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퇴 후 노후 생활을 위해 과연 얼마가 필요할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돈이 없는 무전(無錢) 리스크, 다시 말해 돈 없이 오래 사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기 위해서는‘평생 소득(lifetime income)’을 마련해야 한다.

내 수명이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의 수명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장수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은퇴 이후 매월 일정한 현금이 발생하려면 연금만큼 안정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산을 연금에 묶어두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금융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거나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 수입을 통해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연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실제로 재산을 연금화하는 것은 선호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가리켜 마치 풀리지 않는 퍼즐 같다고 해‘연금 퍼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연금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후가 걱정은 되지만 그저 먼 훗날의 일이라고 미뤄둔 채 내 집 마련, 자녀 교육에만 투자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가올 100세 시대에는 평생 소득이 필요하다. 평생 소득이란 은퇴 후 남은 기간 동안 월급처럼 매달 일정하게 나오는 연금 소득을 말한다. 평생 소득이 중요한 것은 은퇴 후 살아가는 동안 생활 자금이 부족할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은 이 같은 평생 소득 관점에서 연금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지않아 다가올 100세 시대에는 평생 소득이 필요하다. 평생 소득이란 은퇴 후 남은 기간 동안 월급처럼 매달 일정하게 나오는 연금 소득을 말한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은 전체 자산의 77%가 부동산이며, 나머지 23%를 금융 자산으로 가지고 있다. 그나마 있는 23%의 금융 자산도 예금이 절반 가까운 46.4%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생 소득 관점에서의 연금 자산은 고작 25.6%에 불과하다.‘재테크는 부동산이 제일’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 이후에도 이처럼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게 되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부동산은 은퇴 이후 생길 수 있는 현금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필요한 시기에 당장 현금화하기도 어렵고 양도소득세, 부동산 거래 수수료, 새로운 주택 구입 비용 등 이중 삼중의 고민까지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처럼 은퇴 생활은 부동산이 아닌 평생 소득, 즉 연금으로 준비해야 한다.



노후 자금원으로 인기 끄는 일시납 즉시연금

그렇다면, 평생 소득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노후 자금은 젊었을 때부터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적립해서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 장년층들은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투자를 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 중장년층이 노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안을 고려할 수 있다.

먼저, 최근 들어 크게 관심을 끌고 있는 ‘일시납 즉시연금’상품이 있다. 즉시연금이란 목돈을 한꺼번에 납입하고 그 다음 달부터 연금으로 받는 상품을 말한다. 퇴직금 등을 활용해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상품이다.

일정액 이상을 보험사에 예치하면 다음 달부터 매달 연금이 고정적으로 지급되기 시작한다. 은퇴 이후에는 국민연금과 같이 매달 통장으로 입금되는 소득이 중요한데, 즉시연금은 특히 종신형 연금의 경우 일단 연금이 개시되면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여러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부터 안전하게 노후 자금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즉시연금은 필요에 따라 상속 자산 준비와 노후 생활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즉시연금에 가입한 뒤 본인이 정한 기간 동안 이자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매월 생활비로 지급받다 만기가 되면 만기보험금을 수령해서 본인이 사용하거나 자식들에게 상속하도록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동산을 활용해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이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는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하지만 부동산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노후 대비 자산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부동산 다운사이징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축소해 충분한 금융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단, 상가나 오피스텔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일정한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데 반해, 투자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수입이 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새로운 일은 노후 소득원이자 삶의 활력소

셋째, 부동산을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집에서 살면서 연금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노후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고로 주택연금은 배우자와 가입자 모두 사망할 경우, 해당 주택을 매각한 후 남은 차액이 상속인에게 지급된다. 매각대금이 그동안 지급된 금액보다 작아도 부족분은 가족에게 청구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소득 기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미국의 경우, 은퇴 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77%에 달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고령자들의 일에 대한 인식도 낮고 일자리 자체도 다양하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인생 100세 시대를 바라본다면 제2의 직업을 통해 삶에 보람을 찾고 평생 소득도 확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제는 자산이 아닌 현금흐름, 즉 평생 소득의 관점에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최근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의 연금 선택 비중이 92%에 달하는 것도, 고령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생 소득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현재 상황을 고려해 은퇴 후 평생토록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평생 소득을 준비하자
즉시연금은 필요에 따라 상속 자산 준비와 노후 생활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도 있다.




중장년층의 평생 소득, 이렇게 준비하라

첫째, 즉시연금을 활용하라.
퇴직금 등의 목돈으로 연금에 가입해 현금흐름을 확보하자. 경우에 따라서는 상속 자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부동산 다운사이징이 중요하다.
부동산을 축소한 뒤 여윳돈으로 연금을 준비하라. 단, 수익형 부동산 투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셋째,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을 고려하라.
노후 자금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면, 주택연금을 활용해 평생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새로운 일자리를 통해 소득 기간을 연장하라.
제2의 직업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고 평생 소득도 확보하자.

허준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