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세계 최강의 국가다. 더욱 무서운 것은 중국의 대국화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국의 위용을 네 가지 측면에서 짚어본다.
중국은 누가 뭐래도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최근 중국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누가 뭐래도 정치·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최근 중국과 관련된 뉴스를 보면 그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대중국과 소중국을 반복해 왔다. 소중국으로 구분할 수 있는 나라들은 진나라, 한나라, 송나라, 명나라 등으로 원래의 중원(中原) 지방을 지배했던 왕조들이다. 반면에 대중국이라 할 수 있는 왕조들은 내몽고, 신장(新疆), 만주, 티베트 지역들까지를 포함하는 지역을 통치하던 왕조들로 당나라, 원나라, 청나라, 그리고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이 그 예가 될 듯하다. 이러한 분류법에는 지리적인 구분이 포함돼 있다. 지금의 허난성(河南省)을 중심으로 하는 중원지역으로부터 동서남북으로 뻗어 나가서 서로는 신장지역, 북으로는 몽고지역, 동으로는 시베리아와 만주지역, 남으로는 윈난성(云南省)까지를 포괄해 지배하는 왕조이냐 아니냐가 소중국과 대중국을구분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어제와 오늘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소중국으로 분류되는 진, 한, 송, 명 등의 왕조들의 특징은 한족이 건설하고 한족이 지배한 한족 위주의 국가들이었다. 반면에 대중국으로 분류되던 당, 원, 청 등의 왕조는 한족이 지배한 나라들이 아니다. 당나라는 선비족이 융화된 호한정권의 성격이 강했고, 원나라는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의 나라였고, 청나라는 여진족이 지배한 나라였다.

대중국들이 당시 고대, 중세, 근대의 세계를 지배할 때의 키워드는 한족과 이민족이 섞여서 만드는 글로벌 중국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족만으로는 세계를 지배하기 어려웠다. 중국은 이민족과의 교류와 협력으로 글로벌화됐을때, 결과적으로 개방 시스템이 유지되고 대중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글로벌화를 통한 대중국의 마지막 왕조는 청나라다. 200여 년 전 영국이 산업혁명을 필두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나서기 전까지 중국의 청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위의 국가였다. 2위 국가는 인도였으니 영국은 인도를 식민지화하고 아편전쟁에서 중국에 승리한 후 중국 동부 해안의 일부 도시 특히 홍콩을 점령하면서 바야흐로 세계 1위의 대국으로 부상했다.

영국이 1851년 개최한 만국박람회는 산업화의 기치 아래 제조된 여러 형태의 공산품이 전시되고 판매되는 세계 최초의 박람회로서 의미가 있는데, 이를 계기로 영국은 세계 1위 국가로 공인 받게 된다. 그 이후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세계 1위 국가의 위치는 신대륙 아메리카의 신흥대국 미국으로 넘어가고 뉴밀레니엄인 지금까지 미국은 거의 100년간 세계 1위를 지켜왔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북미와 유럽 대륙이 지난 200년간을 풍미해오는 동안 사실 중국은 영토상으로는 대국이었으나 역할로는 소국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국이 1990년 이후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명실상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역할에서도 대국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누가 뭐래도 중국은 세계에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북미 국가들이 겪는 당황스러움, 지금 유럽 국가들이 재정 및 금융위기로 인해서 당하는 수모 및 난처함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확실히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증거는 지난 1년간의 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채권과 주식 분야에서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

첫째, 채권 분야다. 미국 국채의 최대 투자자는 중국이다. 작년 10월 기준으로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총 1조1400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입장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투자자인 셈이다. 이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게 있는데, 작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이후 중국은 보유한 미국 국채의 일부분을 매각해 막대한 규모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매각 규모는 약 365억 달러 규모로 전체 미국 국채 포트폴리오의 3.1%에 해당한다.

이 부분에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어떻게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일반적인 금융상식으로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이 AAA에서 한 단계 강등됐다면 그것은 곧 국채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시장은 흥미롭게도 정반대로 반응했다. 신용등급 하락 이후 2개월 동안 오히려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채권 투자에서 말하는 일종의 ‘고등급선호현상(flight to quality)’이 발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하락은 연쇄적으로 세계 다른 국가의 채권도 신용등급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미국 국채의 상대적 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의 매입을 늘리게 됐고 그 과정에서 미국 국채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바로 이때 중국 정부는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하면서 수익을 실현했다.

둘째, 주식 분야에서의 힌트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작년 하반기 참 우울한 모습을 보였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특히 기업공개(IPO) 건수가 급감하면서 그야말로 냉랭한 모습 그 자체였다. 많은 기업들이 상장 가치가 매우 낮거나 투자자의 관심도가 떨어질 거란 우려 등으로 인해 직접 금융시장인 IPO 노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반면 미국 주식시장의 모습과 상반되게 홍콩 증시에는 작년 연말 중국 기업의 상장이 줄을 이었다.

중국 내 자산규모 2위의 하이퉁(海通) 증권이 작년 12월 상장했는데, 시가총액이 무려 16억7000만 달러에 달했다. 또한 중국 4대 보험사 중 하나인 뉴 차이나 라이프 인슈런스(New China Life Insurance)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시가총액으로 상장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홍콩 등의 주요 투자자가 시장에 참여했다.

또 다른 예가 중국 최대 보석제조업체인 저우다푸(周大福)의 상장이다. 저우다푸의 시가총액은 28억 달러로 2011년 홍콩 증시에 데뷔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여기에는 조지 소로스와 홍콩의 부동산 재벌 리샤우키 등이 참여했다고 한다. 작년 12월 한 달 홍콩 증시 상장을 기다리던 기업이 약 40개사였는데 그중 20개 회사가 중국 본토 기업이었다. 이제는 직접 금융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뉴욕을 가지 않고 홍콩과 상하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위안화

셋째, 외환시장이다. 2011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20개 도시와 지방에 외국투자자의 위안화를 사용한 해외직접투자(FDI)를 허용했다. 따라서 외국투자자가 중국 내 회사 설립 또는 공장 건설 등의 직접투자를 하고자 할 경우 달러로 투자한 후 중국 중앙은행을 통해서 위안화로 환전할 필요 없이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취득한 위안화가 있는 경우에는 바로 FDI 신고를 한 후에 투자하면 된다. 한층 간편해진 조치임에 분명하다. 이번 조치를 통해 위안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위치를 견고히 다지게 됐다. 이미 동남아시아의 무역 및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가 달러나 유로를 대체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제조업에서의 의미심장한 힌트다. 중국은 2008년에 정부의 주도하에 낙후된 항공산업의 현대화를 목표로 중국 내에 산재해 있던 항공기 제작 관련 기업들을 통합해 두 기업을 재탄생시켰다. 군용기 생산 전담기업으로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ation Industry Corporation of China)가 그 하나이며, 다른 하나는 민항기 생산 전담기업으로 중국상용항공기유한공사(COMAC)라는 회사다.

현재 COMAC는 90석 규모의 중소형 항공기를 출고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항공당국으로부터 안전승인이 지연돼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세에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중국 내 항공사들은 2030년까지 약 5000대의 상용 제트기를 구매해야 하는데, 여기에 약 6000억 달러의 지출이 예상된다. 전 세계 항공기 시장은 주지하다시피 보잉과 에어버스사로 양분돼 있는 상황에서 COMAC의 출현은 심상치가 않다. 우리는 중국 제품이라고 하면 저가의 저기술 제품으로만 생각해 왔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베이징 출장을 가거나 홍콩 여행을 갈 때 중국 비행기를 타고 갈 것 같다.

다른 한 예는 풍력발전기(터빈) 시장이다. 지금 중국은 이미 2010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 시장이다. 전 세계 풍력발전기 시장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가 양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시노벨(Sinovel)과 신장 골드윈드 과학기술(Xinjiang Goldwind Science and Technology Co., Ltd.)이라는 두 회사를 통해서 자국 풍력발전 시장을 99% 장악한 후 이제는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시작했다.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원을 통해서 낮은 품질을 저렴한 가격으로 방어하며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네 가지 힌트를 보면 현재 진행되는 대중국화가 중국 영토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완벽하게 대중국의 단계에 있다. 보잉 747 대신 중국항공기, 달러 대신 위안화, 미 국채 대신 딤섬 채권, 뉴욕증권거래소(NYSE) 대신 홍콩·상하이 증권 시장이 세계 시장을 지배할 시기가 머지않은 것이다.




일러스트·추덕영

이동훈 삼정투자자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