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익재 센터장은 주식 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인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되는 6월부터 상승세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소외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
“최근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소외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 지수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코스닥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유가증권 시장 내에서도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형주가 과열 조짐을 보일 때마다 일부 가치주 투자자들은 “이제는 중소형주 차례”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번번이 빗나갔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중소형주에 대한 미련을 버리라”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최근 증시에서 중소형주가 소외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3년 이후 중국이 연평균 15%씩 고성장할 때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간판만 걸면 돈을 벌 수 있었다”며 “증시에서도 기업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주가가 오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중국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가 7.5%로 낮아졌는데 이는 결국 돈 버는 기업의 범위가 더 좁아졌다는 얘기”라며 “일부 수출 대기업들만 돈을 버는 상황에서는 중소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조 센터장은 증시가 2분기에는 쉬어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공격적 투자를 자제하는 것이 낫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초 이후 주가가 상승한 건 기본적으로 유동성 랠리 덕분이었다”며 “앞으로 주가가 오르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계속 늘어나거나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야 하는데 둘 다 당장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부터는 국내 주식시장도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상승장이 시작되면 코스피 지수는 2300선까지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5월부터는 화학주와 정유주를 조금씩 사 모으는 것도 괜찮은 투자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삼성전자와 자동차주는 3분기까지는 실적 호전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 센터장은 주식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인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스페인이 문제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미 1조 원가량의 돈을 시중 은행에 풀어 놓은 상태라 작년 이탈리아 때처럼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유럽 경제를 지탱하는 독일 경제가 흔들리면 유럽 경기 전체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2분기 들어오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어떻게 보나.

“올 한 해 코스피 지수가 ‘N자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주가 조정은 이미 예상했던 바다. 원인이 몇 가지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주가 상승은 기본적으로 ‘유동성 랠리’다. 작년 하반기 주식시장이 무너졌던 건 유럽 사태 악화 때문이었는데, 유럽 사태가 완화되자 주식시장이 반등했다. 완화시킨 방법은 ECB의 두 번에 걸친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다.

결국 이번 랠리는 유동성 공급으로 시작됐다. 그렇다면 왜 유동성 랠리가 끝났다고 보느냐. 유동성 공급을 통한 금리 안정으로 남유럽 국채 가격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작년 말 7%를 돌파했던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를 5% 밑으로 끌고 내려갔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될 때의 금리 수준이다.”

주식시장은 유동성 이외의 다른 변수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최근 조정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은 없나.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유동성 랠리가 계속 되려면 돈을 계속 풀어야 하고, 그러려면 금리를 계속 인하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거나, 각국에서 시장 금리가 반등하거나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지난달부터 미국의 국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했고, 각국의 물가도 다시 뛰기 시작했다. 이게 지금 시장을 안 좋게 보는 첫째 원인이다.

둘째는 유동성의 힘에 기대지 않고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실적 랠리가 돼야 한다. 물가가 오르고 돈을 조금 풀어도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해서 올라야 한다. 이게 당장 어려운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이미 중국이다. 중국 경기가 너무 안 좋다. 관련 비즈니스 하는 기업들의 이익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실적 랠리가 쉽지 않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그래도 주식이 가장 괜찮은 대안일 것 같다. 부동산은 이제 투자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그래도 주식이 가장 괜찮은 대안일 것 같다. 부동산은 이제 투자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그럼 주식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가 회복돼야 한다는 얘긴가.

“맞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 중국의 경제지표는 좋은 상태가 아니다. 경기선행지수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반등한 것에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중국은 보통 3, 4월에는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도 중국은 3, 4월에 PMI가 좋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가 안 좋지만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보는데.

“그건 평상시의 얘기다. 올해는 그 얘기가 안 통한다. 권력교체기이기 때문이다. 권력 교체가 임박한 3분기에 경기 부양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는 편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8.1%로 예상치보다 조금 낮긴 했지만, 중국 정부가 올해 제시한 성장률 목표치 7.5%보다는 높다. 아마도 분기 성장률에서 8자가 깨지면 드라이브를 걸려고 할 것이다.”

미국 경기 역시 좋지 않다. 일각에서는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얘기하고 있는데.

“쉽게 단행하지 못할 것이다. 우선 지금 단행해도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미 사상 최저치에 온 모기지 금리를 막대한 돈을 들여서 더 끌어내려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주택 경기를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금리일 뿐이다. 금리는 그동안 충분히 낮아졌다. 즉 금리 인하로 인한 주택 경기 부양의 약발은 이미 보여줬다. 여기서 주택 경기가 추가로 좋아지려면 고용이 회복돼야 한다. 두 번째로 양적완화 정책은 물가 상승이 발생하면 쓸 수 없다. 최근 미국 가솔린 가격이 너무 높아서 이대로 가면 2분기부터 물가가 뛸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이 양적완화를 고려할 정도로 경기가 나빠지면 코스피 지수의 단기 바닥은 1900보다 훨씬 아래쪽이 될 것이다.”

예상대로 3분기에 주식시장이 본격 상승세로 돌아서면 고점은 어느 정도가 될까.

“코스피 지수가 2300 이상 정도까지는 갈 것 같다. 주식시장은 작년부터 계속 절름발이 장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작년 고점 돌파했고, 작년 바닥인 67만 원의 두 배로 올랐다. 반면 아직 주가가 전혀 못 오른 주식이 많다. 이는 미국 경기와 중국 경기의 양극화 때문이다. 미국에 의존하는 정보기술(IT) 주와 자동차주는 계속 오르고, 중국에 의존하는 철강주와 화학주는 계속 떨어졌다.”

앞으로 철강주와 화학주를 사야 한다는 얘긴가.

“중국 경기가 3분기에 돌아서면 화학주, 정유주, 철강주도 살아날 것이다. 그래서 이들 주식이 주식시장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또다시 날아가려면 갤럭시3 등 신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는 다시 한 번 레벨업 될 것이다. 결국 하반기 상승장은 어느 한 업종만 가는 게 아니라 대다수 업종이 함께 가는 장이 될 것이다. 다만 철강주는 주가가 오르더라도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이다.”

그럼 화학주와 정유주는 지금부터 사야 하는가.

“중국 관련주의 매수 적기는 6월 정도가 될 것 같다. 그전에는 올라도 기술적 반등 정도에 그칠 것이다. 당분간 정유주와 화학주가 하락할 때마다 조금씩 사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것 같다.”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 2008년 이후 중소형주가 제대로 오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 중소형주는 대부분 내수 기업이다. 경기를 수출이 주도하고, 주식시장의 수급을 외국인이 주도했기 때문에 대형 수출주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장이었다. 이런 측면 때문에 중소형주가 주도권을 갖기 쉽지 않다. 경제의 큰 흐름에서 봐도 중소형주는 어렵다. 2003년부터 중국 경제가 급부상했다. 한국은 중화권 수출 비중이 40%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웬만한 기업들은 다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리먼 사태가 터지고, 유럽 재정위기가 생기고, 중국의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면서 돈을 버는 기업의 숫자가 줄고, 돈을 버는 강도도 약해졌다. 이런 경제 구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게 중소기업들이다.”

유럽 재정위기 이슈는 어떻게 전망하나.

“스페인이 지금 위험하다고들 한다. 네 번째 구제금융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유럽 은행들에 워낙 돈을 많이 풀어놨기 때문에 작년 이탈리아 때처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건 독일이다. 지금 유럽 경제를 먹여 살리는 건 독일이다. 독일이 흔들리면 유럽 경기 전체가 망가진다.”

주식 이외에 추천할 만한 다른 투자 상품은 무엇이 있나.

“없다. 최소한 올해 말까지는 그래도 주식이 가장 괜찮은 대안일 것 같다. 부동산은 이제 투자 대안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 모든 나라의 부동산 경기는 40대 인구수와 이들의 소득 수준에 따라 움직였다. 그런데 한국은 40대 인구수도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소득 수준도 꺾이기 시작할 것이다. 구조적으로 부동산이 좋아지려야 좋아질 수 없는 상황이다.”


조익재
현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
고려대 경영학과·경영대학원 졸업
메리츠증권 리서치팀장(부장)
대우증권 투자전략부 과장


글 김동윤 한국경제 기자 oasis93@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