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해양레저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해양레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트. 나만의 요트에 대한 로망이 커지고 있는 이때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유병진 대표가 지난해 새로운 요트 판매업체인 유로마린을 설립했다.


1999년 한 한국 청년이 수공예품을 싸들고 프랑스 땅을 밟았다. ‘무작정’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유럽행이었다. ‘무역이 멋있어 보인다’는 생각 하나로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소위 ‘보따리 장사’로 나선 참이었다.

1년 뒤 이 야심만만한 청년의 첫 유럽행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빈털터리가 됐다. 하지만 실패는 이후 유럽을 오가는 사업의 작은 시작일 뿐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청년은 명품 요트로 유명한 영국의 페어라인, 미국의 크리스크래프트, 폴란드의 선리프 카타마란의 파워요트부문 공식 수입판매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유병진 유로마린 대표의 이야기다.
[CEO Interview] 요트사업으로 차세대 블루오션 겨냥한다
무역의 꿈으로 시작된 요트와의 인연

유 대표가 처음 요트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다. 치기 어렸던 유럽행이 실패로 끝나고 미국에서 전공인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고 돌아와 관련 회사에 다닐 때였다. 무역에 대한 로망이 도져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역 중에서 차별화할 수 있고 경쟁력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요트가 눈에 들어왔죠.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는 없었고 한 요트 수입판매업체에 자리가 있어 지원했습니다. 이때 본격적으로 요트와의 인연이 시작된 셈이죠.”

그는 영업부터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인도 한 번 타보지 못한 요트를 설명하려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없다 보니 고객을 만나는 게 겁나기까지 했다. 대중화되지 못한 요트에 던지는 회의적인 시선과 이런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유럽 제조사의 불만은 그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했다. 그에겐 가장 큰 시련의 시기였다.

답은 요트를 공부하는 것뿐이었다. 국내외 요트 관련 잡지를 탐독하고 해외 요트딜러 미팅과 보트쇼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요트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서서히 요트의 맛과 매력을 알게 됐다는 것이 유 대표의 설명이다.

“요트는 결국 레저잖아요. 요트를 사는 것은 즐기기 위한 것인데, 제 마인드가 영업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가 파는 입장에서만 서 있었다는 것을 요트를 알게 되면서 깨닫게 됐죠. 요트를 알게 되고, 알면서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니까 고객에게 무엇을 말해줘야 하는지 감이 잡히더군요.”
[CEO Interview] 요트사업으로 차세대 블루오션 겨냥한다
해양레저는 차세대 블루오션

요트사업에 경험을 쌓아가던 중 유 대표는 요트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영하는 회사가 필요하겠다는 것을 느꼈다. 요트사업의 긴 세일즈 텀이 이유였다. 요트는 가격이 매우 비싸다. 판매량이 극히 적고 판매당 수익이 큰 편이다. 따라서 매출이 ‘제로(0)’가 되는 기간이 길다.

세일즈 텀이 길기 때문에 영업 전략 역시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여유를 갖고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것이 오너가 아닌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유 대표는 판단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소 리스크가 있어 보이는 사업을 선뜻 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듯했다. 유 대표는 “해양레저의 전망에 대한 확신이 사업 시작을 결심하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 답했다.

“레저의 트렌드는 소득 수준에 따라 골프에서 승마를 거쳐 요트로 흐른다고들 해요. 또 소득 3만 달러가 되면 레저가 바다로 향한다는 속설도 있죠. 실제로 요트 인구는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요트 면허 취득자만 하더라도 2000년 61명에서 현재 3800여 명으로 10년 만에 60배 늘어났죠. 요트 등록도 2006년 2척에서 현재 4000여 척까지 늘었어요. 또 해양레저산업은 관광과 스포츠, 제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규모가 무려 500억 달러에 달하는 블루오션입니다. 600억 달러의 대형 조선 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큰 규모라고 할 수 있죠.”
[CEO Interview] 요트사업으로 차세대 블루오션 겨냥한다
[CEO Interview] 요트사업으로 차세대 블루오션 겨냥한다
해양레저산업은 관광과 스포츠, 제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규모가 무려 500억 달러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다.
해양레저산업은 관광과 스포츠, 제조업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규모가 무려 500억 달러에 달하는 블루오션이다.
요트 제조사 설립이 목표

지난해 10월 유 대표는 새로운 요트 수입판매업체인 유로마린을 설립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페어라인, 크리스크래프트 등 해외 유명 요트사와의 총판 계약에 성공했다. 그가 그동안 요트업계에서 만들어온 인적 네트워크가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한다. 또 중고 요트 취급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와 시카고,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의 주요 중고 거래 거점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요트 수입판매를 기본으로 하되 중고 요트 취급과 렌탈사업 등을 통해 유로마린의 사업 분야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론칭이 목표인 요트 렌탈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보였다.

“한국은 아직 유럽이나 미국만큼 요트가 대중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관심은 높아지고 있죠. 요트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바로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하는 인구가 많은 상황이 요트 렌탈사업과 중고 요트 시장에는 유리하게 작용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에서 요트를 대여해 비즈니스 행사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에요. 업계 내 차별화를 위해서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진출하려는 중입니다.”

이 외에도 낚시 전문 요트 차터사업, 요트 의류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제 막 새 사업을 시작하는 것치고는 일을 벌이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유 대표는 “사업 시작 전부터 오래 구상하고 준비했던 일이어서 시작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며 호방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람들이 배를 타면 순수해져요. 그게 요트의 매력이겠죠. 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요트의 매력을 알아갔기 때문인지, 이것을 좀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사업 수익도 중요하지만 해상레저 문화를 끝까지 끌고 가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요트 제조사를 만드는 일도 구상하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한 것이 ‘무역’에 대한 로망이기 때문인데, 무역은 수입이 아니라 수출도 해야 하니 요트를 직접 만들어 수출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조선 기술이 세계 최고지만, 요트는 인테리어 기술이 까다로워서 아직 자체 제작에는 한계가 있다. 해외 요트 제조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5년 안에 제조사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병진 유로마린 대표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