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한 롱샴코리아(주) 대표

일명 ‘폴딩백’으로 불리는 ‘르 플리아주(Le Pliage)’ 핸드백으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 롱샴(LONGCHAMP)은 지난해 3억9000만 유로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대의 명품으로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해온 롱샴은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시장 고객들이 ‘큰손’. 그 가운데 한국은 롱샴 글로벌 마켓 중 5위에 랭크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다. 부임 2년, 롱샴코리아(주)의 약진을 이끌고 있는 김주한 대표를 만났다.
[CEO Interview] ‘폴딩백’을 넘어 토털 패션 브랜드로 비상(飛上)
“화장품 사업부를 이끌 때는 남자이지만 여성 화장품도 써보고, 난생 처음 남성 메이크업 제품도 써보면서 제품 특성도 익히고 소비자 니즈도 파악했었죠. 롱샴으로 옮기고 나서는 아내도, 저도 모든 잡화 제품을 롱샴으로 바꿨습니다.(웃음) 남성용은 제가 써보고 제품을 파악하고, 여성용은 아내의 입을 통해 고객 피드백을 알 수 있죠.”

김주한 롱샴코리아 대표의 인상은 일단 젊다. 서른여덟이던 2009년 롱샴코리아로 적을 옮겨 현재 나이 41세. 젊은 최고경영자(CEO)답게 부임 후 현재까지 조직 개편과 면세점 영업을 진취적으로 이끌어 롱샴코리아 매출을 400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두 번째는 스마트하고 진중(鎭重)하다. 어떠한 질문에도 에너지를 담은 눈으로 응수하고, 돌아오는 답변 또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핵심이 정리돼 있다. 스마트한 경영은 롱샴코리아의 꾸준한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어 지난해 2월에는 아시아지역 지사장과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미팅에서 한국 시장의 성공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면세영업 전문가로 두 자릿수 성장 달성

“한국에서는 ‘폴딩백(나일론 소재 백을 접으면 손지갑처럼 작아진다고 해 붙여진 별명)’으로 잘 알려진 르 플리아주는 1994년 출시 이래 전 세계적으로 1900만 개가 판매된 롱샴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올해는 복원성 높은 가죽 버전인 ‘르 플리아주 퀴르(Le pliage Cuir)’가 새롭게 선을 보였죠. 하지만 롱샴은 사실 토털 패션 브랜드이고 가죽 제품으로 출발한 브랜드예요. 한국 시장이 성공 사례로 뽑힌 것은 르 플리아주 매출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기타 가죽 제품들의 매출을 끌어올려 전체 매출 규모를 키웠기 때문이죠. ‘롱샴=폴딩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롱샴=토털 패션 브랜드’로 바꿔놓는 것이 현재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어요.”

본사가 있는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미국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롱샴은 현재 전 세계 236개 이상의 단독 부티크와 100개국 내 1800여 개 이상의 멀티숍에서 유통 중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프렌치 스타일의 대표적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중화권에서 약진에 약진을 거듭하며 2009년과 2011년 사이 140% 성장이라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한국은 롱샴 글로벌 매출 5위에 랭크될 정도로 중요한 시장. 한국 시장의 성장에는 한류 급물살을 타고 물밀듯 들어오는 일본·중화권 관광객들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국내 면세점에서는 최고 매출 기록을 경신한 매장 소식이 매월 들려오고 있을 정도로 롱샴은 면세점 유통에서 파워풀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본사는 지난 4월 홍콩에 아시아 플래그십 매장인 ‘라 메종 8(La Maison 8)’를 오픈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롱샴의 시선이 특히나 아시아 쪽으로 집중되고 있는 시기다.

“롱샴 광고 캠페인 주제가 ‘크리에이티브 무브먼트(creative movement)’예요. 1948년 가죽을 씌운 담뱃대에서 출발해 여성 가방, 여행 가방, 최근에는 레디 투 웨어(기성복), 슈즈 라인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왔죠. 케이트 모스 등 글로벌 패셔니스타와의 파트너십 컬렉션,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신진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는 등 롱샴의 60여 년 역사는 역동성과 창조성의 끈을 놓지 않고 변화해 온 과정이랄 수 있어요. 3대째 말뿐인 가족경영이 아닌, 열정적인 가족경영을 해오고 있는 브랜드의 DNA 역시 크리에이티브 무브먼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본사 공장 생산직 직원이 1000명쯤 되는데, 할머니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손녀를 봤어요. 오너만 대를 잇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제품’이라고 불리는 가죽을 다루는 기술자도 대를 이어 같은 공장에서 일한다는 사실, 이것이 롱샴이라는 브랜드의 힘이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본사 공장 생산직 직원이 1000명쯤 되는데, 할머니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손녀를 봤어요. 오너만 대를 잇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제품’이라고 불리는 가죽을 다루는 기술자도 대를 이어 같은 공장에서 일한다는 사실, 이것이 롱샴이라는 브랜드의 힘이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담긴 가족경영, 롱샴의 가치이자 힘”

밖에서는 남자의 가방을, 집에서는 아내의 가방을 들어보며 여성 고객 입장에서 제품을 냉정(?)하게 평가해 본다는 김 대표는 ‘여심(女心)’을 움직여야 성공한다는 수입 화장품 영업분야에서 10여 년간 ‘기본기’를 다졌다. 6년간 C화장품 면세총괄 이사로 재직하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었고, 이후 블루벨코리아 면세총괄 상무로 18개 브랜드의 면세영업을 진두지휘했다. 2005년 부루벨코리아의 B화장품을 인수와 더불어 화장품사업부 총괄 전무로 승진하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준비된 CEO’다. 하지만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 같은 듯 다르진 않았을까.

“저희 집도 사실은 가족경영을 하고 있어요. 저는 장남임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 후 삼성물산에 입사했죠. 석유화학 플랜트 입찰사업을 관리하는 팀에서 근무했는데, 대학 때 브리프 케이스 들고 해외출장을 다니는 모습을 꿈꿨으니 그 그림에는 맞았죠.(웃음) 하지만 조직이 너무 크다 보니 의사결정 과정이 비효율적이고 역동성이 떨어지더군요. 좀 더 새로운 것을 찾고자 프랑스에 있는 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갔고 돌아와서부터는 수입 화장품 면세영업일을 하게 됐어요. 2년 전 패션 브랜드인 롱샴으로 옮긴 것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포지션을 찾아 업무를 성취하고자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본사와 매장을 합쳐 직원 수 145여 명. 김 대표는 성장을 위한 조직의 재정비와 함께 브랜드와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면세영업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포지션을 새롭게 만들고 전문가를 영입하는가 하면 조인트 벤처에서 100% 프랑스 본사 지분 구조로 변경된 이후에는 본사에 어필해 사옥을 강북에서 강남 소재 빌딩으로 옮겼다. 또한 국내 명품 브랜드 중 최초로 매장과 똑같은 형태의 쇼룸을 사무공간 바로 옆에 마련하는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도 과감한 투자를 꾀했다. 직원들이 회사에 자부심을 느낄 때 롱샴이라는 브랜드를 위해서도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브랜드의 성공은 첫째 퀄리티가 좋아야겠지만, 일을 이뤄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에요. 롱샴 본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진정성 있는 가족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3대가 이끌고 있는데, 아직도 2대인 필립 카세크랑은 여행 가방 전문가로 직접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죠. 본사 공장 생산직 직원이 1000명쯤 되는데, 할머니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손녀를 봤어요. 오너만 대를 잇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제품’이라고 불리는 가죽을 다루는 기술자도 대를 이어 같은 공장에서 일한다는 사실, 이것이 롱샴이라는 브랜드의 힘이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자리를 옮겨 이어진 점심 식사에서 김 대표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접혀 있던 르 플리아주 백을 한 면씩 펼치듯 콜롬비아, 아르헨티나를 거쳐 이야기가 칠레의 최남단에 이르자 필자와 함께한 직원들 모두의 머릿속에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그림이 한 점 그려졌다. 그의 행복을 그리는 것, 그것은 열정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매출 순위 5위에 랭크된 한국은 롱샴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김주한 대표는 롱샴을 토털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킴과 동시에 가죽 제품 매출 비중을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 의 배경이 된 백은 ‘르 플리아주 퀴르’.
글로벌 매출 순위 5위에 랭크된 한국은 롱샴에 있어 중요한 시장이다. 김주한 대표는 롱샴을 토털 패션 브랜드로 인식시킴과 동시에 가죽 제품 매출 비중을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 의 배경이 된 백은 ‘르 플리아주 퀴르’.
현 롱샴코리아(주) 대표이사

고려대 서어서문과·경영학과
1999년 삼성물산
2000년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학 석사(INSEAD MBA)
2000~2004년 LVMH 코스메틱스
크리스찬 디올 화장품 면세총괄 이사
2004~2009년 부루벨코리아 면세총괄 상무·화장품사업부 총괄 전무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