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잘나가던 브릭스(BRICs) 경제가 지난해를 고비로 둔화세가 뚜렷하다. 벌써부터 단기적으로 ‘경착륙’, 중장기적으로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브릭스가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급부상하는 데에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성장 동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거시경제 정책 기조가 분배보다는 성장을 최우선하는 국가일수록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분배 요구와 노조가 강한 국가는 성장률이 낮아지는 점이 눈에 띈다.
[한상춘의 경제용어 교실] 차세대 성장지역 ‘시베츠(CIVETS)’
또 경제 운영 원리로 정부의 간섭은 최소한에 그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워 주는 국가일수록 고성장한다. 인구수가 많고 경제 연령이 젊은 국가일수록 성장세가 빠르다. 금세기처럼 공급 과잉 시대에 있어서는 한 나라의 성장은 시장규모와 상품 흡수 능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뉴밀레니엄 시대의 성장 동인을 감안해 볼 때 브릭스 경제는 아직까지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인다. 작년 이후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는 것은 물가 안정 등을 목표로 추진했던 강력한 긴축 정책이 가장 큰 요인이다. 단기간에 폭을 크게 가져가는‘빅 스텝(big step) 금리 인하’정책을 추진하면 경기는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으로는 브릭스 경제에 대해 두 가지 면에서 종전에 갖고 있었던 ‘고성장’국가로서의 선입견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하나는 ‘S자형 이론’에 따라 브릭스가 성장하더라도 그 속도는 둔화된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단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고성장을 고집할 경우 불균형 전략에 잠복돼 있던 후유증이 한꺼번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좀 더 시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단순히 브릭스처럼 인구가 많은 국가가 아니라 청년층이 두터운 국가들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점이다. 청년층은 전통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익숙해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도 집중 지원 대상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워 주는 국가 일수록 고성장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주체들에게 창의와 경쟁을 최대한 북돋워 주는 국가 일수록 고성장한다.
[한상춘의 경제용어 교실] 차세대 성장지역 ‘시베츠(CIVETS)’
브릭스 경기 둔화를 계기로 포스트 브릭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포스트 브릭스로 거론됐던 국가로는 비스타(VISTA: 베트남·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 공화국·터키·아르헨티나), 믹트(MIKT: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 마빈스(MAVINS: 멕시코·호주·베트남·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최근 들어‘시베츠(CIVETS)’가 많이 거론되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이집트,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영문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용어는 원두를 먹은 사향고향이(civet)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로 만든 루왁(luwak) 커피가 최고급 커피이듯이 앞으로 명품 성장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투자 관점에서 S자형 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도달하면 확신을 갖고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해 놓을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뉴밀레니엄 시대 이후 브릭스에 쏠려있는 글로벌 투자 전략을 시베츠를 비롯한 포스트 브릭스와 균형을 맞춰가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