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이 고급 주택 시장이다. 대표적인 매도자 시장(seller’s market)인 고급 주택 시장의 현재 상황과 향후 가격 변화를 전망해본다.
[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불황에도 끄떡없는 고급 주택 시장
최근 고급 주택 시장 역시 전체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 외환위기 시기에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던 고급 주택 시장이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황 기간이 길어지고, 부동산의 미래에 대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고급 주택 수요자들마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금 여력이 있는 고급 주택의 소유자들이 가격을 내려 매수자를 유인하고 매각 협상을 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때가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고급 주택 시장에서도 개별적으로 미분양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통적인 부촌이 아닌 신흥 고급 주택지가 그 대상이다. 이들 주택 단지는 분양이 안 돼 가격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있는 고급 주택 수요자들은 가격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미분양 주택은 덤핑으로 가격과 함께 이미지마저 떨어져 갈수록 주인을 찾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결국 덤핑이 시작되면 실수요자들에게 팔려야 되는데, 실수요자들은 고급 주택에 거주함으로써 얻는 지위 상승감보다는 아파트를 비롯한 대중 주거 단지의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둔다. 고급 주택의 미분양 해소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야별 부동산 시장 심층 진단] 불황에도 끄떡없는 고급 주택 시장
지역별 유명 고급 주택

개별 주택을 보면 이 같은 특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부촌인 성북동과 평창동에는 단독주택과 더불어 게이트힐스, 오보에힐스, 어승재, 외국인 사택 단지 등이 있다. 13억~54억 원대에 가격이 형성된 이들 주택은 최근 지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주상복합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부유층들이 늘면서 단독주택의 대지 가격이 상승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단독주택이 밀집한 성북동은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최근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가격 상승이 꾸준하기는 한남동과 이태원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한남동 상권의 부상으로 관심을 끈 이들 지역에는 한남 더 힐, 루시드하우스, 더 하우스 139, 헤렌하우스, 코번하우스 등과 단독주택이 있다. 가격은 빌라의 경우 13억~70억 원, 단독주택은 45억~150억 원 선이다.

이 지역 주택은 고급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고급 주택 소유자들은 자금 여력이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을 내리는 법이 거의 없다. 원하는 가격의 매수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각하는 매도자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는 특징이 있다.

청담동도 매도자 시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청담동은 고급 빌라로 유명한 곳답게 카일룸 1· 2·3, 마크힐스, 빌폴라리스, 피엔폴루스, 파라곤 2 등이 있다. 가격은 20억~85억 원대. 청담동 빌라들은 매도자 시장의 특징을 보여주는 곳으로, 신규 분양을 하거나 기존 주택이 매물로 나와도 가격 협상 폭이 그리 크지 않다. 공실로 비워두더라도 소유자가 원하는 가격이 돼야 거래가 성립되기 때문에 시장가격이라는 개념이 약하다.

성북동과 한남동, 청담동이 전통적인 부촌의 명성을 이어가는 반면 서초동과 방배동은 최근 고급 주택지로서 다소 활기를 잃고 있다. 단독주택과 트라움하우스 5, 트라움하우스 3, 더 미켈란, 도무스 빌 등이 대표적인 고급 주택으로 가격은 25억~85억 원이다. 같은 지역에서 신흥 주거 지역으로 부상한 반포래미안과 반포자이가 교육환경과 주거환경 등이 좋아 더 주목받고 있다.

강남 대체지로 주목받는 운중동과 판교 일대에는 단독주택을 비롯해 산운 아펠바움, 운중 아펠바움, 월든힐스, 테라스하우스, 빌모트빌스 등이 있다. 가격은 빌라의 경우 9억~80억 원, 단독주택은 3.3㎡당 2000만 원 정도다. 이 지역은 정재계 인사들이 입주하면서 새롭게 부상하는 곳으로 분당의 사회적 인프라를 사용하며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다. 월든힐스의 경우 입주 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고급 주택으로 그 이름이 조금씩 퇴색하는 지역도 있다. 용인시 기흥구·처인구에 있는 동백 아펠바움, 기흥 아펠바움, 투스카니힐스, 발트하우스 등이 그들인데, 가격은 14억~ 46억 원대다. 용인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세에 영향을 받아 고급 주택임에도 최근 할인 폭이 큰 지역이다.
성북동과 한남동, 청담동이 전통적인 부촌의 명성을 이어가는 반면 서초동과 방배동은 최근 고급 주택지로서 활기를 다소 잃고 있다.
성북동과 한남동, 청담동이 전통적인 부촌의 명성을 이어가는 반면 서초동과 방배동은 최근 고급 주택지로서 활기를 다소 잃고 있다.
미래형 고급 주택의 모습

그렇다면 앞으로 촉망받을 만한 고급 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남다른 경제력을 소유한 사람들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고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삶을 누리고 싶다는 그들의 요구는 늘 존재한다.

오랜 고급 주택 거주 경험으로 더 좋은 것, 좀 더 좋은 것으로 눈높이가 높아져온 기존 고급 주택 거주자는 물론이고, 풍부한 해외 경험과 전문직 종사로 인한 높은 지위와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30~40대의 스마트(smart) 세대가 고급 주택의 신규 수요자들이다.

그들의 눈높이와 그들만의 니즈(needs)에 맞는 집은 어떤 집일까. 전 세계를 여행하고 명품을 즐기는 그들에게 디자인적으로, 활용면적으로, 구조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주택은 이미 식상하다. 고급 주택 시장은 그들이 고객이자 구매자다.

한편으로 부를 가진 자는 이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안티에이징 관리, 성형수술, 줄기세포 의료 기술에 대한 관심, 황토와 같은 건강한 재료에 대한 관심 등으로 알 수 있다. 최근의 사회적 니즈에서 또 다른 답을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가진 진시황제는 불로초를 찾아 충신들을 내보내지 않았던가.

더 고급스럽고, 더 건강하게 삶을 누릴 수 있는 집이 그들이 요구하는 집이다. 성북동의 한옥 마을이 대표적인 예다. 못과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은 전통 방법으로 지어져 친환경적이고 몸에 좋은 영향을 주는 집, 인간에게 건강과 장수를 주는 집을 찾아 필자의 한 고객은 고가의 대리석으로 치장한 최고급 주택을 비워두고서라도 한옥 마을로 이사를 갔다.

시멘트와 유리로 지어져 공기조차 자유롭지 않고, 토지의 기운과 멀어진 고층의 주상복합보다 목재와 황토로 만들고 못과 접착제 대신 나무를 깎아 맞춰 지은 집이 더 건강할 것 같긴 하다. 친환경적이고 건강에도 이로우면서 고급스럽고 모던한 디자인의 고급 주택. 소재 면이나 건축 디자인 측면으로 조금 더 발전을 기대해본다.




이희경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