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동양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여기 인생을 ‘도박’이라고 말하는 변호사가 있다. 우리 사회 오피니언 리더층이 아껴야 하는 것 가운데 ‘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인데, 그는 과감히 부적절한(?) 주제로 화두를 던지며 가슴 속에 꾹꾹 눌러두었던 도박에 관한 철학을 책으로 엮어냈다. 51%의 승률을 목표로 하는 포커판의 낭만자객, 김태수 변호사의 페이스오프다.
포커에서 배우는 인생 승부의 법칙
포커에 관해서라면 문외한임을 이실직고(以實直告)한다. 자연 포커를 주제로 한 책을 쓴 저자를 만나러 갈 때까지의 심적 부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시쳇말로 ‘말로 먹고 산다’는 변호사다. 일단은 그가 썼다는 책 <51% 게임 손자병법>(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부터 입수해서 독파했다. 대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설(說)’을 풀었을까. 과연 진정한 무림의 고수(高手)인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김태수 동양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려대 법대 86학번으로 군 제대 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연수원을 마치자마자 변호사 개업을 했고, 지금까지 14년째 서울 광화문 한 자리에서 법률사무소를 지키고 있다. 지척에 언론사들은 물론 언론중재위원회까지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현재도 모 언론사의 상근 고문변호사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론 관련 소송을 맡아 중요한 판례들을 이끌어낸 바 있다. 언론 관련 소송을 많이 맡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문지상에 이름도 많이 오르내렸다.

그중 ‘김태수’라는 이름을 수면 위로 부상시킨 사건 가운데 빼놓을 없는 것이 있으니 일명 ‘이승복 사건’이라 불렸던 C 신문의 보도 조작 의혹에 관한 소송이었다. 10여 년에 걸친 끈질긴 재판 끝에 대법원은 “나는 공산당이 싫다”는 발언으로 인해 북한 무장공비에 의해 이승복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사살된 사건에 대한 진위 공방에 종지부를 찍어주었다. 사건 자체와 사건 보도가 사실이었다고 확인해 준 것.

여기까지만 얘기하자면, 한없이 진지하기만 한 변호사다. 그런 그가 최근 도박을 주제로 한 책을 발간했다. 도박이라. 대한민국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시작하기 껄끄러운 화두임에 틀림없다. 대학 때부터 시작됐다는 도박(포커) 구력이 26여 년. 포커만 두고 따지자면 손을 섞어보면 상대방이 고수인지 하수인지는 단번에 알아볼 ‘프로’이기도 하겠다.

그의 표현대로 ‘욕먹을 각오 단단히 하고’ 세상에 던진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어차피 우리 인생 자체가 확률이 작용하는 도박이라는,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10년 전 고수와의 ‘한판’이 포커 연구에 발동 걸어

욕먹을 각오로 책을 썼다는데, 욕은 얼마나 먹었나. 책 간행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구상부터 집필까지 1년 정도 걸렸다. 변호사는 딴 직업과 달리 시간이 많이 남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럴 때인데, 2월 인사철에는 법원 인사 관계로 소송 진행이 잘 안 된다.(웃음) 또 여름 휴가철에는 판사들 휴가로 재판을 쉴 때도 있는데, 그런 시간들을 활용해 집중적으로 썼다. 사실 처음에는 재미로 썼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정리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돌려야겠다는 취지였는데, 쓰다 보니 부피가 커졌다. 막상 출간할 때는 오해하는 사람이 생길 것 같다는 우려도 있었는데, 만약 의뢰인 중에 그 기간에 패소판결이라도 받았으면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다행히 기념비적 패소는 없었다.(웃음) 사실 도박이라는 건 책의 소재에 불과한 것인데 저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도박 책으로 비쳐질까 봐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연히 아는 기자가 책 출간 일로 출판사 사장과 식사도 하고 편집회의를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래서 나도 3년 전에 썼는데 지금까지 묵힌 원고가 있다고 했더니 출판사 사장이 적극적으로 출간을 제안했던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그래서 책을 내고 후회하진 않았나.

“후회하기도 했다. 책이 생각처럼 잘 팔리지 않아서였는데(웃음), 요즘이 정치의 계절이라 주목받기 힘든 주제란 생각이 들었다. 표지 디자인을 제외하곤 책 안에 삽입된 퀴즈(바둑에 관한 퀴즈가 자주 나온다)도 모두 직접 만든 것인데, 조금 더 잘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책을 내니까 좋은 점도 있다. 이메일 보내주는 분들이 많다. 걱정했던 것만큼 책으로 인한 오해는 없어서 다행이다. 보통은 유명세 때문에 책을 샀다가 안 읽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을 사서 읽는 분들은 내 취지를 그래도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 안심이다.”

포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10년쯤 된다. 하지만 책을 쓰려고 공부했던 것은 아니다. 사실 10년 전에는 갬블링보다는 이념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런데 당시 모 언론사에 재직 중이던 고수와 포커를 치고 산산조각이 나며 자존심이 뭉개진 일이 있었다. 그 후 갑자기 흥미를 갖게 됐는데, 당시 지인의 권유로 <타짜>라는 만화를 본 후 포커 공부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됐다. 확률을 이해하려다 보니 수학공부를 다시 하게 됐고, 포커페이스를 연구하려다 보니 심리학을 공부했고, 도박에 관한 영화, 만화까지 섭렵하게 된 것이다.”

그 가운데 실전에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것은.

“처음에는 포커페이스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어떻게 거짓말을 잡아낼 수 있나. 이건 굉장히 기술적이면서도 심리학과 관련된 것이다. 세부적인 것을 연구하다 보니 결국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전략이라는 결론을 얻게 됐다. 바둑(김 변호사는 바둑 아마 5단 실력의 소유자다)에서도 포커와 닿는 면을 찾을 수 있는데, 바로 승부에 임하는 자세의 중요성이다. 실제로 이창호나 이세돌 같은 고수들의 바둑은 구경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 승부를 이끌어가는 방식, 불리한 상황을 참아내는 힘,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허를 찌르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바둑과 포커 모두 인간의 지적인 오락이다 보니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담당했던 소송 가운데 김 변호사를 수면 위로 부각시켰던 사건을 꼽자면.

“IMF 이후에 시중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많이 했다. 언론 관련 소송을 많이 한 편인데, 언론 소송이 보통 우리 사회의 이슈가 되는 사건과 연관되다 보니 담당 변호사도 함께 알려진 것 같다. 언론사 고문변호사로 활동한 지는 14년 정도 되는데, 2006년부터는 상근 고문변호사로 신문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을 들인 소송은 ‘이승복 사건’을 추적해 결론까지 낸 일이었다(1998년, 1968년 조선일보에 보도된 무장공비에 의한 이승복 일가족 피살사건 보도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으나, 대법원은 2006년과 2009년 형사와 민사 재판 최종심에서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었다고 확인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걸린 소송이었는데, 강원도 이승복 집까지 밤에도 혼자 쫓아다녔었다.”

책을 통해 시종일관 ‘확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변호사로서 승소 확률도 점칠 수 있나.

“승소율만큼 허수도 없다. 국내 최고의 법률사무소로 알려진 곳도 실제 승소율은 생각보다 낮다고 들었다. 반면 99.9% 승소하는 변호사도 있다. 은행 대리인으로 연대 채무자들을 상대로 소송하는 변호사들은 하루에 40~50건의 사건을 승소율 99.9%로 이끌어낼 수도 있다. 따라서 외형적인 승소율은 상당 부분 허수다. 변호사 입장에서 승소율 90%라고 하면 이길 수밖에 없는 소송만 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내 나름대로는 승소율이 높았다고 생각한다. 언론 소송의 경우 기사가 명백히 잘못됐으면 100% 패소한다. 하지만 사실을 객관적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소송하려고 했다. 언론 소송은 누군가의 명예가 훼손됐기 때문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원고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든다든가 해서 안 되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좋지 않다. 소신의 문제다. 개인적으로는 일도양단식이 아니라 합리적인 조종으로 많이 이끌어내려고 노력했고, 또 결과적으로도 그랬다.”

재판의 승패를 두고, 포커 게임에서처럼 ‘촉’이 작용할 때도 있나.

“대체로 처음에 사건을 접했을 때 받은 인상이 맞다. 어느 소송이든 원고와 피고가 모두 이길 수는 없다. 소송 중에는 불리한 소송도 있고, 실제로 지는 경우도 많다. 소송은 역사적 사실을 전제로 하며 법은 재판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에 대해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재판이라는 것은 과거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불리한 상황이 유리해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에는 변호사가 한쪽의 말을 듣고 시작한다는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는 처음 직감이 맞는 편이다.”

불리한 소송을 막판 뒤집기로 승소한 사례가 있다면.

“한 법인회사의 이사장을 해임하는 이사회의 결의에 대해 해임된 이사장이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주장을 하며 소송을 했는데 1심에서 패소했다. 그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적이 있는데, 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관련 주변인이 쓴 책에서 사람들(이사회)의 동선이 확인됐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출입국 내역을 살펴보니 이사회가 열리던 날 공교롭게도 이사회 멤버들이 해외여행 중이었다. 회의록 자체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명증하게 드러남으로써 한순간에 상황이 역전된 경우였다.”
“바둑이 세상사이고 세상사가 도박이고 서로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바둑보다는 포커가 인생과 더 닮아 있다.”
“바둑이 세상사이고 세상사가 도박이고 서로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바둑보다는 포커가 인생과 더 닮아 있다.”
“포커, 운과 실력이 절묘하게 배합된 게임”

고려대 법대 재학 당시 학업보다는 포커, 바둑, 술을 가까이 했던 것 같다. 4학년 2학기엔 시험기간 중에도 18시간 동안 포커를 쳤다는데, 사법고시는 뒤늦게 준비했나.

“그때는 요즘보다 취업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수도권의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다니면 취업은 무난했던 시절이다. 개인적으로 굳이 사법고시를 봐야 한다는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 다닐 때도 속성으로 자리를 잡는 방법만 연구한 것 같다.(웃음) 사법고시는 졸업하고 군 제대 후에 준비하기 시작했다. 군 제대 후에는 이미 스물일곱 살이 돼 있었던 터라 한 번 시작하면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했다. 1992년에 시작해서 1996년에 합격했다.”

대학 시절 바둑과 포커에 푹 빠져 있었던 것 같은데 두 가지 잡기(雜技)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둑을 잘 둔다고 해서 포커를 잘 치는 건 아니다. 바둑과 포커의 관계는 오래 생각한 주제인데, 먼저 바둑을 얘기하자면 바둑 또한 승부의 게임이기 때문에 첫째는 기본 실력이 탄탄해야겠지만, 바둑을 한 판 끝내고 나서 과정을 돌이켜보면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상대가 아니고서는 결국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멘탈’이다. 바둑에서 ‘집’은 ‘현찰’이고 두터움, 세력은 ‘어음’이랄 수 있는데, 현찰을 좇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지만 어음은 큰돈이 오가게 되는데, 눈앞의 현찰보다 두터움을 유지해야 큰 이익을 본다는 것. 즉, 바둑이 세상사이고 세상사가 도박이고 서로 닮은 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바둑보다는 포커가 인생과 더 닮아 있다. 출생부터 성장, 사망까지 ‘운’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커와 바둑의 차이점은.

“바둑은 논리 게임이므로 우연의 요소가 거의 없다. 내가 두던 바둑을 고수가 와서 ‘비켜봐, 내가 둘게’ 하고 두기 시작하면 훨씬 잘 둘 수 있다. 따라서 명인급 고수에게 아마추어는 제아무리 노력해도 이길 수가 없다. 하지만 포커는 실력으로만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아니다. 바둑보다 우연에 훨씬 친숙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실력 없는 사람도 계속해서 좋은 패가 들어오면 이길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도 두 가지를 즐기고 연구 중인가.

“바둑은 지금도 즐기고 있다. 포커는 정말 가볍게 치는데 휴식수단 가운데 하나다.”

포커를 치다가 돈을 탕진한 적은 없나.

“대학 시절 두 달치 하숙비를 날린 것이 최대의 탕진이다.(웃음) 자기가 즐기고 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노는’ 수준을 넘어서면 위험하므로, 자신의 용돈 범위 내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네 번을 친다면 네 번을 모두 잃어도 그 돈의 범위가 용돈 범위 내여야 한다는 얘기다.”
“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고수다. 난 그 정도의 고수는 아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맥을 같이 하는데, 그 정도의 기억력, 빠른 판단력이 없는데도 돈을 따는 이유, 그것이 바로 전략이고, 확률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고수다. 난 그 정도의 고수는 아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맥을 같이 하는데, 그 정도의 기억력, 빠른 판단력이 없는데도 돈을 따는 이유, 그것이 바로 전략이고, 확률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포커의 달인임을 알고 도전장을 던진 사람은 없는지.

“없다.(웃음) 포커의 수법이나 기술은 이론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포커는 대부분의 패를 공개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한번 나왔다 사라지는 패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동기들, 왜 이 선수가 갑자기 이 상황에서 치고 나오는가에 대한 이유 분석, 바닥에 나와 있는 패를 읽는 등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촉’이 좋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고수다. 난 그 정도의 고수는 아니다. 이 책을 쓴 이유도 맥을 같이 하는데, 그 정도의 기억력, 빠른 판단력이 없는데도 돈을 따는 이유, 그것이 바로 전략이고, 확률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큰 원칙을 위반하면서 작은 기술들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포커를 잘 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좋은 패로 승부 내는 버릇을 익혀야 한다. 단, 좋은 패, 나쁜 패를 보는 안목은 필요한데, 사실은 무척 쉽다. 포커 열흘만 치면 알 수 있다.(웃음)”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인생의 성공 확률에 대한 생각은.

“따지고 보면 애들 키우는 일 자체가 확률이다. 명문대를 보내려는 이유도, 많은 돈은 못 벌어도 평균적인 안정, 평범하게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체·능은 피라미드 같아서 선택받은 소수를 제외하면 실패해서 자식 교육을 그르칠 수도 있는 분야다. 누구든 인생은 자기 나름대로의 확률을 갖고 베팅을 하는 셈이다. 예·체·능에 올인하면 성공 가능성은 낮지만 성공하면 높은 수익이 보장되고, 공부를 시키면 평균만큼은 살 수 있지 않는가”.

포커를 ‘운과 실력이 가장 절묘하게 배합된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김 변호사에게 돈을 걸면 딸 수 있겠는가.

“우리가 정의할 수 있는 범위에서 포커의 최고 고수는 역사적 인물이 아니다. 바로 자기보다 약한 사람하고만 치는 사람이다. 나보다 약한 사람하고만 치기 때문에 승률은 백전백승 언저리다.(웃음)”

머니 게임의 최고수를 워런 버핏이라고 했다. 이유는.

“일단 번 돈이 제일 많은 투자가다. 검증된 고수랄 수 있다. 버핏을 다른 고수와 달리 보는 이유는 그가 제시하는 원리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쉽게 공감이 간다. 결국 고수들의 수법은 쉬운 것 같다. 검법 같은 것도 평생 수련하는 것은 내려치는 한 자세 아닌가. 골프도 결국 스윙 하나를 연습하는 것이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기본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고수다.”

도박죄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는데, 법조인으로서 위험 수위의 발언 아닌가.

“(웃음) 사실은 답을 내릴 수는 없는 문제다. 도박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중독은 뭐든 위험하다. 그러나 도박도 술과 마찬가지로 조절할 수 있는 범위 내라고 생각한다.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일시 오락의 범위(판돈 액수)를 좀 더 높이자는 의견이다. 지금은 사실상 전부 처벌 대상인데, 범위를 좀 더 높이자는 얘기를 했던 것이다.”

변호사 경력 14년이다. 바둑과 포커의 개인적 역사는 어떻게 되나.

“바둑은 26년 정도로 아마 5단 정도 실력이다. 포커는 대한민국에서 포커를 치는 내 또래 남자들과 비교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경마, 카지노, 슬롯머신, 복권은 도박자에게 불리하게 설계된 구조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그런 장소에 있는 사람들은 당장 그만둬야 하나.

“돈을 따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즐기려면 모를까, 따려고 간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 경마장에서는 30% 떼어서 경마장을 관리하고 마주한테 준다. 시작부터 30%를 잃고 시작하는 게임 아닌가.”

롤 모델로 생각하는 포커의 고수는.

“내 포커 인생에서 정말 롤 모델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고수는 못 만났다. 포커는 손을 섞어보기 전에는 실력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미야모토 무사시나 손자 등이 포커로 나섰다면 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승부의 원리를 정확히 알고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부적절한’ 주제가 있다면.

“책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낼 생각은 없고 취미로 해 온 바둑 등을 소재로 승부 시리즈를 계속 써보고 싶다. 못한 말들이 많이 있다.”

삶의 목표가 있다면.

“변호사라는 직업은 매력적이다. 사기꾼들한테 속아서 집을 날린 할머니가 계셨는데, 사기꾼들의 수법이 너무나 교묘해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는데, 기적적으로 이긴 적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소송으로 그때 변호사로서의 보람을 알게 됐다.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소외된 사람들의 일에 매달리고 싶다. 무료 변론을 하면서 하고 싶은 사건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자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김태수
현 동양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1990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96년 사법고시 합격
1998년~ 동양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