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미국 기업들의 인수· 합병(M&A) 활기와 중국 정부의 긴축 완화 움직임 등 새해 증시에 청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2년 코스피 최고 2400까지 상승 기대”
윤창보
현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
수성에셋투자자문 부사장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튜브투자자문 대표이사
LG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
신한투자신탁 주식운용팀
한화투자신탁 운용부


“지금 코스피 지수 1800대는 주식을 사는 데 있어 전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2011년 8월처럼 주가가 더 빠지면 사야겠다고 기다리기도 하지만 그때처럼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지금부터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CIO·최고운용책임자)은 유럽 재정위기가 여전히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지만 2007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처럼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했다.

2008년 GS자산운용이 설립될 때부터 CIO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윤 본부장은 신생 운용사를 작지만 특색 있는 운용사로 키워내는 데 일조했다. 대표 펀드인 ‘GS 골드스코프 1’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9월 출시됐지만 이후 견조한 수익을 바탕으로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서 설정액 1000억 원을 넘어섰다.

향후 주식 투자에 있어 가장 눈여겨봐야 할 요소는 유럽 문제보다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 추이라는 게 윤 본부장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2012년 상반기에 괜찮을 것이란 확신만 있다면 유럽 문제가 남아있더라도 증시가 힘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지금은 그런 확신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산업 구조가 수출 중심으로 짜여 있어 미국,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의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있지만 윤 본부장은 국내 기업들의 이익 성장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쪽에 손을 들었다. 유럽 쪽 경기는 당분간 활력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 대신 미국과 중국이 견조한 성장을 보여줄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리 기업의 이익 훼손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난다면 향후 증시의 상승 탄력도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의 소비 행태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습니다. 미국 정부는 부채가 많아 경기 부양 여력이 떨어지지만 미국 기업은 눈에 띄게 상황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기업 간 M&A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향후 경기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는 현장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는 기업이 견조하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되고, 이는 미국에서의 소비를 늘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긴축 정책을 지속해왔던 중국도 최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긴축을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좋은 신호라는 분석이다. 그는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기업 중에서 매출과 이익이 가장 빨리 성장한 곳이 우리나라였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경기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 추이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을 좋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환율을 꼽았다. 2007년 950원대였던 환율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1500원대까지 올랐고, 2011년 8월 이전까지 1050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다시 1150원대로 올랐다. 윤 본부장은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미국 달러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세를 나타내는 데 비해 원화는 최근 2년간 11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코스피 최고 2400까지 상승 기대”
“리먼 사태 이후 전 세계 기업 중에서 매출과 이익이 가장 빨리 성장한 곳이 우리나라였다.”
“주식도 부동산처럼 신중히 투자한다면 분명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윤 본부장은 이어 “이처럼 기업 이익 개선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2012년 국내 증시는 최대 2400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 정도라면, 2012년 PER를 12배로 적용했을 때 2400이라는 지수대가 나온다는 것이다. 1800 수준에서 주식을 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지금 주식을 사두면 연간 20%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인 투자 전략으로 그는 완제품업체보다는 소재·부품업체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완성품업체들이 세계 톱 레벨의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향후 10년간은 소재·부품업체들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5~6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수출을 많이 해도 득을 많이 본 곳은 일본이었습니다.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장비, 기계 부품 등을 일본에서 많이 들여왔기 때문이죠. 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품 생산 기술이 발전했고, 일본 대지진 후 많은 해외 거래선들이 한국 업체 쪽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요.정보기술(IT) 부품, 석유화학, 소재·기계부품 중에서 해외 업체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는 곳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자동차 부품주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고 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성장하면서 자동차 부품주들이 주목받은 것은 현대기아차로 납품이 늘어난 요인도 있지만, BMW나 GM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로 공급처가 다각화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는 단순한 자동차 부품업체에 불과했다면, 현대·기아차가 뜨고 나서는 글로벌 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실력 있는 부품업체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현대차의 성장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부품업체들은 현대차 외에도 다른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는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일본 대지진 때 받았던 타격에서 벗어나면서 현대차에 위협이 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부품 공급선 구축을 위해 도요타가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부품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라는 것.

중국 수혜주로는 많이 알려진 음식료, 화장품, 생활용품보다는 ‘하이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새로운 업체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소득이 올라가면 화장품도 랑콤이나 시세이도 등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사려고 하는 것처럼, 자동차나 화장품 등 모든 상품에서 고급 제품들의 성장 잠재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혹은 2000년부터 10년 동안 중국 시장에서 1000배 성장한 코카콜라처럼 대중적인 제품이라도 다른 것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브랜드를 가진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 본부장은 각 업종에 대한 전망에서 “IT 업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제품별로 달리 봐야 한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은 앞으로도 좋을 것이고 TV와 세탁기, LCD 등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가전제품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했던 정책이 끝났고, 유럽에서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LCD의 경우 “점점 사양산업이 돼 가고 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넘어가 화면이 옛날보다 확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업종은 주가가 역사적 저점까지 내려와 장기적인 투자 매력은 높아진 상태지만, 무턱대고 주가가 과거 고점까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가라는 것은 과거 실적이 아니라 미래 실적에 따라 오르는 만큼, 과거에 이익이 매년 15%씩 성장해 주가가 높이 올랐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익성장률이 5~10%로 낮아진다면 과거 수준만큼 주가가 오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조선은 유럽 위기로 선박금융이 원활하지 못하고, 중국 등과의 경쟁도 커지고 있어 당분간 큰 폭의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기대수익률을 낮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 및 정유 업종은 주시장이 중국인만큼 중국 성장의 수혜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봤다. 윤 본부장은 “화학과 정유 역시 이익 성장 폭은 줄겠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긍정적인 환경은 유지되고 있다”며 “중국으로의 수출이 회복된다면 주가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 본부장은 성공적인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선 부동산 투자와 비교해서 생각해 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투자로 돈 벌었다는 사람은 많은데, 주식으론 돈을 잃었다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이는 부동산은 몇 년간 투자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주식은 한두 달 안에 수익을 내려고 해 그렇습니다. 또 주식을 살 때는 아파트처럼 여기저기 다니면서 꼼꼼히 살펴보지 않기도 하구요. 부동산 투자처럼만 주식을 투자한다면 분명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운용본부장

임근호 한국경제 기자 eigen@hankyung.com