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국내에서 와인은, 부정적인 이슈들로 인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 인류 문명과 함께 태어났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억겁의 역사를 지녔으며, 세계 공통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와인이 국내에서는 유독 안 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사업을 떠나 와인을 사랑하는 와인 애호가로서 걱정이 많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는 반대로 한국 와인 시장은 해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와인 시장 중 한 곳이다. 시장으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데, 그 안에는 한국 사람들의 뛰어난 문화 흡수력과 글로벌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다.

실례로 세계적인 와인 박람회인 비넥스포(Vinexpo)가 국제와인주류협회(IWSR)와 함께 발표한 와인 전망 자료에 따르면 세계 와인 소비 성장률은 3%인 데 반해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아시아 톱3 와인 소비국으로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소비 성장률이 33.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를 보면 약 10년 동안 80% 가까이 성장하는 것으로 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해외 와이너리들이 거는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근 방한한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와인 명가 ‘바바(BAVA)’의 최고경영자(CEO) 로베르토 바바는 “10년 전부터 매년 2회 한국을 방문해 왔으며 한국 와인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한국은 일본 시장을 앞설 힘을 가지고 있으며, 바바 와이너리는 톱3 와인 시장이 될 한국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아왔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와인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지닌 국가다. 인류 문화 속에 깊게 뿌리 내린 와인이 그 힘을 자랑하며 우리 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인류 문명의 탄생과 함께한 와인이 지닌 문화의 힘은 ‘한물갈’ 수 없다는 것을 그 지나온 역사의 시간을 헤아려본다면 금방이라도 알 수 있다.

쉽게 생각해보자. 얼마 전 TV에서 큰 인기를 얻은 다큐멘터리‘누들로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세계의 문화가 이동하고 이동해 결과적으로 전 세계가‘누들(국수)’식문화로 한데 묶여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 중 온전히 이 땅에서 탄생해 우리만 누리는 문화가 과연 있었던가. 문화라는 것 자체가 이동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한 곳에 정착해 그 토양에서 성장을 거듭한 후 고유의 문화를 피우고 또다시 이동하는 게 아닌가.

원시시대의 술은 과일주로부터 시작됐으며, 가장 최초로 술을 빚은 생명체는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였다는 설과 바위의 움푹 파인 곳에 저장된 과실이 우연히 발효된 것을 사람이 먹어보고 맛이 좋아 계속 만들어 먹었다는 설도 있다. 역사 속 최초의 와인은 메소포타미아 수메르인의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성경’에서 와인은 ‘예수의 피’를 상징한다.

와인은 이렇듯 인류 초창기의 문화이자 전 세계 공통의 문화다. 우리나라도 와인은 없었지만, 과실주는 있었다. 과실주를 발효했다면 그 또한 큰 범주에서‘와인’에 속한다. 최근에는 와인 문화의 전파로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에 나가 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고, 그 노력들이 작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결실을 맺고 있다. 하나의 문화로서 토양에 정착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국 일본에서도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중국에서는 세계적인 와인 기업들이 아예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중국 본토로 진출해 와이너리를 설립, 와인 생산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CEO 칼럼]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와인의 저력
현재 거론되고 있는 와인과 관련된 문제들은 해결해 나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이면에 서려있는 수입품이나 주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로 더 많은 제약을 걸어 문화를 배척(?)해서는 안 된다. ‘누들로드’에서처럼 국수를 만드는 방법이 우리나라에 정착해 많은 식문화를 만들어냈듯이 한국만의 특성을 지닌 와인 문화가 정착돼 더 큰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토양을 다지기에 지금은 와인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가장 절실하다.


김양한 길진인터내셔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