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용이 최근 다시 악화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도 향후 성장률이 7% 밑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어 갈 길 먼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경제의 호불호(好不好)에 민감해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포인트 하락하면 우리나라 성장률도 0.35%포인트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중국 경제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그리고 그 예상 효과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3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한 이래 처음 빠오빠 정책(8%대 이상의 성장률 포기)을 택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중국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도로, 항만, 전력 등 대규모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 지난 3년간 9~10%의 고성장으로 세계인의 경탄을 받으며 단번에 G2(미국·중국)로 올라섰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은 지방정부 재정 부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한때 중국 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것이란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중국 정부도 속도 조절, 부동산 억제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수출의 16%, 최대 수출 창구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이 이 지경이 됐으니 성장률 하락은 당연한 셈이다. 실제 올 1분기 중국의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 수출은 0.4%로 모두 둔화됐다.



경제 성장을 위한 중국 정부의 다양한 시도

1분기 각종 경제지표들이 당초 기대보다 빨리 악화되자, 7.5%의 성장 유지를 목표로 하던 중국 당국의 정책은 적극 대응으로 바뀌고 있다. 대응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월간 금년 계획 대비 18% 집행으로 부진한 인프라 투자도 하반기엔 집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철도, 도로 등 교통 인프라 투자가 많았던 것과 달리 수력, 환경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도 지난 5월 초 유럽 순방 시 중국이 환경 보호를 위해 5조 위안을 투입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둘째, 인프라 재정 확대와 함께 내수 진작을 위한 각종 소비 보조금 정책 실시다. 대상은 절전형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평면 TV, 발광다이오드(LED), 기름이 적게 드는 소형 자동차 등 가계 내구재 중심이다. 가능한 한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돼서 같은 돈을 써도 정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셋째, 중국 내 시장에서의 민감한 반응을 줄이고 글로벌 위기에 보다 빨리 좋은 신호를 주기 위해 6월 7일 저녁 8시 전격적으로 인민은행 예금 및 대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도 했다. 1년 만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모두 0.25%포인트 떨어져 3.25%, 6.31%가 됐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2월 이래 3년 6개월 만의 인하 조치다.

금년 들어 중국은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 재정 투자, 수출 등 모든 지표들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경기를 다시 성장 국면으로 바꾸기를 희망한다. 이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다양한 편이다. 지방정부의 부실로 인해 재정 투자 확대가 어렵고 유럽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국 뉴욕대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와 이코노미스트들은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의 재정 건전성이 좋아 재정 확대 여지가 충분하며, 해외 경기 둔화로 유가 하락 등 물가가 빠르게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버블을 너무 의식하지 않고 계속 금리 인하를 취할 것이라는 근거로 경제성장률이 8%를 초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이들은 유럽 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8% 이상의 고성장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개인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통해 당초 목표를 다소 상회하는 7.5~8.0%를 달성할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GDP에서의 재정 투자 비중은 약 23%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1%의 놀라운 성장을 보인 것도 대대적인 인프라 고정 투자 등 4조 위안의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회복으로 하반기부터는 대중국 수출이 10% 이상 늘 전망이며, 특히 의류, 음식료, 화장품, 가전, 자동차, 철강, 화학이 회복될 것이라 예상한다.
주식도 해당 업종의 대표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In China]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중국의 총력전
지속 성장을 위해 민간 투자와 소비 증대가 선행돼야

문제는 재정 투자를 정부 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 사실 지방정부의 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투자한 인프라 시설에서의 현금흐름은 상당히 나쁘다. 2012~ 2013년 지방정부의 채무 상환 금액이 사상 최대인 3조1000억 위안으로 늘면서 자금 부족으로 한때 일부 철도 프로젝트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 허용 및 발행 한도를 확대(2012년 기준 500억 위안 상향 조정)하고, 민간기업의 국책사업 참여를 적극 허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계획대로 재정 지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민간기업의 인프라사업 참여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33개 세수 우대 정책까지 확정한 것은 향후 민간부문에서의 투자 증가에 지속적으로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수출의 빠른 둔화에도 불구, 적정 성장을 유지하려면 소비가 얼마나 빨리 느는가도 중요하다. 2011년 현재 소비(명목소비)는 22조5000억 위안,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8%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책으로 GDP 1.1%의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7%대 후반의 성장률로 다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이유로 중요한 것은 중국 정부의 금리 인하 의지와 추가 인하 여력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금리 인하는 대출금리만 18BP(100분의 1%) 소폭 낮출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예금·대출금리 모두 25BP 낮춰 적극적인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미국, 유럽 상황 고려 시 당분간 물가 안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성장이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하는 언제든 가능하다. 이번 부양 정책이 이전과 달리 개별 맞춤형으로 돼 있는 것도 중국 정부의 성장 목표를 맞추기 위한 꼼꼼한 계산이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초 중국 정부의 목표 이상으로 성장률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지방정부의 부실이 지속되고 있어 지나치게 빨리 재정을 확대하기 어렵고 소비도 중산, 저소득층의 소비 증가가 빠르지 않아 총 소비 증가도 기대만 못하다. 유럽 경기 침체로 수출 둔화도 장기화될 것임을 고려하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해 정부도 지나친 개입 내지 무리는 안할 것으로 본다. 4월 말 발표한 위안화 1일 변동 폭 확대(0.5→1.0%)는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용인한 것으로 중국이 수출 증가 대신 외환시장 개방 확대를 택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제하라면 중국 주식시장은 유럽 발 위기로 조정 국면이 길고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성장률 목표를 대체로 달성할 것으로 보면, 상저하고(上底下高)로 이전 시장의 대다수 예상치인 2700포인트를 평균값으로 다소 넓은 변동 구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유럽이든 미국이든 충격으로 주가가 하락 조정할 때마다 매수를 늘려볼 만하다. 업종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마트폰·게임 등 정보기술(IT), 규제에서 보조금 지급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업종 등이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미국, 유럽의 장기 경기 침체 가능성에 중국마저 경기가 둔화한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경기 부양으로 7.5~8.0%의 성장을 회복한다 해도 이전의 9~10%에서 10~30% 성장이 줄어든 것이므로 새로운 수출 지역 및 업종을 찾지 않는 한 그 자체로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것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정책, 전략을 근본적, 구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경기 회복으로 하반기부터는 대중국 수출이 10% 이상 늘 전망이다. 특히 의류, 음식료, 화장품, 가전, 자동차, 철강, 화학이 회복될 것이라 예상한다. 주식도 해당 업종의 대표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