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일회용 드립 커피(drip coffee: 볶아서 간 커피콩을 거름 장치에 담고, 그 위에 물을 부어 만드는 커피) 메이커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하자 스타벅스를 통해 커피 메이커를 판매하던 그린마운틴사의 주가는 당일 15%나 하락했다. 양사는 판매될 기계가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만든다는 발표를 통해 이 같은 상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지만, 투자자 나름대로의 판단으로 주가에 대한 희비가 엇갈린 하루였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커피를 마시는 인구의 약 80% 이상은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있으며, 이 수치는 증가세인 것으로 내다봤다. 단편적으로 말하면, 경기 침체가 커피 마시는 사람들의 취향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피는 원자재(commodity) 선물 중 원유 다음으로 수요가 많은 품목으로, 현재 50개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커피 생산국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브라질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3분의 1 정도를 생산하고 있고, 미국은 가장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국가다.

미국 내에서는 성인의 절반 이상이 매일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개인별로 하루 평균 3잔 반을 마신다고 한다. 요식업 중 커피점이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 기인할 것이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맥도날드와 샌드위치업체 서브웨이 다음으로, 미국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레스토랑 체인으로 성장했다.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도 스타벅스 이외에 분위기 좋은 커피숍들이 많이 있다. 요즘엔 대부분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고 와인이나 음식도 같이 판매되고 있어 커피를 마시러 들러 보면 컴퓨터와 교과서를 펴놓고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커피를 가지고 가는 고객들이 대부분인 미국의 대형 커피 전문점 매장과는 대조되는 분위기이지만 업소마다 개성이 다르고 정성들인 인테리어 디자인이 대형 체인들보다 훨씬 차분한 느낌을 준다. 가끔 사무실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나 까다로운 분석 자료를 검토해야 할 때는 조용한 사무실보단 어수선한 증권 매장처럼 소음이 있는 커피점이 오히려 집중에 도움을 줄 때가 있다.

그럴 때 가끔 커피숍에 들러 보면 마치 다른 언어처럼 들리는 주문 방식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일종의‘엘리티스트(elitist·엘리트주의)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매장에서 들려오는 각종 주문 관련 용어를 직원들도 외우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다.

그냥 간단히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웨트(wet), 드라이(dry), 톨(tall), 그란데(grande) 등 기묘한 언어가 구사되며 커피 문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주문 방식을 생각해 내고 채택한 스타벅스의 경영진은 아마도 많은 고심을 했을 성 싶다.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 5만5000개가 넘는다는 커피숍은 이미 맥도널드와 던킨 도너츠같이 전문점이 아닌 업체들도 커피의 고급화를 통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들어갔다. 얼마 전 스타벅스의 인도 진출 발표처럼 새로운 시장 진입도 계속되고 있다. 이곳 LA 한인타운에도 한국의 커피 전문점이 들어와 직장인의 38%가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미국 커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어른이 된 다음 미국에 이민 온 한 친구는 형편없는 발음에 어설픈 영어로 자신 있게 미국 친구들과 진지한 대화도 나누고 거침없는 웃음도 나눈다. 미국 시골에서 자란 정통 백인 친구가 무심코 보기 시작한 한국 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에 빠져서 한국 드라마에 대해 필자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듯, 이제 비교도 될 수 없는 규모의 한국 브랜드의 커피점이 자신 있게 미국 시장에 들어온 것과 같이, 한국 기업들도 한인타운만 공략할 것이 아니라 본토 시장을 노려보면 어떨까 싶다. 한국 시장에서 되는 상품은 어디서나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될 것이다.
[Up-Front in US] 스타벅스와 ‘엘리티스트’문화
김세주 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