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각국 중앙은행들은 2010년부터 금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자산 다변화,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 감소, 외환보유고 조정 등이 반영된 조치다.
[경제 위기의 자산관리] 골드러시 다시 올까?…달러화 가치 움직임이 변수
“불확실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영국의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유럽 재정 위기가 글로벌 불황으로 번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에는 안전한 수익률이 보장되는 자산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독일이나 프랑스 국채의 수익률은 최근 마이너스까지 내려갔지만 수요는 여전하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안전자산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왔다. 경기 불황이 깊어질수록 금이 갖는 투자자산으로서의 가치는 더 커지기 마련이다. 현명한 금 투자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값 하락세…왜 못 올랐나?

국제 금 시세 예측은 쉽지 않다. 유럽 재정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올 들어 금값은 하락세다. 작년 7월부터 올 7월까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온스(약 28.35g)당 금값은 무려 8번이나 온스당 1600달러 선이 깨졌다. 올 5월 온스당 1540달러까지 낮아진 금값 약세는 계속 이어져 온스당 16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금값 하락의 원인은 우선 미국 달러의 강세 탓으로 분석된다. 유럽 재정 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달러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미국 달러 수요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금 수요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달러 수요와 금 수요는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금 가격 약세는 유로화 약세와 궤를 같이 한다. 그리스 및 스페인 등이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과정에서 역내 유로화 수요 위축까지 겹치며 유로화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주요 7개 통화와의 환율을 가중 평균해 도출되는 달러인덱스에서 유로화의 비중은 약 35%에 달한다.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러화 수요가 커지면서 자금이 굳이 금까지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또 금은 달러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 ‘실탄’이 급한 시장에서는 당연히 금보다 달러를 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인도의 금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금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인도와 중국이다. 세계금협회(WGC) 조사에 따르면 인도와 중국의 금 소비량 비중은 전 세계 금 소비량 중 50.6%를 차지한다. 인도는 27.1%로 세계 1위의 금 소비국이다.

연평균 금 소비 증가율이 약 20%에 달하던 인도는 작년 하반기부터 금 소비가 약 15% 이상 줄었다. 경기 불황으로 작년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장신구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3%였다. 이는 9년 만에 6%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인도의 경기선행지수는 13개월 연속으로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다. 최근 인도 정부는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의 6.1%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FT는 “올해 인도의 금 수요가 작년보다 약 20%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의 46%가 3년 내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이 12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9%에 불과했다.
JP모건체이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의 46%가 3년 내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이 12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9%에 불과했다.
장기적으로 완만한 상승세 전망

관심은 금값이 향후 오를 것인가에 집중된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1500달러 선을 저점으로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의 46%가 3년 내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금값이 1200달러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9%에 불과했다.

시장에서 금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우선 투자자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브라질,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앞 다퉈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2008년 이후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2011년에는 금 가격이 온스당 1900달러를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유동성 공급이 장기적으로는 금 투자 수요를 높일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위축됐던 금 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것도 호재다. 금은 시장 수요에 따라 즉시 생산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늘면 가격이 상승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

작년 전 세계의 금 소비량은 4067억 톤으로 추산된다. 1997년 이후 최대다. 금 수요 증가의 주요인은 투자 수요로 2010년보다 5% 증가한 1641톤이었다. 금 수요의 증가가 금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각국 정부도 금 매입을 늘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2010년부터 금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다. 자산 다변화,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 감소, 외환보유고 조정 등이 반영된 조치다. 각국 중앙은행의 총 금 매수량은 2010년 77톤에서 작년 439.7톤으로 크게 늘었다.

인도의 수요 감소분은 중국의 수요 증가로 메울 수 있을 전망이다. 작년 중국의 금 수요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769.8톤이었다. 특히 이 중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한 258.9톤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중국은 금 매수를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트 프로펫 캐피털의 요니 제이콥스 선임 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들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서 금값이 온스당 700달러대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콥스 스트래티지스트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원인”이라며 “금도 원자재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거나 둔화하면 다른 원자재 상품과 같이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위기의 자산관리] 골드러시 다시 올까?…달러화 가치 움직임이 변수
어떻게 투자할까?

전문가들은 최근이 금 투자의 적기라고 지적한다. 유동성이 풀렸고 금값이 충분히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금 투자가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금 투자는 역시 금을 현물로 사는 것이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높거나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고액자산가일수록 전통적으로 금 실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투자의 기준이 되는 1kg짜리 골드바의 가격이 수천만 원을 넘기 때문에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등장한 것이 골드뱅킹과 금 펀드다. 시중은행이 금괴, 금 통장, 금 증서, 금 대출 등 금과 관련된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골드뱅킹은 안정적인 재산 보전을 원하는 부유층이나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주요 고객이다. 국가 부도 등의 위험에도 둔감하고 가격 변동 폭도 크지 않아 안정적 자산으로 운용할 수 있고 현물 투자 대비 거래 비용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환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금 투자 상품은 금 펀드다. 올 7월 10일 제로인에 따르면 17개 금 펀드의 일주일 평균 수익률은 7월 6일 기준 3.86%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거래의 편의성과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상품으로서 금 상장지수펀드(ETF)와 금 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 불안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 금 가격 상승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ETF 투자의 경우 적은 수수료와 현금화가 빠른 것이 장점으로 분석된다. 최근 금 ETF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TF의 경우 주식시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금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로 달러 선호 현상을 꼽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조치를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도 달러화 추가 강세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유럽 문제가 진정되더라도 선진국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되며 달러화 약세를 만들기까지 달러 강세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전략팀장은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지금이 금 투자의 최적기”라고 설명했다.



임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