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경기 영향은 덜 받고 자산 가치는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이 절대 부족하고 가격이 오르던 시절에는 상승폭에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내 집을 소유만 하면 가치 상승에 편승할 수 있었다.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은 지역에 따라 하락폭이 크고, 규모에 따라 등락이 엇갈리면서 이제는 소유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주택을 골라야 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부동산 하락기엔 어떤 주택이 경쟁력 있을까?
사두면 오르던 주택이 최근 들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심지어 떨어지기까지 하는 이유는 주택의 수요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의 수요 변화는 경제적 여건, 사회 환경 변화 등에 기인한다. 주택의 수급 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소득수준과 주택 구입 능력에 따라 주택의 선호 유형 등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 인구 변동, 가구 변동의 영향력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아파트 시장의 변화

과거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의 흐름을 보면 경제수준이 낮고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에는 주택의 질적 측면보다 소유 그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경제수준이 향상되고 주택의 재고량도 풍부해지면서 주택의 질적 측면에 대한 고려도 중요 포인트가 됐다.

주택의 절대 공급 부족기인 1970년대 후반~1980년대에는 새로 공급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당첨이 유일한 목표였다. 서울의 압구정지구, 여의도지구, 반포지구, 잠실지구 등 대규모 개발지에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을 통해 내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집중되면서 중산층의 새로운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1990년대에는 여전히 주택이 부족한 시기였지만 200만 호 주택건설계획과 제1기 신도시 건설로 대규모 단지에서 동시에 분양되는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동일 규모에서도 평면 차이, 교통시설과 교육시설 접근성 등 단지의 입지적 요건과 주택의 마감재 등 내용물을 비교하면서 주택 상품을 고르게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외환위기로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이후 다시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호황 국면을 맞으면서 과거보다 투자 가치 즉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주택 구입 시 의사결정에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했다. 개발 재료가 있는 곳이거나 고급 브랜드, 첨단 편의시설 등 다른 주택 상품과 차별화 요소를 가지고 있어 투자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최근 주택 시장은 거래 부진과 주택 가격 하락 현상으로 요약된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시작된 금융 위기, 유로존 쇼크와 함께 찾아온 글로벌 경제 위기와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외부 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 이유는 주택 시장의 여건 변화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2000년 248.7호에서 2010년 308.5호로 크게 늘어나며 절대적 주택 부족이 해소된 상황으로 지역에 따라선 공급 과잉 논란이 이는 곳도 있다. 급등한 아파트 가격이 2007년을 정점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상승에 대한 기대감보다 하락 위험성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고, 여기에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가구원 수 감소 등 수요자 특성이 다양하게 분화돼 과거 주택 선호 기준과 다른 니즈가 생기면서 주택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주택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 현상이 둔화되겠지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영향이 주택 시장의 새로운 변화 요소가 되고 있다.
주택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 현상이 둔화되겠지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영향이 주택 시장의 새로운 변화 요소가 되고 있다.
주택 구입 시 교통환경을 가장 먼저 고려

주택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주택 구입 시 주택 결정 요인’ 조사 결과를 보면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의 니즈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5년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적 영향으로 주택 구입 시 투자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가격안정기에 접어든 2010년에는 투자 가치가 2순위로 내려오고 입지 조건이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꼽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주택은 아직도 투자자산으로서의 의미가 강하지만 실수요 시장으로 바뀌면서 생활의 편리성에 비중이 옮겨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입지 특성 중에서 세부적 고려 요인의 변화를 살펴보면 교통환경 요인이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올라섰다. 경기 침체 영향과 실수요 중심 주택 시장 분위기의 반영으로 보인다. 교육환경은 최근 대학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높아지고 내신 반영 비중이 높아지면서 인기 학군 중심의 특정 교육환경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분양가 자율화 영향으로 아파트 가격이 고가화되는 과정에서 주목을 받던 첨단설비, 아파트 브랜드의 영향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주택 선호 요인들은 연령과 소득에 따라서 다소 차이를 보이기도 하는데 주택산업연구원의 동일 조사 결과를 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입지 조건에 대한 중요도가 더 높고, 자산 형성기에 있는 젊은 세대는 투자 가치 중시 성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단지 특성 고려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 구입 결정 시 선호 요인 변화를 통해 찾은 시사점은 투자가치보다 주생활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래 경쟁력 있는 주택은 실생활의 장점이 높은 교통, 쾌적성, 편의시설 등을 갖춘 입지 특성이 좋은 지역과 저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 등을 보유한 주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부동산 하락기엔 어떤 주택이 경쟁력 있을까?
노인가구, 1~2인 가구 도심선호도 높아

최근 주택 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구구조의 변화다. 전체적인 주택 수요는 큰 폭으로 증가 현상이 둔화되겠지만 고령화, 1~2인 가구 증가 영향이 주택 시장의 새로운 변화 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에서 2018년 고령사회로 접어들게 돼 주택 시장에서 노인가구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연령층은 주거지에서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요소를 의료시설 73.5%, 자연환경 30.2%, 문화체육시설 순으로 꼽았다. 이는 고령자일수록 도심 회귀 현상이 생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노년층은 의료시설과 노인복지시설 등의 접근성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1~2인 가구는 취업을 위해 대도시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대도시 내에서는 도심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이 중요한 선택 사항으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또 소득수준이 낮아 매매보다 임차 니즈가 커 거주 관리 부담이 적은 주택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사례 중 일본의 경우도 1인 가구 비중이 2005년 기준 28.3%에 달하는데 도심의 경우는 1인 가구 비중이 42.5%로 1인 가구의 도심 집중 현상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도심 지역에 1인 가구 수요를 겨냥한 소형 주택, 임대주택, 셰어형 주택 등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기도 했다.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는 30~40대 가구도 소득이 증가하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던 시절에는 외곽 지역에 좀 더 넒은 규모로 집을 마련하고 자가용 출퇴근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경기 침체로 소득이 감소하고 유가 급등으로 자가용 출퇴근에 대한 비용 부담이 커져 외곽 수요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연계성이 낮은 수도권 지역의 경우는 신규 수요 창출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직주근접형 자족도시가 아닌 수도권 2기 신도시 등은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이라면 업무중심지구와의 접근성이 더 중요해졌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30분 이내 출퇴근 지역과 1시간 이상 소요 지역 간에 선호도 격차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부동산 하락기엔 어떤 주택이 경쟁력 있을까?
아파트 선호도 높지만 전원주택·임대사업용 다가구주택 인기 상승

관리의 편리성, 아파트 주변의 상가, 병원, 교육환경 등 각종 편의시설이 주는 편리성 때문에 주택 형태 중 아파트의 선호도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은퇴가 시작되는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후 여가와 소일을 할 수 있는 전원형 주택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도심 지역에서는 임대소득이 가능한 다가구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반면 2000년 들어 큰 인기를 얻었던 주상복합아파트 등은 가구원 수 감소, 관리 부담 등으로 선호도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형태보다는 주택 규모에 대한 변화가 향후 더 많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의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에 따르면 지난 1995~2010년 사이 1∼2인 가구의 비중은 1995년 29.6%에서 2010년 48.2%로 급격히 증가한 반면, 3~4인 가구의 비중은 1995년 52.0%에서 43.8%로 줄었다.

한 집에 사는 사람 수의 변화는 주택 규모의 소비 변화로 이어져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대형 수요 감소, 중소형 수요 증가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중소형 규모 희망자들일수록 입지적 요건 중 대중교통 이용의 편리성, 단지 특성 요소 중에는 동간 배치, 평면의 공간 활용성 등을 중시하고 관리비 부담이 적은 경제성 높은 주택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수도권 외곽 지역의 나 홀로 아파트는 인기 하락이 예상된다.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가격이 안정될수록 주생활 기능성이 좋은 주택, 살기 편한 주택이 두터운 수요층을 기반으로 자산 가치 하락 위험성이 낮고, 지역적으로 수급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경우 가치 상승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있다.




김희선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