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IBK기업은행장

기업은행 최초 공채 출신 은행장인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한 지 1년 6개월여가 흘렀다.

그 사이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100조 시대를 열었고, 방송인 송해 씨를 모델로 한 광고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는 조 행장의 공격적인 경영이 빛을 발한 결과다. 최근 러시아와 스페인을 방문하고 돌아온 조 행장을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CEO Interview] 간절한 마음과 과감한 시도는 CEO의 기본 자질
러시아와 유럽의 분위기는 어떻든가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듯합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는데, 내년 말까지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합니다. IBK기업은행의 최근 행보를 보면 그 말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최근 금융권에서 IBK기업은행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이 송해 선생님을 모델로 한 광고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2012년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는 원년입니다. 여러 안을 놓고 고민하다 송해 선생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송해 선생은 세대를 뛰어넘어 가장 사랑받는 현역 MC이잖아요. 그 이미지를 살려서 서민적이고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도록 광고를 만들었는데, 그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광고 효과 조사 결과 ‘은행 광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광고가 무엇이냐’는 최초 상기도 질문에 지난 2, 3월 IBK기업은행 광고가 1위를 기록했어요.”


대박의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광고에 대한 기대 이상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광고가 성공을 거둔 데는 ‘진솔하고 호소력 있는 광고’, ‘광고 모델의 진정성’, 그리고 ‘전 직원의 적극적인 참여’ 이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간 IBK기업은행은 ‘기업’이라는 이름 때문에 창립 이후 50년이 되도록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이번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012년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하는 원년이라고 생각합니다. IBK기업은행이 창립 50년이 되도록 풀지 못한 숙제가 ‘아직도 IBK기업은행은 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딜레마는 100년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우리가 해결하고 나가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광고가 실제 영업에도 적잖은 도움이 됐을 듯합니다. 신규로 들어온 예금도 적지 않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인식을 제고한 게 가장 큰 성과겠죠. 물론 예금도 적잖이 들어왔어요. 6월 11일 현재 1210억 원의 예금을 새로 유치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80% 이상이 IBK기업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신규 고객이라는 점입니다. 표면적인 실적 외에 파악되지 않은 예금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금을 든 고객들의 사연도 다양할 듯한데요.

“‘IBK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 그리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납니다’라는 말을 듣고 전율을 느꼈다고 오는 분도 있고 손자하고 TV를 보다 나중에 손자 일자리 만든다는 생각에 예금에 가입한 분도 있습니다. 송해 선생과 나이가 같다거나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예금을 드시는 분도 있고요. 하루에도 서너 분이 꾸준히 그런 식으로 찾아오십니다.”


송해 선생님 때문에 실향민 통장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송해 선생님이 황해도 출신인데,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실향민 통장을 만들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실향민을 대상으로 한 통장은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통장을 만들면서 이북5도청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수익의 1%를 그쪽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젊은 연예인들이 대부분인 광고 시장을 생각하면 IBK기업은행 광고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듯합니다. 확실히 IBK기업은행 광고는 진정성 있게 들리거든요.

“광고에 수화를 넣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우연히 KBS에서 하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쏘냐라는 가수가 노래를 하는 겁니다. 노래를 하면서 수화를 하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저거다 싶어서 우리 광고에도 수화를 넣자고 제안했죠. 이왕이면 직원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사내 아나운서한테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자기가 고등학교 때 수화대회에서 금상을 탔다는 겁니다. 5일간 연습하고 촬영을 했어요.”
“고객들이 IBK기업은행을 찾아주신 데는 내부 출신 은행장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저는 위대한 IBK기업은행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IBK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예금금리는 가장 높은 대신 대출금리는 제일 낮습니다.”
“고객들이 IBK기업은행을 찾아주신 데는 내부 출신 은행장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저는 위대한 IBK기업은행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IBK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예금금리는 가장 높은 대신 대출금리는 제일 낮습니다.”
‘IBK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는 단순하지만 IBK기업은행을 설명하는 핵심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신규 고객의 80%가 그 말에 공감해서 예금을 유치해주셨어요. 실제로 IBK기업은행은 이 두 가지를 다하고 있는 은행입니다. 직원들한테도 자랑스러운 광고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최근 중소기업 대출 100조 원 시대를 맞았습니다. 그 의미를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중기 대출 100조 시대를 맞이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1961년 IBK기업은행이 설립된 이후 1981년 중기 대출 1조4000억 원, 1993년 10조5000억 원, 2006년 59조6000억 원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3월 말 드디어 1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중기 대출 100조 원 달성은 대한민국 금융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특히나 타행과의 인수·합병(M&A) 없이 순수 자력으로 이루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외환 위기와 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중소기업이 어려울 때일수록 중소기업 지원을 더욱 확대해 온 결과입니다.”


최근 금융 위기 때도 그 원칙을 지킨 걸로 유명한데요.

“IBK기업은행은 글로벌 금융 위기 시 은행권 중기 대출 순증액 19조3000억 원 중 91%인 17조6000억 원을 차지했습니다. 대출 확대와 더불어 지속적 금리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 금융을 선도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해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앞으로 중기 대출 100조 원 달성에 만족하지 않고, 중소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200조 원, 300조 원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입니다.”


행장님 개인적으로 문화와 교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콘텐츠 진흥에 금융사가 일조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이와 관련한 IBK기업은행이 보인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문화콘텐츠 대출 지원 및 금융 투자 등 맞춤형 금융 지원을 해왔습니다. 아울러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설립해 3년간 450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고요. 주요 지원 성과를 보면 ‘뿌리 깊은 나무’(23억 원), ‘빛과 그림자’(30억 원), ‘수상한 가족’(25억 원) 등 TV 드라마와 ‘대장금 판타지’ 공연(5억 원 간접투자), 영화 분야에서는 CJ E&M과 공동으로 ‘IBK금융그룹 문화콘텐츠 상생협력 투자조합’을 조성(총 투자규모 150억 원)했습니다. 이 밖에도 문화콘텐츠 유관기관인 기술보증기금 및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긴밀한 협력을 구축해 총 대출 규모 1000억 원의 신용보증서 담보 대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방송광고에도 담겨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IBK기업은행의 입장, 혹은 그간의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중소기업을 잘 아는 IBK기업은행의 특화된 일자리 창출사업을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사업으로 정착,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가보면 정말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선 영업점 직원과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영업현장회의’ 및 ‘타운미팅’을 통해 중소기업 인력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구인기업과 구직자 간 눈높이 격차와 정보 부족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수 중소기업 채용 정보와 청년구직자를 연결해 주고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청년 취업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중소기업 전문 무료 취업포털 ‘잡월드’를 구축, 운영하고 취업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에서 ‘잡월드 채용박람회’를 개최해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CEO Interview] 간절한 마음과 과감한 시도는 CEO의 기본 자질
특성화고 학생에 대한 취업 지원도 빼놓을 수 없죠.

“그렇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전국 406개 특성화고와 MOU를 체결해 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11년과 2012년 모두 177명을 채용했습니다. 그중에 그만둔 직원은 딱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도 부모와 함께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서 회사를 그만두었고요. IBK기업은행의 일자리 창출 운동은 사회공헌의 일환입니다. 사회공헌 활동은 더 이상 자선이 아닌 경영의 한 축이자 기업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일자리 창출 사업을 사회공헌 활동의 핵심 사업으로 정착,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개인적인 포부이기도 하겠는데, IBK기업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우선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IBK기업은행의 지상과제에 충실하고, 아울러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겁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힘든 때일수록 국가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 지원에 매진하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지상과제이자 사명입니다. 올 초 전격 단행한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하도 이 같은 사명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서 주어진 책무를 철저히 이행해 나가는 것 역시, IBK기업은행에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제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현장경영, 정도경영, 내실경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시면 됩니다.”


행장에 취임하면서 캠페인과 프로모션을 없애셨습니다. 두 가지 카드는 사실 행장이 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인데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캠페인을 통해 신규로 만드는 카드 중 절반은 없애는 그런 건 엉터리라고 봐요. IBK기업은행 50년 동안 고객 수가 가장 늘었을 때가 50만 명을 넘지 못했어요. 그런데 캠페인, 프로모션 없이도 지난해 고객이 103만 명 늘었습니다. 올해도 5월 말 현재 이미 고객이 53만 명 늘었습니다. 고객들이 이처럼 IBK기업은행을 찾아주신 데는 내부 출신 은행장에 대한 믿음도 있겠지만, 저는 위대한 IBK기업은행의 DNA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IBK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예금금리는 가장 높은 대신 대출금리는 제일 낮습니다. 수수료도 최저 수준이고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아이디어가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를 얻으십니까.

“궁즉통(窮則通)인 셈이죠. 궁하면 통하게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간절함이 바탕에 있어야겠죠. 그렇다고 간절함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과감하게 시도하는 거죠. 사실 초기에는 여러 사업들에 반대도 많았습니다. 확신을 갖고 밀어붙였더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행장을 하면서 느끼는 건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단순한 진리입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정도를 걸으면 바라는 바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