로 세계 돌아가는 상황을 빨리 파악한다.

도시 거주 비율이 높고 3억5000만 명 중 5000만 명가량이 6000~7000위안 이상의 비교적 고액 월급자라고 한다. 톈안먼(天安門) 세대로 나름의 애국심을 표출하는가 하면 ‘이엑스알(EXR)’이나 ‘디젤(DIESEL)’ 같은 프리미엄 청바지에 한 달 월급을 쓰기도 하는 유행적 소비 행태도 보인다.

유행을 추구하고 과시 심리, 집단 충동 소비가 강하며, 최근 3~4년간 명품, 아름다움 추구와 같은 소비 트렌드를 몰고 왔다. 이들 계층은 해외 유학파와 같은 서양문화에 익숙한 계층, 사치품·화장품 등에 월급을 다 써버리고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소위 웨광주(月光族) 등 다양하다.

작년 광저우 청년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광저우 젊은이들의 35%가 웨광주로 집계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어쨌든 미래 중국 소비 문화를 한참 동안 주도할 세대인 만큼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본다.


셋째, 지금까지 중국 소비를 견인한 지역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동부 해안 1급 도시였으나, 1급 도시 주변 또는 중서부 대부분의 2, 3급 도시가 개발되면서 2, 3급 도시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우시(无錫)·톈진(天津) 등 1급 주변 도시, 우한(武漢)·선양(瀋陽) 등 중서부 및 동북부 도시의 소비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일례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건설된 베이징~톈진 고속철도는 두 도시를 1시간으로 연결하며 초광역 소비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앞으로 중서부개발정책으로 주장(珠江) 삼각주, 창장(長江) 삼각주 등을 연결하는 고속철도가 등장할 경우 중서부 소비 시장은 급속히 팽창할 전망이다.


넷째, 중국에서 인터넷만큼 투자가 활발한 산업도 없다. 13억 인구와 엄청나게 넓은 소비 시장을 단번에 연결하는 최고의 수단이 인터넷이기 때문이다. 인터넷망이 확대되고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인터넷 소비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작년 인터넷 이용자 4억 중 25%인 1억이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한다. 현재는 저가 제품 중심이지만 앞으로 중가 제품, 영역으로는 음식료, 미용, 금융 등 새로운 영역 확대가 예상된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

중국의 소비 구조 변화를 보았지만 이외에 중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하는 소비, 즉 관광소비도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엔 상당한 보탬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백화점, 면세점에 일본인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중국인 수가 훨씬 많다.

1일 생활권이기 때문에 1년에 2~3차례 쇼핑관광을 오는 사람들이 많고 사회주의 성격상 단체로 오기 때문에 그만큼 충동구매도 많아 매출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면 신라면세점의 경우 중국인 매출 비중이 작년 39.8%에서 금년 상반기 52.6%로 급증했다.

또 일본인들이 특히 많이 찾고 있는 롯데면세점도 중국인 매출 비중이 작년 14%에서 금년 1~6월 28%로 두 배로 뛰었고, 중국 관광객 1인당 지출액도 일본 관광객 42만 원의 2.5배인 110만 원이었다. 눈에 띄게 많이 사는 상품은 단연 명품 가방, 의류, 화장품이었다.

작년 중국을 빠져나간 중국인 관광객 수는 대략 7000만 명이며 금년 예상은 7800만 명이다. 중국 경제가 좋진 않지만 중산층 증가와 강한 해외 제품 선호로 인해 중국인 해외 관광객 수는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7월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수는 102만 명, 그중 중국인 관광객 수는 32만 명으로 처음으로 일본인 관광객 수를 앞질렀고, 금년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 1000만 명 중 약 300만 명이 중국인 관광객일 것으로 보고 있다. 거리가 가깝고 중국인이 한국 문화에 호감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금년 중국인 관광객 7800만 명 중에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이 300만 명이면 3.8% 남짓인데, 욕심인지 모르지만 너무 낮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좀 더 분석해보면 7~9월 여름철 휴가 때 가장 많이 오며, 1995년만 해도 남성 70%, 여성은 30%였으나 최근엔 거의 반반으로 여성 관광객이 훨씬 증가 속도가 빠르다. 연령층으로는 21~50세가 72%로 청장년층이 대부분이며, 관광 목적도 사업이 24%로 낮아지고 있는 반면, 여가·휴가가 54%로 높아지고 있다. 쇼핑 지출이 총 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된 쇼핑 제품은 향수·화장품, 의류, 인삼·한약, 신발류 등이고 식료품, 김치, 액세서리·보석, 술 등은 구매 욕구가 크지 않다고 한다.

아무튼 미국과 유럽의 어려운 경기를 생각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세계 관광업계에선 이미 제일 큰손이고 구세주다. 선진국들마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전략 짜기에 바쁘다. 캐나다는 중국 여행 채널과 손잡고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든지 130만 명의 캐나다 소재 중국인들을 관광 홍보에 유도하고 있고, 영국 백화점들은 이번 런던 올림픽 때 중국인 관광 유치를 위해 중국인만을 위한 계산대 설치, 중국인이 쓰는 인롄카드 결제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의 우리나라 관광 소비가 크게 늘어난 건 최근 2~3년이다. 작년 10월 제주도에 행사 때문에 1만 명의 바오젠(寶健) 단체 관광객이 한번에 방문한 것은 기억에도 새롭다. 중국인 관광객 수는 한국 TV 드라마와 영화, K-팝의 인기, 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유출 등으로 매년 40~50%씩 급증해 왔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엔 성형·피부·산부인과 등 의료관광도 크게 늘고 있다. 2010년 중국인 의료관광 유치는 1만2789명으로 이미 미국에 이어 2위이고 2009년 대비 170%나 증가했다.

위안화 강세와 맞물려 외국 여행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 및 소비 유도는 우리나라 관광산업에 일자리 창출, 소득 증가뿐 아니라 관광산업 외의 다양한 전후방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당분간 어려울 것임을 감안하면 정부, 업계 모두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숙박, 교통 등 인프라 구축은 시급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쇼핑과 음식업계 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환대 서비스 개선, 범국민적 인식의 전환이다. 중국인들은 은근히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는 중국인들이 우리나라 관광을 평가할 때 음식, 관광지, 서비스 매력도 항목에서 평가가 낮은 데서도 알 수 있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