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10여 년 이상 두 자릿수의 고속 성장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잉여 노동력이 감소하고 임금도 올랐다. 최근 성장의 중심지인 베이징(北京) , 상하이(上海) , 광둥성(廣東省) 등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임금 상승 요구도 예상보다 빠르다.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는 중국 노동 시장의 최근 구조 변화와 배경, 문제점 등을 짚어본다.
[In China] 연고중시 경제가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대두된 중국 노동 시장
중국에서 농민공이라고 하면 도시로 이주해 취업한 농촌 사람들을 말한다. 2010년 발간된 제2차 농업센서스에 따르면 취업을 위해 농촌을 떠난 사람은 1억3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공 이탈이 특히 심한 지역은 쓰촨성(四川省)과 허난성(河南省), 안웨이성(安徽省) 등이었다. 이들 농민공들은 주로 연해 경제특구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노동력은 여전히 절대 부족이다.

농업센서스에서 밝히고 있는 중국 농촌 전체의 잉여 노동력은 아직도 1억2000만 명이나 된다. 작년 노동자의 최저 임금이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경우 전년 대비 26.2%, 베이징 20.8%, 상하이 14.3% 등으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인력난이 심각하긴 심각한 모양이다. 그럼에도 노동력이 부족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개발 초기에는 근교의 잉여 노동력을 쉽게 확보했으나, 점점 먼 지역으로부터 노동력을 흡수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간의 사회문화적 변화 때문에 노동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진단된다.

노동 시장의 왜곡을 상징하는 용어로 요즘 중국인들 입에 오르내리는 개미족과 니트족이라는 말이 있다. 개미족은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저임금을 받고 있는 고학력층을 말하며,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나라에서 정한 의무교육을 마친 후에도 진학이나 취업, 직업훈련을 받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다른 말로 늙은 부모에게 기대 사는 젊은 세대를 뜻하는 방라오주, 컨라오주라고도 한다.

현재 니트족이란 말은 정확히 정의되지 않아 실태가 분명하진 않다. 이들 니트족은 상하이 등 경제가 발달한 지역에서 표면화됐고, 최근에는 농촌 지역으로도 파급되고 있다고 한다.

니트족을 20세 이하의 농촌 비취업인구 또는 농촌의 고등학교 학력자로 정의하면 거의 20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력 수요는 많지만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자발적 실업이 늘고 있는 데다, 그동안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황제, 황비처럼 애지중지 자란 2세들이 부모슬하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가 심각하지만, 중국도 향후 사회 불안정 및 성장 둔화 요인이 될 거란 시각이 있다.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중국의 콴시문화

중국의 노동 수급 괴리, 왜곡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콴시(關係)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일반적으로 정치나 부의 세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외교관 2세를 위한 특혜 채용이 나라 전체를 뒤흔든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오랜 왕조 내지 독재 권력에 익숙해온 중동과 아프리카도 최근 소위 재스민혁명으로 불리는 민주화 요구로 세습 반대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 중국은 치외법권 지역이다. 중국은 공산주의로 공평과 평등사회를 지향해 왔지만, 점차 실력보다 중국의 오랜 전통인 집안이나 콴시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지도부를 보면 장관이나 성급 이상 간부는 태자당, 즉 중국판 2세 정치인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 공산당을 창당한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권력을 가족에게 상속하지 않았지만, 최근 지도부 내에선 권력 세습이 늘어나고 있다.

2세 현상은 정치 권력 외에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먼저 부모가 공무원인 경우 부모로부터 편의를 받아 공무원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관2대(官二代)라고 한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석유회사와 전력회사 등 독점 국영기업의 경영진은 그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자녀를 입사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를 용2대, 즉 독점 2세라고 부른다. 국영기업이 아닌 민영기업의 자녀는 부2대(富二代)라고 한다. 부2대는 아무런 수고 없이 갑자기 사장 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중국 사회가 전통적으로 남을 믿지 않고 자식과 친족만을 믿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 민영기업은 가족기업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기업의 경영권이 자식에게로 상속되기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기 쉽다는 점이다. 중국 민영기업의 수명이 다른 나라 대비 짧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부와 권력이 상속되는 반면, 빈곤도 대물림되고 있다. 이들은 빈2대(貧二代)라고 한다. 도시 빈민과 농민의 아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이 되는 것은 물론, 출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빈곤이 고착화되고 있다.

중국은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콴시에 기초한 사회를 타파하고자 공산사회주의, 공산당을 창당했다. 공평과 평등사회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60년 전 중국 인민들로부터 널리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가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하고 나서 평등을 모토로 하는 이전의 사회주의 이념은 20년 만에 사라져 가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좌파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이 마오쩌둥 노선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맹렬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마오쩌둥 노선의 퇴보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인 것 같다. 중국 인민들의 마음속에 남보다 먼저 부자가 되려는 욕구가 깊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연고중시형 경제 나날이 강해져

어쨌든 한번 부를 손에 넣은 사람은 그것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가족에게 상속하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서는 크로니 캐피털리즘(crony capitalism), 즉 연고중시형 경제의 색채가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전 대령인 신츠링에 따르면 중국 정재계에 약 3000명의 태자당원이 있는데, 이들의 개인자산이 평균 2억 위안(약 34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 생활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 해도 인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게 마련이다. 불만의 화살은 가난보다 간부의 부패와 불공평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기 쉽다.

현재 중국 사회는 소수의 승자와 절대 다수의 패자로 이루어진 표주박 모양이라고 한다. 통계적으로나 실제 상황을 봐도 중국의 소득 격차는 자본주의 이상으로 벌어져 있어 사회주의 입장에서는 위험 수준에 진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상하이 중심가 항만과 고가도로에서 벌어진 트럭운전기사들의 집단 시위는 중국 정부가 공인한 유일한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낸 파업이었다. 이는 중국 사회에 상당한 불만이 깔려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으로 중국 정부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기 시진핑(習近平) 정권은 나름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5년 내 임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하고 있어 사회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몰아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자칫 지금까지의 고속 성장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중국 노동 시장의 이런 특징과 변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 민영기업은 가족기업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기업의 경영권이 자식에게로 상속되는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기 쉽다는 점이다.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