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의 작년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올해 1분기에 대한 기대치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 잇따라 저조한 성적을 내놓았다.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이 감소했거나 적자를 나타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우려가 기업들에 직격탄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 움직임은 조금 달랐다. 실적이 안 좋았지만 향후 이익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는 종목이 적지 않았다.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저가 매력이 부각된 종목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제 올해 1분기를 향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삼성전자, GS건설 등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4분기 상장사 ‘어닝 쇼크’…1분기 회복세 가능할까
지난해 4분기 상장사 5곳 중 1곳은 적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245개사(2011년 2월 8일까지 영업이익 발표기업 기준) 가운데 18.8%인 46개사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적자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기업도 94곳에 달했다. 상장사 57%가 적자 또는 전분기 대비 저조한 성적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도 기업들의‘어닝 모멘텀(실적 개선에 따른 상승 동력)’이 증시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면서 주가도 재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유럽 재정위기와 경기 둔화가 기업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해 8월 증시 급락장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가운데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어닝 쇼크’수준이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추정치가 있는 상장사 49곳(2011년 2월 8일까지 실적 발표 기업 기준) 중 44개(89.8%) 기업이 추정치를 밑도는 4분기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투자자 실망시킨 삼성테크윈·삼성SDI

영업이익 300억 원 흑자가 기대됐던 삼성테크윈은 실제로 27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케이피케미칼의 4분기 영업이익은 30억 원 수준으로 시장 추정치 384억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부진했던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는 큰 폭의 이익 개선이 예상됐지만 실제 성적은 기대치보다 낮았다. 이 외에도 삼성SDI, 금호석유, SK이노베이션, OCI 등이 실망스러운 이익 규모를 보였다.

시장 예상보다 성적이 좋았던 기업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 상장사 10곳 중 1곳 꼴로 수는 많지 않았다. 삼성전기의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를 76.2% 웃도는 990억 원이었다. 제일기획, 아모레퍼시픽, 하이닉스 등도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선전하면서 지난해 4분기 5조3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시장 추정치를 9.42% 웃돈 셈이다. 하지만 이익의 내용에서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반도체부문에서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 매각차익 등 일회성 이익 8000억 원을 빼면 영업이익이 4조5000억 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해운과 건설 업종은 4분기 저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현대상선은 4분기에 1716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 한 해로는 영업손실 3666억 원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물동량과 운임이 하락한 것이 원인이었다. 한진해운은 4분기 1694억 원 적자였고, 쌍용건설과 고려개발도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주택 공급 과잉이라는 고질적 문제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로 꼽히며 승승장구했던 안철수연구소도 실적에서는 실망감을 안겼다.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8500만 원에 그쳤다. 50억 원 규모의 성과급이 임직원에게 지급되면서 일회성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IT·정유화학, 실적 실망에도 상승세

정보기술(IT), 화학 등 수출주도 글로벌 업황 부진 탓에 타격을 입었다. 다만 일부 종목들은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오히려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4분기 167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극도로 부진했던 탓이다. 하지만 일본과 대만 경쟁업체들이 대거 감산에 들어간 덕분에 전분기보다 적자폭은 상당히 줄었다. 하이닉스 주가는 업황 악화에도 선전했다는 평가 속에 실적 발표 후 좋은 흐름을 보였다.

특히 눈에 띈 것은 LG그룹주의 선전이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의 그늘에 가렸던‘미운 오리새끼’들이 전년 동기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부는 이익 개선폭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거나 적자를 유지했지만 ‘실적 바닥을 확인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크게 작용했다.

LG전자는 전년에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2992억 원)를 나타냈지만 적자폭은 1년간 72% 줄었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 231억 원으로 흑자 전환한 것이 주가 재평가로 이어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중심의 제품 라인업이 구축되면서 휴대전화 부문이 흑자 전환하는 등 수익성이 높아졌다”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LG디스플레이는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적자폭이 크게 줄었다. 이승철 신영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패드3 출시를 계기로 고해상도 패널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애플 모바일 PC용 패널 절반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적 기대에 못 미쳤던 화학업종 역시 주가는 쌩쌩 달렸다. 금호석유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70% 급감했지만 일회성 비용 탓으로 분석됐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의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공급이 모자라 1분기 중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며 “지금이 실적 바닥”이라고 진단했다. 화학주는 중국 춘제(春節) 이후 수요 개선이 예상되면서 중국 수혜주로도 꼽혔다.

지난해 급락했던 OCI 역시 실적에 대한 실망감을 극복했다. OCI는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를 절반 이상 밑도는‘어닝 쇼크’를 나타냈다. 하지만 주가를 끌어내렸던 공급 과잉 우려가 완화됐고, 폴리실리콘 가격도 올해 초 회복세를 타면서 2월 주가가 작년 8월 이후 처음 30만 원대를 돌파했다.
12월 결산법인 118개 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주 연속 하향 조정됐다.
12월 결산법인 118개 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주 연속 하향 조정됐다.
1분기 실적 눈높이도 하향 조정

어닝 쇼크가 많았던 만큼 올해 1분기 이익에 대한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하향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118개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IFRS 연결 기준)는 지난 2월 9일 총 24조7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1월 5일) 25조7500억 원에 달하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월 9일까지 약 1개월간 3.72% 감소했다. 5주 연속 하향조정세다.

통신서비스 업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 기간 15.88% 급감했다.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한 LG유플러스를 제외하고 SK텔레콤과 KT 모두 이익이 지난해 4분기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는 4세대이동통신(L TE)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요금 인하가 실시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박종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추가 요금 인하 대책이 논의되는 등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라며 “실질적인 실적 개선은 3~4분기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자동차를 포함한 경기소비재 등 대부분 업종의 1분기 이익 전망치가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IT 업종과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업종의 1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소폭 반등세를 나타냈다.
1분기에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등 IT주와 대형 건설주, 자동차 부품주 등이 꼽힌다.
1분기에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등 IT주와 대형 건설주, 자동차 부품주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어닝 서프라이즈

1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으로는 삼성정밀화학이 꼽힌다. 증권사들이 추정한 1분기 영업이익은 1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배석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 발생한 일회성 비용이 사라지면서 견조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며 “IT 경기가 회복되면서 설비 증설에 따른 규모의 경제도 실현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린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난 4조5400억 원으로 추정했다. 김형식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증가로 올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글로벌 IT업체 대비 빠른 성장 속도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대형 건설주들도 턴어라운드 기회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GS건설과 대우건설, 현대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높게 형성됐다. 현대증권은 GS건설에 대해 “해외 수주 모멘텀이 우수하다”며 “지난해까지 주택 리스크 축소와 내실 강화에 주력했지만 올해는 성장 전략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도 해외 수주 강화를 통해 성장 동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대위아와 만도, 넥센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주 역시 상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됐다. 김윤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위아에 대해 “기계사업 부문은 수주 잔고가 늘고 있고 자동차부품 부문에서는 변속기 사업의 매출이 증가세”라고 강조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