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원리금을 보장하는 저축 상품과 달리 투자 상품은 투자에 따른 위험이 뒤따른다.
따라서 자산 운용을 위해서는 투자에 대한 공부가 뒤따라야 한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기관이 책임져주는 저축 상품만으로도 노후를 대비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금리가 10%대에 이르러 웬만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방어를 해 주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우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4% 수준으로 낮아졌다. 인플레 리스크 또한 만만치 않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 안정 시대가 계속돼 왔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플레의 해악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량 살포된 자금이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유가를 포함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동향도 심상치 않다.
인플레가 진행된다는 것은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 3%의 인플레율이 25년간 계속된다면 원본 100만 원의 가치는 약 48만 원, 즉 절반 이하의 가치로 줄어든다. 원리금이 보장되는 저축 상품에 가입해 노후에 대비해 왔는데 돈의 가치가 이런 식으로 줄어든다면 후반 인생이 얼마나 힘들어지겠는가. 따라서 젊은 시절부터, 공부를 해서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에 자산을 운용해 저금리·인플레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노후 대비 투자 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적립식 펀드,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개인연금 펀드, 변액유니버설 등은 모두 그 기본이 적립식 펀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펀드와 연금 및 보험, 그리고 적립식 투자가 결합된 상품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노후 자금 마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립식 펀드 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함과 동시에 적립식 투자 바구니에 담을 우량 펀드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무리 원칙을 지켜서 적립식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바구니에 들어 있는 펀드가 불량 펀드라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펀드 가입 시 고려해야 할 5가지
그렇다면, 우량 펀드는 어떻게 골라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다음 5가지 사항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는 펀드의 내용을 알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최근 들어 각종 파생상품을 이용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가 많이 출시되고 있다.‘00펀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전문가조차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는 투자자들도 많다. ‘내용을 모르는 상품에는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투자자들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투자 원칙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는 펀드 운용회사의 평판이다. 펀드의 운용 성적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판매회사가 아닌 운용회사의 실력에 좌우된다. 따라서 펀드운용사의 대주주가 자산운용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실한 운용 철학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운용책임자(CIO)의 실력이 검증됐는지 확인해 보아야 한다. 판매금융기관에서 권유하는 펀드를 생각 없이 매입할 게 아니라 이상 몇 가지 점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는 운용회사인지 꼭 확인해봐야 한다.
셋째는 과거 3~4년간의 운용 성적이다. 과거의 운용 성적이 미래의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성적이 좋은 펀드가 미래에도 좋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과거 성적을 참고하는 것이다. 6개월, 1년의 단기 성적은 운에 의해서도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의 장기 운용 성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시기에 따라 운용 성적의 굴곡이 심한 펀드는 바람직하지 않다. 운용 성적이 꼭 1등이 아니라도 좋다. 꾸준히 중간 이상의 성적을 내는 펀드가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넷째는 펀드 수수료다. 펀드 투자를 하면서 수수료가 얼마인지 확인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특히 주식형 펀드 투자자 중에는 주가만 오르면 1~2%의 수수료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5년, 1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투자를 하면 약간의 수수료율 차이도 전체 운용 성적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용수익률 못지않게 확정된 비용으로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섯째는 펀드의 규모다. 분산투자를 하려면 일정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형 펀드에서는 일반적으로 40~50개 종목의 주식에 투자를 한다. 따라서 이들 종목에 분산해 투자하려면 국내 펀드는 최소한 100억 원 이상, 해외 펀드라면 500억 원 이상(순자산 기준)의 규모는 돼야 한다.
물론 이상의 내용을 일반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펀드평가회사의 자료를 입수해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파이낸셜 플래너(FP)의 도움을 받는 것도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노후 자금 마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립식 펀드 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함과 동시에 적립식 투자 바구니에 담을 우량 펀드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실력 있는 펀드운용사의 조건
여기에서 투자자들은 펀드판매회사와 운용회사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해둘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주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같은 판매회사에 가서 펀드에 가입한다.
펀드 판매회사는 펀드를 판 자금을 자체적으로 보관하지 않고 보관은행(수탁회사)으로 보낸다. 보관은행에 보내진 자금으로 어디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은 투신운용사, 자산운용사라는 이름을 가진 운용회사의 역할이다.
투자자들은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운용회사의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운용회사의 능력 가운데 가장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펀드운용사의 과거 운용 성적표다. 이때 6개월, 1년의 단기 성적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최소한 3년 이상, 가능하면 5년 이상의 성적표를 보고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운용사의 수익률 비교 자료를 보면 1년 운용 상위 랭킹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운용사의 펀드는 눈에 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운용 기간이 2년, 3년으로 장기화되면 세계적인 운용사들의 펀드 수가 늘어가고, 5년쯤 되면 압도적인 수를 차지한다. 또한 운용을 스타급 펀드매니저의 기량에 100% 의존하는 회사는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렵다. 운이 좋아서 좋은 성적을 냈더라도 스타 펀드매니저가 회사를 떠나버리면 그 후의 운용 성적은 불안정해지기 쉽다.
따라서 운용회사는 일관성 있는 운용 철학과 계속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운용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운용회사 경영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경영자나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바뀌는 회사에서는 운용 철학과 운용 시스템이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운용회사들이 대기업 그룹의 계열사보다 규모는 작더라도 독립된 업체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가 운용회사의 운용 철학이나 운용 시스템을 평가한다는 것 또한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것이 FP의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일러스트·추덕영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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