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위안화의 절상과 자유화에 대해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던 중국이 최근 위안화 1일 변동 폭을 0.5%에서 1.0%로 확대했다. 위안화 변동 폭이 확대된 것은 2007년 이후 5년 만으로 그 배경에 대해 국내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는 중국 내 외환 시장 참여기관들의 가격 결정과 리스크 관리 능력 등이 개선돼 한 단계 자유화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독립적으로 위안화 무역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연간 2조 위안에 달하는 위안화 결제 시장의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주요 언론들은 외환 시장의 역할 확대로 실물경제의 원만한 운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 치열하게 샅바싸움을 벌여왔던 미국 등도 위안화 절상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바란다면서도 일단 긍정적이라고 논평을 내놓았다.

아무튼 1일 변동 폭 확대 이후의 위안화 모습은 4월 말 달러당 6.27위안까지 내려가는 등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5월 들어 오히려 환율이 올라 절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5월 초 미·중 전략경제대회에서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선반영해 절상됐다가 최근 중국 수출이 줄고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펀더멘털에 따라 약화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In China] 위안화 변동 폭 확대 후폭풍
위안화 변동 폭 확대 조치의 의미

그러나 이번 중국의 위안화 변동 폭 확대 조치는 단순히 외환 시장만의 이슈가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이전엔 미국 등의 강력한 절상 압력과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출 타격을 우려해 빠른 위안화 절상에 끝없이 반대해 왔지만 이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위안화 절상 여부에 관계없이 미국 특히 유럽 경기는 향후 수 년 이상 회복되기 어려워 수출 주도로 성장을 이끌기는 어렵다.

따라서 소비, 내수를 진작해서 적정 성장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란 생각이고 차라리 절상 유도로 미국 등의 요구를 받아주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것을 얻어내고 동시에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중국 인민들의 구매력을 높여줘 최근 빈부 격차, 부패 등에 불만이 높아진 인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실질소득도 높이는 효과도 얻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위안화 값이 비싸지면 수출에는 부담이지만 수입 물가가 떨어지고 기업의 원재료 비용 부담이 줄어들어 내수기업, 특히 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엔 힘이 된다.

둘째, 위안화 절상을 중국의 글로벌 전략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서 세계 전략을 구사해야 할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이 재정 위기로 경기 침체 및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을 지금이 확실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할 시점이라고 보고, 해외 자원, 글로벌 기업 인수 및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위안화 절상만큼 싸게 사는 것이고 추후 더욱 절상된다면 그만큼 잠재이익도 커진다. 투자, 자금 공급으로 유럽 등의 경기 회복을 돕는 모습이지만 실제는 경기 회복 뒤의 엄청난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는 셈이다.

셋째, 자국 화폐가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지 않으면 세계 패권을 쥘 수 없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미국의 백년 가까운 팍스아메리카나도 따지고 보면 미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인 점이 크게 작용해왔다. 따라서 중국도 당연히 위안화의 자유화, 국제화를 추진해야 하는데, 시점으로 볼 때 세계 경제가 조정기이고 유럽이 어려워 유로화가 흔들리는 지금이 유로화를 대신해 위안화를 내세울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할 만하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고, 그리스에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EU가 극도로 취약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위안화의 국제적 부상을 돕고 있는 양상이다.
위안화 값이 1%포인트 오르면 원화 가격은 0.5%포인트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 절하에 따라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안화 값이 1%포인트 오르면 원화 가격은 0.5%포인트 오르기 때문에 상대적 절하에 따라 수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속화되는 아시아권 위안화 허브

위안화 변동 폭 확대를 계기로 최근 위안화를 둘러싼 글로벌 시장에서의 변화를 짚어보자. 우선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위안화 허브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최근 2~3년간 중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위안화 표시 중국 정부채(딤섬채) 발행 등이 홍콩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져 홍콩이 절대적인 위안화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듯했으나 일본 도쿄, 싱가포르 등에서도 위안화 역외 시장 설립 움직임이 구체화되는 등 위안화 시장 허브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내심 유로화를 제2의 기축통화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향후 수년간 유로연합이 정치·경제적으로 약화될 때 유로화가 사라지도록 내버려둘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중국과 연합해 유로화를 대체하려 할 것이다. 이미 중국과 일본은 상호 통화 스와프협정을 맺고 있고, 일본은 역외 위안화 거래 시장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유럽통합의 지지자였던 조지 소로스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인 장 클로드 트리셰는 유럽 국가들이 다시 뭉치지 않으면 유로화의 몰락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외국 기업들이 대거 몰리는 등 반사적 이익을 가장 많이 본 곳이다. 외국 기업, 외국인 유치를 위해 세금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해 국제 금융 허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종 규제 완화로 국제 금융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져온 영국도 위안화 시장 경쟁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월 말 런던에서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발행한 위안화 채권이다. 중국 국채로서 20억 위안(약 3600억 원), 금리 3%로 발행됐는데, 중국 바깥에서 발행된 최초의 위안화 표시 채권이다. 홍콩이 그동안 지리적·정책적 이점을 많이 누려왔지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홍콩의 위안화 허브 위치가 영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로부터 도전을 받게 됐다고 보고 있다.

영국 재무장관은 위안화 채권 발행을 환영하고 위안화 역외 시장 설립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런던에만 인민폐 예금 350억 위안, 은행 간 예금 740억 위안 등 총 1090억 위안이며, 런던에서 매일 거래되는 위안화 규모만 6억8000만 달러로 이는 전 세계 위안화 거래 규모의 26%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위안화 허브를 확실히 하기 위한 홍콩의 노력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홍콩·선전 간 쌍방향 역외 대출을 포함한 금융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홍콩 자금을 활용해 선전의 유동성 문제에 도움을 줌은 물론 선전을 위안화 거래의 창구로 만들면서 홍콩의 위안화 허브를 가속화시키는 계기로 하고 있다. 현재 홍콩의 위안화 총예금은 약 6000억 위안으로 추산되고 세계 위안화 거래의 70% 내외다.

이러한 위안화 허브 경쟁에 우리나라도 좀 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한·중 간 교역이 약 5000억 달러에 달하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위안화로 결제하는 기업도 늘어나 1분기 위안화 결제 대금이 1억26만 위안으로 2년 만에 124배 늘었고, 1분기 위안화 예금이 작년 4분기 대비 1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위안화 절상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이제껏 한·중 간의 수출입에 기초한 분석에 의하면 소폭 절상 땐 우리나라 수출에 유리하다고 한다. 위안화 값이 1%포인트 오르면 원화 값은 0.5%포인트 오르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적 절하에 따른 수출 증대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대폭 오르면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재료 값도 대폭 올라 수출 기업의 수출 효과를 다 깎아버릴 뿐 아니라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 경기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편 위안화를 투자 대상으로 생각해보자. 중장기적으로 분명히 절상될 것이고 당분간 중국 경기 조정에 따라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보면 위안화 표시 채권 등의 투자도 고려해볼 만하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