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다담’

‘정통’ 혹은 ‘컨템퍼러리’로 분류되는 한식 레스토랑에 새로운 틈새를 개척한 청담동 ‘다담(茶啖)’은 오픈 2개월여 만에 주중에도 예약을 서둘러야 할 정도다. 비즈니스맨에서부터 정재계 인사, 연예인, 강남 지역 ‘사모님’들의 발길이 잦다는 다담은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자연식을 기반으로 한 건강식의 절묘한 맛으로 입소문이 났다. 그 입소문의 근거지를 찾았다.
[Gourmet Report] 자연 재료와 셰프 손맛에 Two thumbs up!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의 서울 청담동 예전 사옥 지하 1층에 위치한 ‘다담’은 300년 역사를 지닌 아흔아홉 칸 정통 사대부집인 강릉 선교장을 본떠 꾸며졌다.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탁 트인 홀 대신 밀도 있게 설계된 19개의 프라이빗 룸이 인상적이다. 대한민국 명산의 이름을 가진 룸은 높은 천장에 은은한 실내조명으로 한결 아늑한 느낌. 코스 요리는 물론 단품 메뉴를 선택해도 룸을 예약할 수 있다고 하니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한층 독립적인 식사가 가능하다.
다담에서 인기가 높다는 구이정식 한상 차림. 자연주의 건강식 전문가인 정재덕 총주방장이 조림장,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 조리한 음식들은 무겁지 않고 담백하다.
다담에서 인기가 높다는 구이정식 한상 차림. 자연주의 건강식 전문가인 정재덕 총주방장이 조림장, 소스까지 직접 만들어 조리한 음식들은 무겁지 않고 담백하다.
자연의 맛을 접목시킨 ‘손맛’ 한식

오픈 두 달 만에 한류 스타는 물론 정재계 인사들을 단골로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퀄리티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도 물론 한몫을 했겠지만, 레스토랑의 수준을 결정하는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셰프의 손맛이다. 주방에서 나와 손님을 맞은 주인공은 조계종 사찰음식점 ‘바루공양’ 셰프 출신인 정재덕 총주방장. 파크하얏트 호텔 한식조리장 출신이기도 한 그는 다담에서 새로운 한식의 장르를 개척했으니 바로 자연 건강식과 접목된 한식이다.

한식 베이스에 웰빙식인 사찰 음식의 식재료 선택법과 조리법이 더해져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린 무겁지 않은 한식이 탄생했다. 정 총주방장은 “사찰 음식을 하며 진짜 좋은 재료를 어디에서 구하는지 알게 됐고, 탕을 통해 알게 된 효소를 고기 잴 때 활용하는 것이 그 비결”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효소의 ‘맛보기’라며 한 잔 내어온 식전주는 잣 향이 코끝을 먼저 자극한 뒤 쌉싸래하지만 부드러운 맛으로 혀를 감아 돌았다. 이천에서 특별히 구워왔다는 도자기 식기와 종이 냅킨 대신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준비해 둔 백색 삼베 냅킨은 하나부터 열까지 ‘진짜’를 담아내려는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전북 정읍의 뽕잎 한우는 정 총주방장이 직접 선택한 것으로 비린내가 없고 구웠을 때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전북 정읍의 뽕잎 한우는 정 총주방장이 직접 선택한 것으로 비린내가 없고 구웠을 때 구수한 맛이 특징이다.
‘꽃이 핀’ 마블링 한우구이 정식 인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메뉴판을 펼쳐드니 ‘짱짱한’ 코스 요리와 단품 요리가 그득하다. 점심 코스로는 떡갈비와 별미탕이 일품인 ‘나리’, 3색 두부와 만두·당근초밥으로 이뤄진 ‘다담삼합’이 백미인 ‘바람’, 다담삼합에 맥적구이·동충하초찜이 이어 나오는 ‘초롱’ 코스가 인기다. 가격대는 3만5000~6만 원 선으로 강남치고는 그리 나쁘지 않다.

비즈니스 접대나 상견례, 가족모임 고객이 많이 찾는 디너 메뉴에서는 보쌈과 계절 별미탕·너비아니와 산마늘 등을 맛볼 수 있는 ‘가람’, 채식 코스인 ‘산메밥상’과 ‘마루’, ‘누리’ 등이 마련돼 있는데 손님들이 두 손가락을 가장 많이 치켜세우는 코스는 14단계에 이르는 ‘한울’. 식전 먹거리에서 죽, 전채, 삼색 전유화, 해물 구절판, 6년근 인삼튀김, 능이버섯 잡채, 한우 꽃등심구이와 간장게장 등 산해진미가 한 입에 들어올 것만 같다. 조림장, 소스, 디저트 하나하나 정 총주방장이 일일이 체크하고 관리한다고 하니 그 맛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다담은 아흔아홉 칸 정통 사대부집인 강릉 선교장에서 영감을 받아 꾸며졌다. 대한민국 명산의 이름을 딴 19개의 프라이빗 룸 가운데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컨퍼런스용 룸도 마련돼 있다.
다담은 아흔아홉 칸 정통 사대부집인 강릉 선교장에서 영감을 받아 꾸며졌다. 대한민국 명산의 이름을 딴 19개의 프라이빗 룸 가운데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컨퍼런스용 룸도 마련돼 있다.
코스 외에 자랑할 것이 없냐는 주문에 정 총주방장은 구이정식 한 상을 차려냈다. 예부터 ‘일능 이송 삼표’라 해 버섯 중 최고라 알려진 능이버섯 죽으로 입맛을 돋운 후, 전국에서 공수한 한우를 모든 조리법을 동원해 테스트한 결과 최고점을 받았다는 전북 정읍의 한우농장에서 직거래로 받아온다는 한우 꽃등심을 구워봤다. 불그스레 배어나온 풍부한 육즙이 가뜩이나 야들야들한 육질에 날개를 달아준다.

누린내가 적고 구웠을 때 특히 고소하다는 뽕잎 한우 한 접시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한 끼에 먹은 고기값이 100만 원에 달했다는 연예인의 전설(?)이 허구는 아닌 듯하다. 전복, 문어 등 해산물과 콩나물을 한 젓가락에 집어 먹는 콩나물 냉채, 가지와 마·우엉으로 부친 모둠 전유화, 고기 먹은 입을 개운하게 해 줄 김치말이 국수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이 모든 것을 3만5000원에 즐길 수 있다면 더욱 놀라려나. 곧 우리를 공격할 더위에 대비해 휴대전화 메모장에 ‘서리태 콩국수’도 메모해두면 요긴하겠다.
구이나 구이정식은 그릴이 구비된 구이존에서 즐길 수 있다.
구이나 구이정식은 그릴이 구비된 구이존에서 즐길 수 있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7-1 엠빌딩 지하 1층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점심), 오후 6시~10시 30분(저녁). 연중무휴
가격 런치 코스 3만5000~6만 원, 디너 5만~15만 원, 단품 요리(서리태 콩국수·설렁탕·나주곰탕·곤드레 돌솥밥·보리굴비 정식 등) 1만5000원부터
기타 와인, 전통주, 지역 명주 확보, 프라이빗 룸 19개, 발레파킹(2000원)
문의 02-518-6161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