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에서 유래한 커피는 유럽으로 건너가 살롱 문화의 중심이 됐다. 그만큼 커피는 유럽의 문화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그런 커피가 최근 중국과 인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커피의 유래는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라고 불리는 고원지대다. 커피라는 이름은 카파라는 지역명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사슴들이 야생 커피나무의 빨간 열매를 따먹고 난 후 힘이 나서 뛰어다니는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커피를 약용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야생 커피 열매를 부순 후에 끓여서 마셨다고 하는데 그 광경을 목격한 이슬람교의 한 종파인 수피파 수도승들이 밤을 새워 기도할 때 졸음을 이기는 데 커피가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음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술을 못 마시게 하는 이슬람교에서 사실 커피는 일종의 알코올 대용으로 은근히 사용된 듯하다. 일종의 흥분제 기능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랍어로 카화(Qahwa)라는 단어는 커피라는 의미인 동시에 술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슬람 사원에서 이렇듯 비밀스럽게 음용되던 커피는 15세기 무렵 아라비아 남도 아덴이라는 도시에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그 후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메카에서 카이로로, 다시 터키로 넘어가서 당시 오스만제국의 수도였던 이스탄불에서 상업화된 커피숍이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당시의 첫 커피숍의 명칭이 ‘문화인을 위한 학교’였다고 하니 이름이 특이하다. 우리나라도 커피 전문점이 다방을 대체하면서 점심 식사 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소담을 위한 장소가 된 것도 커피가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은 예다.

그러던 커피가 밀교역에 의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수입이 되면서 유럽 사람들이 커피를 접하게 됐다. 당시에는 커피가 이슬람의 음료라고 해서 기독교도들에 의해 배척을 당했다. 그러던 차에 커피 마니아였던 당시 교황이 그렇게 좋은 커피를 이슬람교도만 마시게 할 수 없다면서 커피에 세례를 주면서 유럽에 퍼지게 됐다.
[스토리 경제학] 커피 전파와 함께 형성된 신흥 권력
커피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당시 유럽에서는 식민지 개척과 중상주의 무역이 주요 화두였는데 커피의 확보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열강의 주요 관심사였고, 아이티를 비롯한 서인도제도에 커피 플랜테이션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식민지에서 생산된 커피는 상인들에 의해서 유럽 대륙으로 수입됐다. 낭트, 마르세이유 등의 무역항에서 커피 무역으로 부자가 된 신진 상인이 나타났는데 그들이 바로 ‘부르주아’들이다.

부르주아는 원래 중세시대 ‘성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인데 후에는 새로운 부유층이라는 의미로 통용됐다. 그들 상인들에 의해 유통된 커피는 유럽의 귀족층이 즐기는 호사 기호상품의 하나가 됐다. 당시의 상류 귀족층의 커피 문화를 리드한 사람은 루이 15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뒤바리 부인이었다. 루이 16세와 정략 결혼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자신이 뭔가 다르다는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뒤바리 부인을 넘어서기 위해 파리의 카페 및 살롱 문화를 포괄적으로 조장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상류 계층 문화의 리더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커피의 보급에 한층 더 열을 올리게 됐다.

당시 살롱과 카페에는 볼테르, 루소 등 계몽사상가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들의 연설과 강의를 듣게 된 일반 민중과 농민들 사이에서 절대왕정에 맞서는 시민 의식이 성장하게 됐다. 그 시민 의식은 커피 무역으로 부를 쌓은 프랑스 남부의 부르주아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지게 된다. 당시 귀족들의 카페 문화는 당시 노동자들이 하루 1파운드의 빵과 수프를 위해서 하루에 12시간에서 14시간의 노동에 종사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극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불을 지핀 카페 문화에서 계몽사상이 성장하고 부르주아의 시민의식에 자양분이 되면서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제3계급 평민의 불만이 탈출구를 찾게 된 셈이다. 이는 다시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져 결국에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실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적극적으로 전파한 커피가 자기 목을 날리는 부메랑이 될 줄이야.

영국에서도 커피는 커피하우스라는 곳을 통해 일반인들 사이에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사교의 장으로 발전했다. 당시 커피하우스를 ‘페니대학’이라고 불렀다 하니 커피하우스가 가졌던 지식과 교양의 전파센터로서의 기능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17세기에 뉴욕에서 처음 커피하우스가 생긴 이후로 서부 개척을 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음료가 됐다. 일반 가정에서는 고가의 커피를 구할 수 없어서 보리나 도토리를 갈아서 만든 요즘 말로 치면 ‘짝퉁’ 커피를 마셨다고 하니 당시 커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처음 맛보고 마니아가 된 사람은 다름 아닌 고종황제였다.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관에 머물던 고종황제는 당시 독일인 손탁에 의해 커피를 소개받아 마시기 시작했는데 왕궁으로 돌아온 후에도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한다. 고종황제는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마니아였는데 김홍륙이라는 대신이 고종황제를 암살하고자 커피에 아편을 넣었지만 커피 향에 민감한 고종황제는 그 커피를 거의 마시기 않아서 위기를 모면하고 아들인 순종황제는 그 커피를 마시면서 불구가 됐다는 설이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불을 지핀 카페 문화에서 계몽사상이 성장하고 부르주아의 시민의식에 자양분이 되면서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연명하던 제3계급 평민의 불만이 탈출구를 찾게 된 셈이다.



커피 전문점들의 각축장으로 변한 중국과 인도

그런데 각 나라에서 역사를 만들어 냈던 커피가 지금은 중국과 인도에서 한참 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누구나 알듯이 ‘차’의 본고장이자 중요한 생산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차를 마시는 지역이며 커피가 그다지 많이 보급돼 있지 않다. 그곳을 여행해본 사람이면 숙박하는 호텔과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일반 거리에서 서구식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가 그리 많지 않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지역에 전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들이 지금 침투전쟁을 하고 있다. 카페 커피 데이(Cafe Coffee Day), 라바짜(Lavazza), 커피빈(Coffee Bean & Tea Leaf), 코스타 커피(Costa Coffee), 스타벅스(Starbucks)가 그들이다. 그들은 영국, 미국, 이탈리아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로서 미개척의 땅 중국과 인도에서 한창 사업을 시작하거나 벌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 지난 5년간 500개의 매장을 설립했다고 하니 놀랄 만하다. 더구나 2011년에는 매출이 20% 이상 증대되기도 하고 매장 내 음료 가격도 인상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인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스타벅스는 인도 굴지의 재벌기업인 타타(Tata) 그룹과 손을 잡고 ‘스타벅스 타타 얼라이언스’라는 합작사(JV)를 설립해 인도에 본격 진출을 시작했다. 인도의 양대 도시인 뉴델리와 뭄바이를 목표로 1년간 50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타타그룹은 커피 원료를 제공하고 스타벅스는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구조로 타타그룹의 소유인 타지(Taj) 호텔에 먼저 매장을 열 것으로 보인다. 지금 중국과 인도는 미국 등의 기존 커피 주요 소비국에 비해 연간 커피 소비량이 극히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젊은 도시의 인구 증가는 향후 커피 소비량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중상위계층 위주의 타깃 마케팅이 주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다 보니 원료 커피의 가격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커피 전문점에서 소비가 급증하는 아라비카 종의 커피는 향후 지속적으로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인 로부스타 종의 커피 역시 소비 증가가 예상된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주 생산지로 남미의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또는 인도네시아를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남미가 주 생산지이긴 하지만 요즘은 베트남과 인도 역시 새로운 커피 생산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베트남은 이미 세계 제2위의 커피 생산국이라는 것은 놀랍다.

500년 전 유럽 대륙에서의 커피 소비를 위해서 아이티와 아프리카 등지에 커피 플랜테이션이 이루어지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소비하면서 계몽사상과 더불어 근대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 커피가 이제는 아시아 대륙의 인도와 중국에서 새로운 소비를 위한 불을 지피고 있고 생산지도 기존의 남미를 벗어나 아시아 지역도 명함을 내밀고 있다. 특히 커피 문화는 인도와 중국 등의 신흥개도국에서 지식인 계층과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의 장으로서 일종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아가며 퍼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을 통한 여론 조성과 소통에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나 중국 내에서의 포털 접속을 제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혹시나 어쩌면 커피 전문점이 영국이나 프랑스의 당시 커피하우스나 카페 문화의 확산과 같은 효과를 만들까 절치부심하게 되지는 않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일러스트 추덕영
이동훈 삼정투자자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