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Invest in 2nd half of 2012

유럽 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거세지는 경기 논쟁이 올 하반기 이후 회복 국면으로 재진입하는 ‘소프트 패치’냐 아니면 ‘더블 딥’ 혹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유럽 재정 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좀처럼 힘들어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키워드로 본 경제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세계 경제 키워드: 불확실성과 위기 상시화

1990년대 이후 세계 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 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서 잇따른 위기를 거치면서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과거의 경기 순환은 주로 인플레이션과 관련돼 발생했다. 종전 경기순환이론대로 한 나라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경기 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 초), 아시아 외환 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 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 위기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이번 경기 침체는 금융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으나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 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 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 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 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진행형이라는 점 등이 종전과 다르다.

따라서 종전의 경기순환 패턴을 기초로 한 전망이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예측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예측기관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예측기관들이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확인된 네트워킹 효과에 심리적 요인 등에 대한 재평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유럽 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거세지는 경기 논쟁이 올 하반기 이후 회복 국면으로 재진입하는 ‘소프트 패치’냐 아니면 ‘더블 딥’ 혹은 장기 불황에 빠질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런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예측의 정확성을 위해 무엇을 유념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 경제 전망] ‘키워드’로 본 2012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 전망
세계 질서와 경제학계 키워드: 뉴 노멀과 행동경제학

유럽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금융 위기가 발생한 지 4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인들에게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역설하는 주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스탠더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잇따른 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스탠더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금융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했다. 이제 금융 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더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 경제 최고 단위부터 바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올 6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인들은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제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사됐다.

글로벌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신(新) 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1월에 열렸던 G20 서울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IMF와 비슷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기구 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 움직임이 시작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에서 ‘불가불 연계 경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더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세계 산업 키워드: 알파 라이징과 BOP 비즈니스

올 하반기 이후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역시 산업 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 우위 확보 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 기업들은 창의, 혁신, 개혁, 융합, 통합, 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 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 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이른바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기업과 계층에 대해 가치와 평가를 부여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벌써부터 천재성 제품으로 구성되는 ‘알파 라이징(α-rising) 업종’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BOP 비즈니스’가 2010년대를 상징하는 유망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많은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로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금융 위기 이전의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까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유럽 위기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 위기’가 올 하반기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론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위기 상시 체제에 접어든 뉴 노멀 시대를 맞아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대와 희망만 갖기에는 편치 않아 보인다. 특히 기업들이 그렇다.

하지만 글로벌 선도 기업일수록 잇따른 위기를 ‘대도약의 계기’로 삼는 점이 눈에 띈다. 이를 위해 도전적인 목표 설정, 신사업 조기 가시화, 가치를 담은 제3의 성장 등을 핵심 경영 전략으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경영 계획은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트렌드를 겨냥해 공격 경영을 계획하고 있는 점을 시사한다. 선도 기업들이 주력하는 것은 ‘세상은 넓다’라는 인식하에 글로벌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위기 속에서 이미 축적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위 분야에서는 추격자를 완전히 따돌리고, 신규 유망 사업도 적극 발굴하고 있다. 특히 신흥 시장에 공들이고 있는 점이 또 다른 특징이다.



기업 경영 키워드: 융·통합과 투 트랙 전략

올 하반기를 맞아 수정된 경영 전략에서 나타나는 화두는 융·복합이다. 유·무선 통합에 이어 통신과 금융, 자동차와 신소재 등 이종(異種) 산업 간 새로운 결합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동종업·이업종 간의 전통적인 경계선이 급격히 무너지면서 하나의 지주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해 나가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화두는 인수·합병(M&A)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도 M&A를 통한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유럽 위기로 부실 금융사가 정리될 경우 금융권 전반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사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시장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4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자금 사정 등에 있어서 기업 혹은 금융사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나면서 M&A 시장에 매물이 많이 출회되고 있다. 이때 시장에 진입 비용을 다 치른 기업들을 인수하느냐 아니냐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느냐 아니냐의 관건이 되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좋은 기업들은 출회된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경영 전략과 함께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본 모습을 찾기 이전까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 간의 선순환이냐 악순환이냐에 따라 불확실성 시대가 지속될 점에도 대비해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등 성장 기반을 마련하면서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힘을 쏟는 ‘투 트랙(이원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도 차는 있지만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본 모습을 찾은 후에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은 상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경기와 주가는 ‘대침체기와 대호황기’가 한순간에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제주체들이 투자를 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시계 확보 뒤 계획 추진’을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률과 같은 거시지표는 개선되지만 채산성 지표는 크게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여건하에서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위기론에 얽매어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개선돼야 한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갖고 있되 새로운 트렌드를 감안한 경영과 투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4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자금 사정 등에 있어서 기업 혹은 금융사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나면서 M&A 시장에 매물이 많이 출회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4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자금 사정 등에 있어서 기업 혹은 금융사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나면서 M&A 시장에 매물이 많이 출회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 키워드: 脫 유로화와 캐리자금

그중의 하나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 적자와 국가 채무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어 공공 지출 증가를 민간 지출 감소로 상쇄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해 경기 회복 속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의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주요 국가에서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국가 최고통수권자를 뽑는 선거가 집중돼 있다. 갈수록 선거가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이 심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복지비 지출 등 국민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이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심통화 논의도 유로화 약세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한다. 벌써부터 중국 등이 주도가 돼 원유 결제 등에 있어서 늘어가던 유로화를 버리고 새로운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 유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위상이 갈수록 떨어질 경우 금융 위기로 한때 흔들렸던 미국 달러와 국채의 위상이 높아져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국제 간 자금 흐름에 있어서는 각종 캐리자금의 움직임도 특히 예의 주시해야 한다. 올 하반기에도 유로 캐리자금은 유로랜드 밖으로 이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 위기 상황이 극도의 상황으로 몰릴 경우 유로 캐리자금이 회귀되고 이 과정에서 환율, 주가를 비롯해 가격 변수의 변동 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