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바로 진짜‘집’이죠”

꿈에 그리던 자연 속의 특별한 공간, 전원주택에 사는 이들의 삶은 어떨까. 실제 전원주택에 살고 있는 김영우 작가 부부를 만나 전원생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in Country House] 전원주택의 사례Ⅰ김영우 작가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김영우 씨는 프리랜서 작가다. 2010년 서울 노원구의 아파트 생활을 접고 강원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타운하우스형 전원주택에 아내, 딸과 함께 들어왔다. 은퇴 후 전원을 찾는 베이비부머가 입주민의 대부분인 만큼 40대 초반인 그는 단지 내에서 막내라고 한다. 하는 일이 시간적으로 자유로운 일이다 보니 전원생활을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이를 낳고 막연하게 ‘집을 넓혀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아내가 전원주택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듣자마자 그거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가면서 전원주택을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아내는 정말 지나가는 말로 꺼냈을 뿐인데 제가 너무 진지하게 달려들어서 말리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결정을 하고 입주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2년간 전원주택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뒤졌고, 이후 1년 동안은 현지답사를 다녔다. 처음에는 주로 경기도 양평의 전원주택을 알아봤다. 그러나 김 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서울과의 거리가 떨어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업무상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서울에 들러야 했기 때문에 무엇보다 접근성이 중요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를 받아 가평에 있는 지금의 집을 찾았다. 서울까지 30~4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환경과 조건도 나쁘지 않아 보여 231.4㎡ 규모에 5억~6억 원으로 바로 계약해 2010년 10월 입주했다. 김 씨 부부는 어느덧 1년 반이 넘어가는 전원생활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진부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역시 자연 속에서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여행 가서 아침에 커튼을 열 때 그 느낌을 매일 아침 느낄 수 있으니까요.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서 쏟아지는 별을 볼 때면 ‘아 이런 게 진짜 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도시에서보다 넓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가 맘껏 뛰어 놀 수도 있고요.”
[in Country House] 전원주택의 사례Ⅰ김영우 작가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아이 교육에는 어려움이 없으신가요.

“딸이 이제 일곱 살이라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아이 정서교육에도 훨씬 좋아요.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예전에는 자동차나 빌딩을 그렸었는데 이제는 꽃, 나무를 그리더라고요. 자연 속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피아노나 바이올린도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연주할 수 있죠.”

나중에 아이가 중고생이 되면 힘들어질 수도 있을 텐데요.

“현지에 오래 사신 어르신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이 동네 애들은 대학을 잘 가냐’고 했더니 ‘갈 놈은 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정답이겠죠. 도시에서처럼 교육에 너무 욕심 부리지 않으려고요. 이런 것도 전원생활을 하다 보니까 생기는 여유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이쪽에 있는 국제학교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때문에 일부러 내려온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처음 전원주택을 알아보실 때부터 단지형 전원주택으로 결정하셨나요.

“따로 집을 짓는 것은 당시에는 엄두도 못 냈죠. 시공에 대한 정보도 너무 없어서 모르는 것을 혼자 하자니 두렵기도 했고, 너무 외딴 곳에 있으면 무섭지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그래도 어느 정도 사람이 모여 살면 덜 무서울 것 같잖아요. 그런데 무서운 건 딱 하루 가더라고요. 오히려 집이 통창이다 보니 사생활이 약간 신경 쓰였습니다.”

막상 살아보니 전원주택에 살기 전 예상했던 것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추워요. 난방비가 많이 들죠. 아파트보다 세 배 정도 들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해에 벽난로를 설치했습니다. 그런 것 외에는 집에 잔손이 많이 간다는 것 정도인데, 그 정도 불편은 습관이 돼요. 그런 것도 못 견디면 전원주택에 오면 안 되겠죠. 아, 그리고 예상 외로 걷는 일이 거의 없어요. 어딜 가더라도 차로 이동하게 되니까요.”
[in Country House] 전원주택의 사례Ⅰ김영우 작가 부부의 전원생활 이야기
“서두르지 말고 우선은 짧게 살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 살아보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임대를 해서 살아보고 괜찮다 싶으면 따로 자기 집을 천천히 지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전원주택을 알아볼 때 무엇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까요.

“우선은 믿을 만한 시행사를 찾아야 해요. 전원주택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까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희 동네 어르신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저쪽에 전원주택이 하나 공사를 하다가 엎어져서 폐허가 됐다’, ‘이쪽에 건물이 공사가 연기돼서 못 들어온다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원주택은 도심보다 생활비가 많이 들어요. 난방 같은 것들은 시공 과정에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원주택을 생각 중인 사람들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신다면.

“서두르지 말고 우선은 짧게 살아보라고 하고 싶어요.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니까 살아보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겠죠. 제가 전원주택을 알아볼 때만 해도 임대 물량이 거의 없었어요. 임대를 해서 살아보고 괜찮다 싶으면 따로 자기 집을 천천히 지어 나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아요.”

혹시 다시 도시의 아파트로 가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버릇이 잘못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다들 이미 전원생활의 단맛을 본 이상 아파트로는 절대 다시 못 간다고들 해요.”



함승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