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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됐다. 12월 7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처다. 그러나 아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가 남았다. 이미 잇따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국회에서 발목이 걸린 상태에서 12·7 부동산 대책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점검해본다.

정부가 꺼내든 마지막 카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시장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 시장을 정상화하고 주택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침체된 부동산 시장과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를 회생시킨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번에 완화되는 규제들은 시장 과열 시를 겨냥했던 과도한 규제”라며 “주택 공급과 거래를 늘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12·7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완화하겠다고 나선 규제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강화했거나 새로 도입했던 정책들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고 대마불사 같았던 부동산 시장이 침체 일로를 달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주택 공급도 줄자, 이명박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의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제도나 투기과열지구는 현 정부 입장에서도 ‘최후의 보루’에 가까웠다.‘강남’,‘다주택자(부자)’라는 파괴력이 큰 정치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수도권-신도시-지방 순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시스템을 겨냥한 것이라지만, ‘부자 특혜’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규제를 깨트린 것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절박함과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되는 이유다.

전국에서 마지막으로 강남 3구에 적용되던 투기과열지구는 지난해 12월 22일 해제되면서 이 지역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26개 재건축 단지 1만9000명이 조합원 지위 양도를 할 수 있게 됐다. 전매 제한 기간도 3~5년에서 1~3년으로 줄어든다. 다만 투기지역 지정으로 인한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대출인정비율(LTV) 등의 대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12·7 부동산 대책이 정치적 부담으로 규제 완화에서 늘 제외됐던 강남을 주요 대상으로 하자, 정책 발표 이튿날인 12월 8일 참여연대와 토지정의시민연대 등 5개 단체는 ‘투기를 조장하고 서민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거품 낀 집값을 억지로 떠받쳐 서민의 내 집 마련 희망을 꺾는다는 지적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층을 유인하는 정책이지만 이들(강남·다주택자)이 끌어가기에는 시장 자체가 힘이 없다”며 “강남과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부자 감세라기보다는 특수 상황에서의 징벌적 제도를 없애고 정상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를 시기에 맞춰 해제한 것을 계급적 시각으로 봐서는 곤란하다”고 전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투자 목적의 부동산 수요가 번져나갈 가능성이 있고, 정부가 규제 완화 방향을 확실히 밝힌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비관적 전망을 돌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의 침체가 심각해 아직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책 발표 직후만 하더라도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은 급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여전히 없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지금 부동산 시장은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매력이 없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어도 거래가 당장 많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조세소위, 찬성 : 반대 : 유보=3 : 3 : 3
시장에서의 기대가 크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 부족 때문이다. 이미 여러 차례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많은 정책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대표적이다. 정책이 국회에서 발이 묶이자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신뢰를 잃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2·7 부동산 대책도 갈 길이 멀다. 양도세 중과제 폐지는 아직 국회에 정부안이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국토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바로 해제할 수 있고, 이미 강남 3구의 조건이 투기과열지구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어 큰 어려움 없이 12월 22일 해제될 수 있었다. 정부도 법률 개정 없이 조기에 시행할 수 있는 과제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도세 중과제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소득세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의 개정을 위해선 국회에서 정부안을 통과시켜야만 한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부담이 되는 부동산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조사 결과 양도세 중과제 폐지에 대해 여당 의원 3명이 찬성, 야당 의원 3명은 반대라고 대답했다. 강길부·김광림 한나라당 의원, 김성곤 민주통합당 의원은 답변을 유보했다.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징벌적 과세보다는 중과 폐지를 통해 일반 세율로 과세를 하는 것이 주택 거래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 왜곡을 줄여 주택 거래 정상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대내외 경제요인에 의한 부동산 시장의 위축을 해소시키고 주택 및 전월세 시장 정상화를 위해 규제를 일부 정상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정책 목표를 상실한 채 시장의 왜곡과 불안만 가져오고 있는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는 이번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12·7 부동산 대책 역시 19대 국회로 바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올 5월 말 만료된다. 총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표류 중인 부동산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하려면 2월 임시국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기획재정부는 양도세 중과제도가 올해 말까지 유예 중이기 때문에 정부안 제출을 서두르지는 않는 눈치다. 한쪽에선 부동산 정책이 본회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와 지난 서울시장 선거 이후 ‘부자당’ 이미지를 부담스러워하는 여당의 입장으로 인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함승민 기자 hamquixot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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