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랭저는 또한 전통 방식에 따라 샴페인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 품종만을 사용해 오크통에서 발효시킨다. 그리고 샴페인을 효모와 최대한 오래 접촉시키는데, 이렇게 효모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샴페인의 신선함을 보존하며 동시에 기포 발생에도 도움이 된다.
오크통 숙성을 거치는 거의 유일한 샴페인
설립자의 증손자인 자크 볼랭저가 1918년에 하우스를 물려받았을 때에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자로 명성이 높았으며 볼랭저 스타일은 프랑스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열성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1941년, 이른 나이에 임종을 맞은 자크 볼랭저는 명성 높은 샴페인 사업을 아내인 마담 릴리 볼랭저(Madame Lily Bollinger)에게 물려주었다. 남편에게서 사업을 물려받은 그녀는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늘 자전거를 타고 볼랭저의 포도밭을 돌았으며, 포도주 생산의 모든 단계를 꼼꼼히 살피는 한편 하우스의 국제적인 자산을 관리했다.
볼랭저는 또한 오크통에서 발효시키는 마지막 샴페인 하우스다. 오크 배럴의 발효는 와인의 품질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오크 숙성은 탱크에서 숙성하는 것보다 100배가량 비용이 더 드는 게 흠이지만 품질에서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최소한 3년(스페셜 퀴베)에서 5년(그랑 아네) 동안 볼랭저의 와인 셀러 안에서 숙성된 후 출하하기 때문에 마시기에 적절해 볼랭저 스타일은 미식 비평가와 트렌드 세터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영국 왕실 최초로 왕실 조달 허가증을 받은 샴페인 하우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볼랭저는 일찍이 영국 왕실 공식 샴페인으로 지정됐다. 볼랭저는 1884년 빅토리아 여왕 시절 영국 왕실에 샴페인을 공급하는 지정처로 선정돼 왕실 조달 허가증(royal warrant)을 부여받았는데, 이는 샴페인 하우스 중 최초다. 아직까지도 영국 왕실의 공식 샴페인 중 최고 등급 와인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 연회 때에도 사용된 바 있다.
볼랭저는 또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가장 사랑한 샴페인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에 개봉한 ‘007 어나더데이’에서 감옥을 나온 제임스 본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볼랭저를 맛보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볼랭저는 일명 ‘제임스 본드 샴페인’이라고도 불린다. 2006년작 ‘로얄 카지노’를 포함해 총 12편의 시리즈에 볼랭저 샴페인이 등장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샴페인 하우스 중 EPV 라벨을 획득한 것은 볼랭저가 최초다. 이로써 볼랭저는 프랑스 샴페인의 대표 생산자로 전 세계에 프랑스 샴페인의 우수성을 알리는 전도사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볼랭저는 자연친화적 생산자 인증인 ‘High Environmental Value(HEV)’ 또한 프랑스 와인 생산자 최초로 획득함으로써 자연친화적 생산자의 선구자로 전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됐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제공 신동와인(www.shindongw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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