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celona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현실인 곳이 있다.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 그가 죽은 지 100년 가까이 됐건만, 여전히 바르셀로나는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물결이다. 생전에 만들어 놓은 건축물과 공원 등은 거의 모두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고, 그의 대표작인 ‘성 가족성당(La Sagrada Familia)’은 130년이 넘도록 여전히 공사 중이지만 매년 수백 만의 관광객을 바르셀로나로 불러들이고 있다.
![[The Explorer] 바르셀로나, 자연을 닮은 가우디의 도시](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1355.1.jpg)

가우디의 건물에는 직선이 없다.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기둥이나 창문, 작은 장식품 하나까지도 모두 나무와 하늘, 구름, 바람, 풀과 곤충을 닮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건물이 가능할까. 옥수수를 닮은 독특한 외양의 성 가족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내 눈앞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졌다. 세상에, 이런 건축물이 가능하구나. 나무처럼 뒤틀려 자란 기둥은 하늘로 가지를 뻗었고, 천장은 거대한 돌 잎사귀로 가득했다.
왜 건축은 자연이 되면 안 되는가. 자연의 아름다움, 기능과 조화, 그리고 그것을 만든 이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 평생을 독신으로, 마지막 몇 년은 공사 현장 한 구석의 침대에서 먹고 자며 오로지 성 가족성당 건축에만 매달렸다는 가우디의 마음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외관부터 입구의 조각상들, 내부의 작은 이음새 하나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 자연을 닮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거, 정말 100년 넘게 지을 만하다. 아무리 공사 중인 건물이지만 1년에 수백만씩 와서 볼 만하다.


물론, 바르셀로나에 가우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카소와 살바도르 달리, 호안 미로. 스페인 미술, 아니 현대미술의 한 흐름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화가들이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거나 이곳을 예술적 근거지로 삼아 활동했다. 당연히 이들의 이름을 건 미술관이 모두 있으니 바르셀로나는 ‘예술의 도시’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중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딕양식의 피카소 미술관, 바르셀로나가 한눈에 보이는 몬주익 언덕(MontJuic)에 자리 잡은 호안 미술관, 그의 작품처럼 기발하고 재미있는 모양을 한 달리 미술관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The Explorer] 바르셀로나, 자연을 닮은 가우디의 도시](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1361.1.jpg)

20년 전 이곳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마라톤의 황영조가 금메달을 딴 몬주익 언덕의 ‘마법 분수(Font Magica de Montjuic) 쇼’는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다. 1929년의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거대한 분수는 환상적인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져 ‘마법 분수’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10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천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 말일지 모른다. 바르셀로나에서 봤던 그 모든 아름다움-그림 같은 지중해 항구의 풍경, 밝고, 낙천적이고, 정열적인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적 감성들-이 가우디의 작품 안에 압축적으로 혹은 가장 창조적으로 표현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우디가 바르셀로나에게서 받은 것을 바르셀로나에게로 돌려주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바르셀로나를 찾는 여행자들은 거기에 숟가락 하나를 더 얻는 셈이다.

How to Get There
아쉽지만 인천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직항 편은 없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 가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비행 시간은 모두 13시간 정도 걸린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다. 이 밖에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의 항공사를 이용해 바르셀로나에 갈 수 있다.
Where to Stay
세계무역센터 건물 안에 자리 잡은 유로스타 그랜드 마리나 호텔(Eurostars Grand Marina Hotel)은 바르셀로나 항구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이 포인트. 또한 관광 중심지인 람블라 거리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것도 장점이다. 람블라 거리에 위치한 로열 람블라스(Royal Ramblas), 바다 전망이 환상적인 매리어트 호텔(AC Hotel Barcelona Forum by Marriott) 등도 추천할 만하다.

바르셀로나에서 60km 떨어진 몬세라토는 철도나 승용차를 이용해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관광지다. ‘톱으로 자른 산’이라는 뜻처럼 기암괴석들이 이어지는데, 가우디가 바로 여기서 건축적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성 가족성당을 연상시키는 돌산과 그곳에 그림처럼 자리 잡은 중세 수도원을 볼 수 있다.
글·사진 구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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