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발코니


서울 속의 ‘글로벌 시티’ 서래마을에서 찾은 9월의 맛집은 퓨전 한식 레스토랑 ‘더 발코니(the balcony)’다. 정통 한정식에 부담을 느끼는 입맛이었다면, 조금은 가볍고 다채로운 스타일로 한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요일별 다른 점심 메뉴로 일주일 내내 찾는 손님마저도 두렵지 않다는 더 발코니의 음식 해부.

맛집 많다는 서울 서래마을. 외국인 거주자와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서양음식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그 서래마을에서 외국인 고객을 겨냥한 정통 한식이 아닌, 퓨전 한식으로 맛의 진검승부를 표방한 레스토랑이 있으니 바로‘더 발코니’다. 한식에 중식과 프렌치, 이탈리안 퀴진을 접목시킨 이곳의 요리는 한 마디로 ‘어번 다이닝(urban dining)’이랄 수 있는데, 도심 속에서 제철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된장소스로 맛을 낸 대합을 구워 향긋한 미나리와 깻잎을 곁들인 된장 대합구이. 소고기를 갈아 넣고 달걀 휘핑을 이용해 짠맛을 줄였다.
된장소스로 맛을 낸 대합을 구워 향긋한 미나리와 깻잎을 곁들인 된장 대합구이. 소고기를 갈아 넣고 달걀 휘핑을 이용해 짠맛을 줄였다.
서래마을의 ‘숨은’ 맛집으로 입소문

브런치 카페로 입소문을 탄 ‘마담 목단’ 2층에 위치한 더 발코니는 고급 빌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자연 지난해 5월 막 오픈했을 때는 어려움도 적잖이 있었지만, 한 번 찾은 고객들이 내준 꾸준한 입소문으로 지금은 단골고객을 많이 확보한 상태다.

레스토랑 이름처럼 소담한 발코니를 갖춘 더 발코니의 실내는 모던하면서도 정갈하다. 8개의 테이블과 12인용 크기의 룸을 갖춘 홀은 한식당보다는 프렌치 레스토랑 느낌에 가까운데, 요리연구가 이영원 씨가 디자인한 도자기 작품으로 장식한 벽면 등이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 발코니의 실내는 한식당보다는 프렌치 레스토랑 느낌에 가까울 정도로 모던하다.
더 발코니의 실내는 한식당보다는 프렌치 레스토랑 느낌에 가까울 정도로 모던하다.
더 발코니는 거의 매주 찾는 단골도 있다는데, 이유는 2주마다 바뀌는 메뉴(코스) 때문이다. 제철 유기농 식자재 사용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 신선함을 담보한다는 것이 더 발코니 측의 설명. 한 번 구입한 식자재는 그날 소진한다는 목표로 점심 때 제공하는 한 그릇 정식의 경우는 요일별로 매일 1~2개 다른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곳의 점심시간 효자 고객은 뭐니뭐니 해도 강남 ‘사모님’들. 점심 시간대는 거의 100% 여성 고객들이 점유한다는데 크고 작은 모임에 아담하고 모던한 더 발코니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저녁에는 40~50대 비즈니스맨들이 주를 이룬다는데, 비즈니스를 위한 디너나 회사 임원 모임 등으로 예약이 많다는 전언이다.

이곳의 퓨전 한식은 서래마을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내국인들에게도 호응을 얻고 있다. 익숙한 한식 재료로 구현하는 색다른 조리법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하는데, 주로 생으로 갈아먹던 마를 중식의 깐풍기 스타일로 매콤하게 튀겨낸 ‘마 깐풍’은 ‘아하’라는 감탄사를 부르는 독특한 메뉴다.
소담한 발코니 공간.
소담한 발코니 공간.
2주마다 교체되는 다채로운 계절 메뉴

더 발코니의 음식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이종국 씨와 요리연구가 이영원 씨, 셰프의 아이디어와 손맛을 녹여낸 메뉴들이다.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맛에서도 독특한 아우라를 풍긴다는 요리 해부에 들어가 본다.

먼저 부담 없는 메뉴라며 내어온 궁중 떡볶음은 얼핏 보기엔 간장소스 떡볶이 같다. 궁중에서 맛보던 요리답게 자연송이와 표고버섯, 소고기와 견과류 등이 통통한 떡과 함께 어우러져 한 접시로 즐기는 건강 간식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주문하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간식 겸 식사 메뉴인 궁중 떡볶음. 간장소스로 볶은 떡과 영양 재료가 가득한 한 그릇 요리로 내외국인 모두가 선호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주문하고 후회하지 않는다는 간식 겸 식사 메뉴인 궁중 떡볶음. 간장소스로 볶은 떡과 영양 재료가 가득한 한 그릇 요리로 내외국인 모두가 선호한다.
이어 퓨전 한식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디너 코스(6만 원)가 순서대로 나왔다. 명란과 닭 안심을 깻잎과 춘권 피에 말아 바삭하게 튀긴 하루마키로 일단 식욕을 돋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수프에 이어 오이 관자무침이 나오는데, 구운 키조개살과 밤, 은행, 오이가 된장소스에 버무려져 나왔다. 키조개와 오이, 된장소스의 조합이라. 짐작하기 어려웠던 이 오이 관자무침은 자신 있게 얘기하건대, 정말 맛있다.

다진 새우살 전을 볶은 숙주 위에 내는 참깨소스 새우전과 칠리소스로 옷을 입은 마 깐풍과 은대구 구이가 이어지고 나면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는 청국장 맥적구이가 나오는데, ‘청국장’이란 말에 지레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디너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정식 1코스. 참깨소스 새우전과 마를 바삭하게 튀겨내는 마 깐풍, 청국장 숯불 맥적구이(돼지 삼겹살 구이)를 즐기고 난 후 사골면 또는 밥으로 마무리한다.
디너 코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정식 1코스. 참깨소스 새우전과 마를 바삭하게 튀겨내는 마 깐풍, 청국장 숯불 맥적구이(돼지 삼겹살 구이)를 즐기고 난 후 사골면 또는 밥으로 마무리한다.
청국장의 구수함을 더한 직화구이를 매콤한 부추무침과 함께 씹으니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것이 일품이다. 생강과 정종이 고기를 잴 때 비린내를 잡으니 뒷맛 또한 깨끗하다. 맥적구이에는 레드 와인 한 잔을 살짝 걸쳐도 좋겠다. 여성들의 모임이라면 하루마키와 참깨소스 새우전에 청량한 화이트 와인 한 잔도 좋은 궁합이다.

가을의 문턱 9월에 더 발코니를 찾는다면 계절 메뉴인 대하구이와 굴튀김을 추천한다. 점심 때 코스 요리 3인 이상 주문 시엔 아이스크림이나 조각 케이크를, 저녁 코스 요리 주문 시엔 하우스 와인 50% 할인 혜택이 기다리고 있으니 지인들과의 소모임이 예약돼 있다면 메모해두면 유용하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1-131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5시 30분~밤 10시
가격대: 점심-코스 3만2000~4만 원/ 한 그릇 요리 1만8000~3만5000원, 저녁-코스 6만~10만 원(10만 원 코스는 3일 전 예약), 한 그릇 요리 1만8000~3만5000원, 디저트 6000~7000원(부가세 별도)
기타: 와인 60여 종과 한국 전통주 구비, 돌잔치 등 소규모 모임 시 전체 예약 가능, 발레파킹(2000원)
문의 02-595-5661~2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