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종목을 고를 때는 실적성장세가 뚜렷하고 거시 변수에 의한 경제 전체의 충격이 오더라도 생존력이 강한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새해가 됐지만 증시는 좀체 박스권을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은 여전히 투자자 발목을 잡고 있고 미국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신흥국도 비실거리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도 국회의원·대통령 선거가 있는 만큼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즐비하다. 이 같은 요인 때문인지 지난해 12월 29일 1825.74로 한 해를 마무리했던 코스피 지수는 1800선 초반에서 1900선 하단 사이를 반복해서 등락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큰 출렁임 없이 탄탄한 흐름이다. 시장 전반보다는 중소형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1월 장세의 모습이 나타났던 것. 1월은 연말 배당락 이후 프로그램 청산 물량 탓에 대형주가 대체로 약세를 보이나 중소형주는 산업 육성 등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감에 대거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중소형주 장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다. 대형 코스피 종목과 달리 중소형주의 경우 대내외 변수에 의한 가격 변동 폭이 더 클뿐더러 돌연 실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코스닥 종목을 고를 때는 실적성장세가 뚜렷하고 거시 변수에 의한 경제 전체의 충격이 오더라도 생존력이 강한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영업이익률이나 유보율 등의 지표를 통해 코스닥 종목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수익성 분석지표 확인 필수
[MARKET ISSUE KOSDAQ] 알짜 코스닥 종목 고르려면 ㅁㅁㅁ살펴야 …
기업이 물건을 많이 팔아도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고 세금을 낸 후 남는 돈이 없다면, 심지어 적자를 감수하고 물건을 팔 수밖에 없다면 그 기업은 곧 망한다.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투자 대상 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는지 여부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가 영업이익률이다. 일정 기간 매출액에서 인건비나 물류비 등 비용을 뺀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수치로 가장 기본적 수익성 지표다.

투자 정보 사이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 증권사의 실적 전망 평균치(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코스닥 상장사는 65곳이 있는데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4. 75%에서 올해 17.64%로 높아졌다. 100만 원어치 물건을 팔아서 14만7500원 혹은 17만6400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기업들이라는 말이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가장 좋을 것으로 보이는 종목은 바이오시밀러업체인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3713억 원의 매출을 올려 220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예상 영업이익률이 59.45%에 이른다. 다만 셀트리온은 현재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전담하는 특수회사를 통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게임 전문업체인 JCE의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에도 22.24%로 높았지만 올해엔 신작 게임 등이 대거 출시돼 영업이익률이 46.87%로 두 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게임업체인 위메이드도 중국에 론칭한 신작 게임들의 호조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2.97%에서 올해 43.98%로 상승할 전망이다.

정보기술(IT)이나 바이오 등 업종 종목이 대부분인 코스닥 시장에서 눈에 띄는 종목들도 있다. 부동산 임대 등 부동산사업과 유류판매업을 영위하는 서부T&D가 대표적이다. 서부T&D는 인천 연수구와 서울 신정동 및 용산 등의 보유 토지에 대규모 쇼핑몰이나 비즈니스호텔 등을 건설하고 있어 향후 안정적인 현금 유입이 기대된다. 서부T&D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37.61%로 지난해 11.15%의 3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조선·플랜트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이록코리아도 코스닥 시장 영업이익률이 높을 것으로 꼽히는 종목이다. 하이록코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2.20%라는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종목과 함께 올해 2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종목으로는 슈프리마, 케이맥, 고영, 엘엠에스, 덕산하이메탈, 유진테크, 원익쿼츠, 네오위즈게임즈(이상 IT업종)와 씨젠(의료), 골프존(게임), 그리고 태양전지·반도체 소재업체인 나노신소재 등이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을 볼 때 반드시 유의해야 점은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에 따라 영업이익률 지표를 구성하는 항목을 세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K-IFRS는 개별 회사들이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방식을 저마다 자율적으로 택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IT보안업체 이스트소프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가 76억12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9% 늘었다고 공시했지만 여기에는 옛 사옥 매각차익 62억 원이 반영된 것이었다.

IT보안업체가 부동산 매각 차익을 영업상 발생한 이익이라고 공시한 것. 이 같은 착시효과를 유념한다면 영업이익률은 향후 투자자들이 참조하기에 매우 유용한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이 외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지표로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있다. 외부에서 조달한 돈을 제외한 자기자본에 비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이 얼마나 높은지를 드러내는 지표다. 이 지표는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 반기보고서, 분기보고서 등 정기보고서에 있는 재무제표 항목 중 자기자본(자본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찾아 산출할 수 있다. ROE가 높을수록 기업의 영업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에서 영업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수치로 가장 기본적인 수익성 지표다.




기업 안정성을 드러내는 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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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지금 돈을 잘 벌더라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이를테면 1990년대 중반 한때 인기를 끌었던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PC통신업이 좋은 예다. 1인당 매월 1만 원 안팎의 회원비를 내고 통신을 즐겼던 이들은 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면서 비슷한 가격에 무제한의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영역으로 옮겨갔고 이들 PC통신업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중소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에 대기업이 물량 공세를 펼치며 들어오는 경우나 거시경제 침체로 은행들이 갑자기 대출금을 회수하는 경우들은 실제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천재지변이 발생하거나 예상치 못한 외국 경쟁자가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국내에 갑자기 들어서거나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외풍이 아무리 거세도 체력이 든든하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당장 올해 물건을 하나도 못 판다하더라도 쌓아둔 현금이 많다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안정성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지표를 통합해서 기업을 봐야 하는데 이때 주로 쓰이는 지표로는 우선 유보율이 있다.

대차대조표상 자기자본(자본총계)에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산한 유보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가 유보율이다. 이익잉여금이란 영업활동 등으로 벌어들인 돈에서 배당 등으로 지급되지 않고 사내에 쌓아둔 돈을 이른다. 자본잉여금은 주식발행 초과금, 감자차익 등으로 구성된다.

대신증권 등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인터넷 포털업체 다음의 유보율은 5958%에 이른다. 다음의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의 합계는 4286억여 원에 이른다. 증권사 컨센서스로 볼 때 다음의 매출이 4239억 원, 영업이익이 1329억 원, 당기순이익이 1214억 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한 해 장사를 아예 안하고도 충분히 먹고 살 만한 돈을 이미 쌓아두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용·산업용 축전지 제조업체인 아트라스BX의 유보율도 2527. 58%로 유보금은 2348억 원에 달한다. 반도체 부품업체인 리노공업과 액정디스플레이(LCD) 장비업체 아이씨디, 모바일 게임 전문업체 게임빌, 하이록코리아 등도 유보율이 2000%가 넘는 기업들이다.

물론 유보율은 향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규 투자를 늘릴 때 낮아질 수 있고 반대로 보유 중이던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했을 때 올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유보율이 높은 기업은 불황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 또 유보금은 무상증자 재원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유보율이 높은 기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과거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유동비율이나 당좌비율 등이 쓰였다. 유동비율이란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유동부채)에 비해 1년 내 현금화시킬 수 있는 자산(유동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실제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재무제표상 유동비율을 높여주는 매출 채권, 재고 자산 등은 정작 현금화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동비율 지표만으로는 맹점이 많다는 말이다. 유동부채 대비 당좌 자산의 비율을 나타내는 당좌 자산에도 매출 채권이 들어가 있는 만큼 이 역시 맹신해서는 안 된다.



실제 기업이 위기에 처하면 재무제표상 유동비율을 높여주는 매출 채권, 재고 자산 등은 현금화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실 징후 여부에 촉각 곤두세워야

기업의 안정성 여부를 보다 보면 부실 여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지표들은 최근 3~5년간 지표를 모아서 비교,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봤던 영업이익률이나 순이익률의 경우 이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업이라면 영업 손실이나 당기 적자가 발생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일시적 요인에 의해 마이너스를 기록하거나 이익률 수치가 감소했을 경우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곳일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유보율 역시 마찬가지다. 수년간 안정적으로 잉여금이 늘어나는 기업이라면 그만큼 수익 창출 능력도 좋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지만 유보율이 동종 업계 평균 혹은 경쟁사에 비해 크게 낮은 기업이라면 유의해야 한다.

한 해 영업이익이 그 이자비용에 비해 얼마나 더 많은가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은 앞서 살펴본 지표들을 보완해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100%) 이하라는 말은 물건을 팔아서 인건비나 물류비 등을 빼고 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충당하기도 모자란다는 말이다.

지난해 3분기 말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 코스피 상장사의 이자보상배율 평균은 5.11배(511%)로 비교적 양호한 편으로 평가받지만 코스닥 상장사 평균은 이보다 훨씬 낮은 2.3~ 2.5배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정기 보고서상 영업이익과 이자비용을 찾아 구할 수 있다.

기업 재무분석 및 신용평가업체인 한국기업평가는 “경기 불황이나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제품 판매가 부진해질 경우 영업이익률과 영업현금 창출력 등 지표들이 떨어진다”며 “차입금에 의존해서 과다한 시설투자를 하거나 신제품 개발을 위해 금융비용이 증가했지만 제품이 제대로 팔리지 않아 문제가 생길 때는 차입금 의존도나 이익보상배율 등 지표에서 징후가 포착된다”고 설명했다.




안재광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