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반더몰렌 에델만 글로벌 프랙티스·인사이트 다각화사업부 총괄대표


우리나라 국민의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PR기업 에델만이 발표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의 결과다. 이번 조사 발표를 위해 방한한 알란 반더몰렌(Alan VanderMolen) 에델만 총괄대표에게 한국 정부와 기업의 신뢰도에 대해 물었다.
“급감한 기업 신뢰도 회복, 이것만 명심하라”
한국의 기업 및 정부 신뢰도 대폭 하락, 30% 수준에 그쳐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 발표차 방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전 세계 일반 대중과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연 1회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언론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도가 형성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조사다. 우리와 우리 고객사들이 어떤 신뢰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25개국 시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는 매년 스위스 다보스 세계 경제 포럼에 참석하는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에게 소개돼 정부와 기업의 의사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대중’과 ‘여론 주도층’으로 그룹을 나누어 조사했다. 표본그룹을 따로 만들어 조사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여론 주도층만을 대상으로 했다. 우리 고객사에 중요한 대상이 여론 주도층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나타난 민주화 현상과 소셜미디어 및 이동통신 기술을 통해 일반 대중들도 공공정책, 기업정책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따라서 이제는 여론 주도층 외에도 일반 대중을 봐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일반 대중 대상 조사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일반 대중이 여론 주도층보다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다. 의사 결정 메커니즘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발언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뢰도 역시 낮게 나타나는 것이다. 많이 나오는 얘기 중 하나가 ‘양방향성(mutuality)’이다. ‘내가 얼마나 이해관계자와 관련해서 참여하고 있는가’의 정도다. 여론 주도층의 경우 양방향성이 높지만 일반 대중은 양방향성이 선거 때와 같이 드물게 나타나는 것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

올해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의 신뢰도를 요약한다면.

“한국 여론 주도층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신뢰도(62%)의 절반 정도의 수준이다. 이는 한국에서 신뢰도 지표조사를 실시한 이래 최저 수치다. 일반 대중 또한 기업을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30%에 불과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47%) 및 아태 지역 평균(51%)보다 20%가량 낮은 수치다. 한국에서 정부를 신뢰한다고 밝힌 여론 주도층은 33%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 하락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은 신뢰도 하락폭이 매우 컸다.”

한국의 정부·기업 신뢰도 하락폭이 매우 크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권위에 반대하는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국민에게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 한국의 정부와 기업이 투명하게 대화해야 할 필요성을 반영한다고 본다. 경제가 성장 중인 국가에서 이 정도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아태 지역의 경제 리더인 한국과 일본의 신뢰도가 낮은 것이 흥미롭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본은 원자력발전소 문제가 컸다. 사실 지난해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지진과 쓰나미가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미쳤고, 이 사고에서 전력회사와 일본 정부가 투명하고 빨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 신뢰도를 깎아 먹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수많은 작은 상처(small cuts)가 쌓여 문제가 됐다. 한국은 빈부격차, 금융 부실, 식품안전성, 원자력발전, 지도층에 대한 신뢰 등 많은 문제가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에서 특히 금융과 이동통신 기업의 신뢰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 금융업계와 이동통신업계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금융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부실채권 문제 때문이다. 이동통신은 확신할 수가 없다. 특정한 사항보다는 전체 업계나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면서 같이 타격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알란 반더몰렌 대표가 지난 2월 8일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발표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가 성장 중인 나라에선 이례적으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알란 반더몰렌 대표가 지난 2월 8일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발표차 방한했다. 그는 “한국이 경제가 성장 중인 나라에선 이례적으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이 기업신뢰도 높인다”

한국의 정부 신뢰도 역시 낮게 조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업 규제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믿지 못하는 대상에게 믿지 못하는 대상을 맡기는 셈인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소비자 보호에 대한 법령이 제정되도록 하는 요구가 발생하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의 관계는 매우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는 기대도 작용한다. 아직도 금융권 부실 문제로부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이런 것이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고, 소비자 보호 욕구가 강한 것도 작용한다고 본다.”

한국 여론 주도층의 82%, 일반 대중의 78%가 ‘기업이 속한 국가 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기업의 사회적 참여 요구가 한국의 특징인가 세계적 추세인가.

“세계적 추세다. 선진국에서는 기업과 사회의 연결고리가 분명해지고 있다. 펩시에서 수질 문제에 관여하고, 유니레버는 야자유 문제에 관여한다. 제약사들은 질병 퇴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이 나서서 사회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는 요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이 개입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성장 역시 더뎌진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개입은 기업 스스로도,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신뢰도도 낮은데 사회적 참여가 제한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사회 참여가 신뢰를 높인다. 기업 신뢰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 16가지가 있다. 그중 중요한 요인은 모두 사회적 요인으로부터 나왔다. 직원들을 대하는 방침이 어떤가. 환경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수익보다 고객을 우선시 하는가 등이다. 가장 덜 중요하다고 나온 것이 지속적으로 재정적인 수익을 내는가, 임원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다. 이제 기업들은 신뢰를 위해서라도 사회 참여를 보다 우선 순위에 둬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신뢰도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써야 하는가. 이 부분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번 조사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업들이 노동정책,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투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직원들을 기업 운영의 중심에 두어야 하고 부품이나 소모품이 아니라 회사의 자산으로 취급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에델만 역시 최근 고객사에게 ‘사회가 변했다는 걸 인식하고, 이제 주주(share holder)가 아니라 이해관계자(stake holder)로 관심을 옮겨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대 공개(maximum discloser)와 최소 지연(minimum delay)만 명심해라. 그리고 아주 간단한 세 가지만 하면 된다. 대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what happened), 왜 일어났는지(why it happened),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지(what are you doing to make sure it doesn’t happen again)를 설명해라. ”



‘최대 공개’와 ‘최소 지연’이 소통 원칙

PR 컨설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기업 신뢰도에 대해 고민하는 바가 많을 텐데, 혹시 기업에 적용시킬 만한 구체적 방안을 말해줄 수 있는가.

“기업이나 업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제는 권위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에서 벗어나 대등한 지위에서 주도하는 커뮤니케이션 모델로 바꿔야 한다. CEO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저하됐기 때문에(CEO에 대한 신뢰도는 2011년 63%에서 29%로 급감했다) 이제는 기업의 평범한 직원들, 기업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한다. 또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 사안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와 대화해서 푸는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은 계속적으로 기업 활동을 하고 업계를 주도하도록 하는 자격을 갖기 위한 필수 요소다.”

신뢰도 수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종합하면 ‘소통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소통과 리스크 관리는 알면서도 실패하는 난제다. 무엇을 조언하겠는가.

“아주 간단하다. 최대 공개(maximum discloser)와 최소 지연(minimum delay)만 명심해라. 그리고 아주 간단한 세 가지만 하면 된다. 대중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what happened), 왜 일어났는지(why it happened),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지(what are you doing to make sure it doesn’t happen again)를 설명해라. 일본 전력업체 텝코가 좋은 예다. 원자력발전소가 타격받았을 때 담당자나 정부 관료는 48시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그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의 사회적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이 있는가.

“한국과 정부 신뢰도가 유사한 국가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독일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에 비해 낙관적이고, 독일과 같은 수준의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분류한다. 오늘날 한국의 불신 현상은 단지 정부나 기업이 참여라든지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한국은 경제적 펀더멘털이 건실하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프라도 있다. 이 채널들을 통합해서 이용할 수 있는 리더십, 그것이 신뢰도 향상의 관건이라고 본다.”
“급감한 기업 신뢰도 회복, 이것만 명심하라”
“급감한 기업 신뢰도 회복, 이것만 명심하라”
“급감한 기업 신뢰도 회복, 이것만 명심하라”
글 함승민 기자 hamquixot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