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우 증시에서 원자재 관련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 변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30년 이상 교직에서 근무하다지난해 정년퇴직한 윤 모(65) 씨는 올해 초 만기가 돌아온 정기예금 1억 원 가운데 5000만 원을 브라질 펀드에 집어넣었다. 윤 씨가 가입한 브라질 펀드는 연초 이후 한때 수익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하지만 4월 들어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1분기 내내 강세를 보였던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이 하락세로 돌아서 이후 급전직하한 것. 윤 씨가 가입한 브라질 펀드는 5월 13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10%대의 손실을 나타내고 있다.

그나마 연초 쌓아놨던 수익률이 있어서 그렇지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이 펀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2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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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들어 조정 들어간 ‘러브 펀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브라질 펀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러시아 펀드와 브라질 펀드를 함께 묶어 ‘러브 펀드’라고 지칭한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우 증시에서 원자재 관련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원자재 가격 변동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러시아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22.47%로, 해외 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는 해당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10.06%)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브라질 펀드 역시 같은 기간에 15.13%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보면 ‘JP모간러시아’가 24.83%로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것을 비롯해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1’(22.83%), ‘신한BNPP더드림러시아1’(20.23%), ‘신한BNPP봉쥬르러시아(H)’(20.22%)가 20% 이상의 수익을 냈다. 브라질 펀드는 ‘KB브라질자’(16.27%), ‘프랭클린템플턴브라질자(UH)’(15.95%), ‘JP모간브라질자’(15.86%) 등의 순이었다.

잘나가던 러브 펀드에 문제가 생긴 것은 4월을 전후한 시점이었다. 지난해 연말 유럽중앙은행(ECB)이 실시한 1차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가 일단락되며 해당국 증시가 조정에 들어가면서 러브 펀드의 수익률은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연초 이후 3월까지 20%가 넘는 수익을 냈던 러시아 펀드는 5월 13일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18.68%로 떨어졌다. 브라질 펀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 같은 기간 22.04%의 손실을 봤다. 전체 해외 펀드 가운데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의 수익률이 각각 꼴찌에서 1, 2위다.

러시아 펀드 가운데는‘미래에셋인덱스로러시아자’가 20.46%로 손실 폭이 가장 컸다. 브라질 펀드 중에서도 ‘미래에셋인덱스로브라질자’가 -25.74%를 나타내 수익률이 가장 나빴다.

러브 펀드가 이처럼 투자자들을 실망시키면서 해외 펀드 환매 러시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잔액은 지난해 1월 이후 월간 단위로 한 달도 빼지 않고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부자들 가운데 2007∼2008년에 ‘미래에셋솔로몬차이나’, ‘신한봉쥬르차이나’등 해외 펀드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은 이때 ‘트라우마’로 이후 해외 펀드에 투자를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센터장은 “러브 펀드의 최근 수익률 악화가 해외 펀드에 대한 신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자재 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G2(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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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비중 지나치게 높여선 안돼

이처럼 러브 펀드의 수익률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것은 원자재 값이 최근 급격한 조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시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G2(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는 5월 초 배럴당 100달러대(WTI 기준)에서 6월 초에는 80달러대로 추락했다. 구리 가격도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경기 둔화 우려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기간에 10% 이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원자재 가격에 해당국 증시가 연동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러브 펀드에 투자할 때는 투자 비중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안 된다”고 설명한다. 강우신 IBK기업은행 분당파크뷰지점장은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러브 펀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으면 안 되겠지만, 과도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수익률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물린’ 투자자 가운데 10% 미만의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손절매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하지만 10% 이상 큰 폭의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는 손실이 회복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러브 펀드의 최근 손실은 이들 국가의 펀더멘털보다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 따른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 손실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실질임금 인상과 신용 대출 증가 등을 보면 헬스케어, 교육, 보험, 부동산 등 브라질 소비 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김혜미 K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러시아 펀드의 경우 연초 큰 폭으로 상승한 것처럼 유로존 문제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 반등폭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본토와 북미 펀드는 연초 이후 각각 평균 4.61%와 4.45%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중국 본토와 북미 펀드는 연초 이후 각각 평균 4.61%와 4.45%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G2 펀드로 대응해야

그렇다면 해외 펀드 투자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이 올해 남은 기간에 가입해볼 만한 해외 펀드에는 어떤 게 있을까. 경기 부양에 대한 의지가 큰 미국과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최근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 본토 펀드는 해외 펀드 가운데 가장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2조 달러를 운용하는 글로벌 2위 자산운용사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알리사트 로 부사장은 지난달 중순 방한해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8.3배로 저평가돼 있는 데다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도 확고해 긍정적”이라며 중국을 최선호 국가로 제시했다. 미국에 대해서는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 정도로 예상되지만, 3차 양적완화(QE3)와 같은 추가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반등 가능성은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 본토와 북미 펀드는 연초 이후 각각 평균 4.61%와 4.45%의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 본토 펀드는 최근 3개월간 3.27%의 손실을 보는 데 그쳐 전체 해외 펀드 가운데 손실 폭이 가장 작았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펀드의 평균 손실률은 12.43%에 달한다. 중국 본토 펀드 중에는‘한화꿈에그린차이나A주자UH-1’이 연초 이후 11.66%의 수익을 내 수익률이 가장 높았고 북미 펀드 가운데에는 ‘JP모간미국대표’가 7.28%로 1위에 올랐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