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동안 강한 성장세를 구가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몇 개월간 이전과 다르게 다소 주춤한 성장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스마트폰의 확산은 사람들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휴대전화에서 스마트폰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는 급증했지만, 노키아와 RIM 등은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으면서 주가도 줄곧 하락세다. IT부품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D램 수요가 PC용 D램을 넘어설 전망이며,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이를 생산해낼 수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들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IT업계에 또다시 변화가 예고된다. 이전에는 스마트폰용 부품업체라면 비중 확대를 권하던 전문가들도 선별적인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단가 하락과 경쟁 심화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다.
[KOSDAQ] 스마트폰 시장 성숙기 진입…부품업체 주가도 차별화 시작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

2013년 스마트폰은 8억4000만 대로 판매돼 시장성장률은 28.5%로 여전히 20%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시장의 질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란 의견이 많다. 그동안 강한 성장세를 구가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몇 개월간 이전과 다르게 다소 주춤한 성장 흐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다.

우선 변화가 크게 감지되는 지역은 북미 시장이다. 북미 시장은 이미 휴대전화 사용자의 절반이 스마트폰을 사용함에 따라 신규 스마트폰 수요 증가세가 뚜렷이 둔화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교체 수요도 작년 초 미국 통신사들이 실시한 기기 변경 최소 기한 연장(12→20개월)으로 부진해질 전망이다. 서유럽 역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40% 수준에 이르면서 신규 수요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말 기준으로 북미와 유럽,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각각 63.1%, 45%, 42.9%까지 상승할 것이며, 이후 점차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과 동유럽, 남미의 보급률은 각각 19.9%, 13.1%, 11.8%로 전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22.8%에도 못 미치며 향후 이들 지역의 스마트폰 신규 수요가 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19억80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는 판단이다.

다만 선진국 비중이 줄어들고 이머징마켓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스마트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의 하락 속도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현재 80~85달러 수준인 ASP가 연말에는 7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7%만이 3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었고, 52%를 75달러 이상의 기본형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2005~2007년 휴대전화 시장 재현되나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2005~2007년 휴대전화 시장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당시에도 서유럽과 북미 등 선진 시장이 포화돼 아시아 시장 위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휴대전화 ASP가 하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05년 서유럽과 북미 지역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각각 97.8%와 55%까지 기록한 반면 아시아 보급률은 14.8%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판매가격도 하락해 당시 빅5(노키아·삼성전자·모토로라·소니에릭슨·LG전자)의 ASP 증가율은 2005년 -11.1%, 2007년 -11.3% 등으로 급락했다.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세트업체(10% 내외)보다 낮은 5%로 더 크게 하락했다. 이런 영향으로 부품업체들은 일부 부품주(인탑스·피앤텔·텔레칩스·이라이콤 등)를 제외하고 주가도 크게 조정을 받아야 했다.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될 것이란 예상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라도 관련 부품주에 대한 전반적인 비중 확대보다는 선별적으로 투자 대상을 압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조건은 삼성과 애플 등 1위 그룹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과 애플 공급업체 중에서 점유율이 높은 업체,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낮아질 수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르고 실적이 견조한 업체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은 교체 수요가 주요 견인차가 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 등 기존 강자의 고객군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며 “또한 삼성전자는 선진국과 이머징 지역 비중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애플은 선진국 비중이 높으나 최근 이머징 지역 판매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지역은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19억80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
아시아 지역은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19억8000만 대에 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크다.
파트론·대덕GDS 등 살아남을 것

현재의 변화기에도 주가 전망이 밝은 종목으로 파트론, 대덕GDS, 대덕전자, 인터플렉스, 자화전자, 옵트론텍 등이 꼽힌다. 파트론은 갤럭시S3 판매 호조의 최대 수혜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갤럭시S3에 카메라 모듈, 안테나 등을 납품하며 삼성 내 점유율이 80%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 매출액 6700억 원, 영업이익 6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6.2%와 6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2분기에도 다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핸드셋 부품업체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2012년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1.2배에 머물러 있다.

스마트폰용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대덕GDS도 올해 매출액 4906억 원, 영업이익 439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그동안 TV, 셋톱박스, 모니터 중심으로 PCB를 공급하면서 스마트폰 부품주로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PER가 7배로 주가가 싼 점이 매력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용 PCB업체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주가 수준은 극심한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대덕전자와 인터플렉스도 스마트폰용 PCB업체다. 스마트폰은 과거의 피처폰에 비해 높은 성능을 요구하고 있어 안에 들어가는 PCB부품수도 2배가량 늘어났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부품을 공급하는 자화전자는 지난 4분기 연속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해왔다.

2분기에도 매출 789억 원과 영업이익 79억 원으로 5분기째 사상 최대 매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실적을 감안한 PER는 5배에 불과해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문현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 재정 위기로 IT 중소형 주주들이 집중적인 매도 타깃이 됐다”며 “하지만 자화전자는 실적에 비해 낙폭이 과도한 상태”라고 말했다. 옵트론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모듈 제조업체로 삼성전자를 최대 고객으로 두고 있어 올해 매출 1300억 원, 영업이익 210억 원이 예상된다. 올해 PER는 8.7배다.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